MBC 예능 <나 혼자 산다>가 어느덧 400회를 맞이했다. 파일럿을 거쳐 2013년 3월 정규편성된 이래 무려 8년 만이다. <나 혼자 산다>는 대한민국 1인가구 시대를 맞이하여 독신 연예인-셀러브리티들의 싱글라이프를 본격적으로 다루며 국내 방송가에 관찰 예능의 전성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많은 예능들이 짧게 명멸하는 방송가에서 <나 혼자 산다>는 현존하는 프로그램 중 손꼽히는 장수 예능이자 MBC를 대표하는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박나래, 성훈, 기안84, 사이먼 도미닉, 화사 등 현 고정멤버들이 참여한 가운데 전 회장인 노홍철과 전현무, 하차한 멤버 이시언을 비롯하여 유재석, 송승헌, 다니엘 헤니 등의 영상축하 인사가 이어졌다. 여기에 하이라이트로 전현무가 갑작스럽게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며 깜짝 복귀를 알렸다. '초특급 초대가수'로 소개된 전현무는 패닉의 '달팽이'를 느끼하게 열창하며 멤버들을 포복절도하게 했다. 전현무로서는 <나 혼자 산다>에 2년 3개월만의 컴백이었다.

이어진 방송에서는 전현무의 '한옥 스테이 일상'이 공개됐다. 전현무는 집 인테리어 공사 때문에 잠시 본가로 돌아갔지만 모친의 잔소리를 피해 임시로 한옥 스테이를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45세의 전현무는 "아직도 엄마가 육교로 다니라고 한다"고 고백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30대의 쌈디 역시 "엄마랑 통화하는데 PC방에 있다고 하니 '거기 불량배를 많다'고 걱정하더라"며 전현무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전현무는 고즈넉한 정취가 느껴지는 한옥에서 휴일을 보내며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쉬는 날이면 TV를 보거나 침대에 누워있던 모습 대신 요가 매트에 누워 스트레칭으로 아침을 했고, 인스턴트 식품 대신 유기농 주스와 야채스프를 직접 만들며 건강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초등학교때 이후 달팽이를 가까이에서 접하고 신기해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현무답게 뜨거운 냄비에 환경 호르몬을 일으킬수 있는 플라스틱 주걱을 휘젓거나, 반신욕을 하려다가 뜨거운 물에 놀라 원숭이 울음소리같은 비명을 내지르며 탈출하는 모습 등 변함없는 허당미를 드러내는 장면들도 이어졌다.

전현무는 달라진 심경의 변화에 관하여 "특별한 계기는 없는데 사십춘기가 왔다. 청소년때도 사춘기를 겪지 않았던 사춘기와 번아웃이 동시에 왔다. 프로그램을 많이 했을 때는 일상생활이 아예 없었다. 목소리도 안 나오고 얼굴이 붓고 건강이 너무 안 좋아졌다. 친한 동생인 가수 케이윌은 ' 형 그러다 죽어요'라고까지 이야기를 하더라"고 고백했다.

이어 전현무는 "그때 충격을 받고 일을 줄였다. 이제는 쉬는 날도 있다. 한옥에 있다고 뭔가 대단한 것을 하는게 아니라, 가만히 멍을 때리는 것, 바람을 맞고 음악을 듣고 가만히 쉬는 시간을 늘리니까 정신건강이 좋아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지켜보던 박나래도 "지금 얼굴이 훨씬 좋아보인다"고 화답했다.

