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는 올시즌 6강 진출을 놓고 어려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은 리그 7경기를 남겨둔 현재 21승 26패로 7위에 머물고 있다. 6강 진출의 마지노선인 6위 인천 전자랜드(24승 24패)와는 2.5게임차이다. 현실적으로 시즌 막바지에 뒤집기에는 쉽지 않은 격차다.

더구나 삼성은 최근 야전사령관인 포인트가드 김시래마저 부상으로 잃었다. 삼성은 지난달 3일 LG에 이관희와 케네디 믹스를 보내고 김시래와 테리코 화이트를 영입하는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6강 진출을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삼성은 김시래를 영입한 이후 팀 속공과 어시스트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며 이상민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던 중이었다.

하지만 김시래가 트레이드 후 딱 한 달 만인 지난 2일 KT와의 경기 도중 왼쪽 종아리 부상으로 실려나가며 사실상 시즌 아웃되는 대형 악재가 발생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삼성의 6강 도전이 어려워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서울 삼성 썬더스 이상민 감독이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2020-2021시즌 챔피언결정전 마지막 5차전 KB스타즈와 삼성생명 블루밍스의 경기를 관객석에서 보고 있다.

서울 삼성 썬더스 이상민 감독이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2020-2021시즌 챔피언결정전 마지막 5차전 KB스타즈와 삼성생명 블루밍스의 경기를 관객석에서 보고 있다. ⓒ 연합뉴스

 
19일 전자랜드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은 어쩌면 올시즌 삼성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었던 최대의 고비였다. 만일 이날 경기마저 패했다면 두 팀의 격차는 4.5경기로 벌어지며 사실상 삼성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은 물 건너가게 되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삼성은 직전 원주 DB와의 경기에서 올시즌 최악의 참패(74-103)를 당하며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삼성은 전자랜드 원정에서 종료 직전 터진 아이제아 힉스의 위닝샷으로 91-90, 1점 차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번 시즌 전자랜드와 맞대결에서도 3승 3패로 균형을 맞추게 됐다. 2연패에 빠지며 다시 승률 5할이 된 전자랜드는 부산 KT(24승23패)와 공동 5위로 6강행을 아직 안심할 수 없게 됐다.

2년차 유망주 김진영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삼성에게 있어서 또 다른 성과였다. 김진영은 전자랜드에서 18분 39초를 소화하며 10득점 2리바운드 5어시스트 2스틸 야투율은 67%를 기록하며 효율적인 플레이로 팀의 대역전극에 기여했다. 비록 파울 관리에 미숙함을 보이며 4쿼터 중반 퇴장을 당한게 옥에 티였지만 자신의 몫은 다 해냈다.

김진영은 국가대표 출신 센터 김유택의 아들이다. 2019년 프로 조기진출을 선언하며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라는 높은 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첫 시즌 15경기에 출전해 겨우 8분29초를 소화하는 동안 평균 2.7득점 1.1리바운드에 그쳤다. 올시즌은 22경기에서 4.1점, 1.5리바운드, 1,2어시스트로 기록이 소폭 상승했지만 시즌 중반까지도 크게 중용 받는 상황은 아니었다. 장신에 비하여 빈약한 몸싸움과 슈팅 정확도는 장단점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관희의 이적과 김시래의 부상으로 삼성의 가드진이 얇아진 것은 팀에는 악재였지만, 결과적으로 김진영에게는 전화위복이 됐다. 출전시간이 늘어나며 자신감이 붙은 김진영은 최근 5경기에서 7.8점, 2.6어시스트, 야투율 58%로 공수 양면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장기적으로 세대교체를 준비해야할 삼성의 가드진에 김진영의 성장은 큰 희망이다. 최근 삼성은 테리코 화이트와 김진영을 투 가드로 세워도 임동섭, 장민국, 김준일, 김동욱 등 힘과 높이를 갖춘 장신 포워드진 덕분에 높이 싸움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다.

삼성은 실업 삼성전자 시절부터 전통의 농구명가로 꼽혀왔지만 프로무대에서는 명성만큼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삼성은 2005-06시즌 역대 2번째이자 마지막 우승을 끝으로 더 이상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4년부터 삼성 지휘봉을 잡은 이상민 감독은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스타 출신 감독으로 꼽히지만, 지도자로서는 우승은 고사하고 6시즌간 플레이오프 진출도 단 2회에 그쳤다.

올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2년 재계약을 맺은 이 감독은 계약기간을 모두 채울 경우 삼성 농구단 역사상 최장수 감독에 등극하게 되지만, 올해도 6강행에 실패한다면 임기 보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지도 모른다. 2016-17시즌 이후 4년 만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는 삼성으로서는, 남은 시즌동안 가시적인 성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팀이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기적을 꽃피우다' 15일 경기도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KB 스타즈에 승리하며 3승 2패로 챔피언 자리에 오른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과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고 있다.

▲ '기적을 꽃피우다' 15일 경기도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KB 스타즈에 승리하며 3승 2패로 챔피언 자리에 오른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과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고 있다. ⓒ 연합뉴스

 
여자농구 용인 삼성생명의 깜짝 우승은 같은 일가인 남자농구팀에게도 좋은 자극이 될 만하다. 삼성생명 역시 남자농구와 같은 해였던 2006년 여름리그 우승을 끝으로 오랫동안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던 상태였다. 올시즌도 삼성생명의 우승을 예상한 전문가들은 아무도 없었다.

삼성생명은 정규리그에서 14승 16패로 5할에도 못미치는 승률에 그쳤으나, 4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1,2위 우리은행과 KB스타즈를 연이어 제압하는 이변을 연출하며 15년 만의 우승에 성공했다. 여자프로농구 역사상 정규리그 4위팀과 5할미만의 승률팀이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것은 역대 최초였다. 삼성생명의 오랜 무관을 청산한 임근배 감독은 팀에 부임한 지 6년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보며 본인도 선수(남자농구 대전 현대)와 코치(울산 현대모비스)에 이어 감독으로도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삼성은 2010년대 중반 이후 모기업의 프로스포츠단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며 예년같은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5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으며 프로축구 수원 삼성은 지난해 하위스플릿으로 추락하는 굴욕을 겪었다. 남자배구 삼성화재는 올해 V리그 최하위에 그쳤다.

스포츠 명가라는 이름이 왕년의 추억으로 잊히던 시점에,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용인 삼성생명의 이변은 '삼성 프로스포츠단의 2020년대 구기종목 첫 우승'이라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컸다. 과거처럼 몸값 비싼 스타플레이어나 외국인 선수를 돈으로 데려와 만들어낸 우승이 아니라는 점도 인상적인 대목이다. 

남자농구 서울 삼성이나 다른 삼성 계열 스포츠 구단들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이처럼 끝까지 할 수 있다는 도전의식으로 보인다. 포기하지 않는 이들에게 기회는 돌아온다. 여자농구가 4위의 기적을 만들어냈듯이, 남자농구는 6강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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