전현무는 빗소리를 들으며 동네 산책에 나섰다. "걷기 위해서 장기 주차를 일부러 숙소에서 먼 곳에 잡았다. 차타고 다닐 때 못다녔던 곳을 돌아다니다보니, 걸으니까 어디든 들어갈 수가 있더라. 요즘 걷는 재미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전현무는 동네를 돌며 피규어 상점과 샐러드 가게를 방문하기도 하고 만나는 사람들과 편안하게 인사를 나눴다. 낯선 동네에서 우연히 중학교 동문들을 만나게 된 일화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집으로 다시 돌아온 전현무는 단골가게에서 구입한 만두 먹방과, 하루를 정리하는 글쓰기로 감수성 넘치는 하루를 마무리했다. 전현무는 내레이션에서 직접 작성한 글을 낭독하며 '그동안 사람을 만나면서 복면을 써왔던 것 같다. 민낯으로 사람을 만나니 이제야 숨이 제대로 쉬어진다. 북촌은 복면을 벗기는 힘이 있다. 살면서 처음 만나는 공기가 너무 상쾌하다'라고 말했다. 일상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된 전현무의 성장기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전현무는 에피소드를 마치며 "예전에 혼자 사는 삶이란 설렘이었다. 이제는 설렘을 넘어서 제대로 즐겨야할때인 것 같다. 전에는 즐기지 못하고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하기 바빴다. 이제는 솔직한 삶을 살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조금 성장한 무지개 회원의 자격으로 여러분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 조금 설렌다"고 고백하며 <나 혼자 산다> 복귀를 공식화했다.

전현무는 2013년 가을 <나 혼자 산다>에 합류한 이래 2015년부터 무지개 모임의 2대 회장으로 취임하여 노홍철-데프콘-김광규 등 1기 멤버들의 연이은 하차로 위기를 맞이했던 프로그램을 재건하는데 적지않은 공을 세웠다. 전현무를 중심으로 박나래, 한혜진, 기안84, 이시언 등으로 이어지는 주축 멤버들이 완성되며 '혼자사는 이야기'보다 무지개 모임 중심의 '팀 플레이' 비중이 높아졌고 <나 혼자 산다>가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이하는 전환점이 됐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는 2019년 전현무의 잠정 하차를 기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프로그램에 동반 출연하면서 실제 연인으로까지 발전했던 전현무와 한혜진 커플이 결별하게 되면서 벌어진 후유증이었다. 누구도 잘못한 일이 아니었지만 대중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셀럽들이자 '사내 커플'의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을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다.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전현무와 한혜진 모두 일시적인 공백일뿐 완전 하차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후 한혜진이 7개월 정도가 흘러 먼저 <나 혼자 산다>에 복귀했다. 하지만 예전만큼 꾸준히 고정출연하지는 않고 있다. 전현무와 한혜진이 잇달아 자리를 비우면서 무지개 모임의 비중은 확실히 크게 줄었다. 비슷한 관찰예능 후발주자들의 범람속에 <나 혼자 산다>만의 차별화된 매력이 반감됐다는 평가도 받는다.

<나 혼자 산다>는 최근에는 또다른 고정 멤버였던 이시언마저 하차했다. 전현무 하차 이후 박나래와 기안84가 실질적인 프로그램의 MC 역할을 맡고 있었지만, 두 사람도 최근 연달아 개인적인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하차설에 휘말리며 곤욕을 치르는 등 확실한 구심점없이 불안정한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전현무의 전격적인 복귀결정에는 이런 배경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전현무의 복귀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검증된 진행능력과 예능감을 갖춘 전현무의 귀환을 반기는 반응도 있지만, 그동안 다른 방송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해오며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딱히 색다르거나 궁금해할만한 요소가 있는 출연자라고는 할수 없다.최근 젊어진 무지개 모임의 연령대를 감안해도 굳이 <나 혼자 산다>에 전현무의 복귀가 필요했는지 의구심을 보이는 반응도 있다.

또다른 궁금증은 한혜진과의 공존 여부다. 최근에는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한혜진 역시 <나 혼자 산다>의 엄연한 주축멤버였다. 전현무는 결별 이후 한혜진이 <나 혼자 산다>에 먼저 복귀했을 때도 출연하지 않았고 프로그램 내에서도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과거사를 더 이상 선정적인 가십거리로 만들지 않으면서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프로그램에도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혼자(가 되어)서도 잘 산다'는 이 프로그램의 성격에도 더 어울리지 않을까.
나혼자산다400회 전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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