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한산한 국내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코로나19로 한산한 국내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 성하훈

 
영화발전기금(이하 영발기금)은 연장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폐지해야 할 것인가?
 
올해 말로 종료되는 영발기금을 놓고 영화계의 의견이 다양하게 갈리고 있다. 단순하게 구분하면 연장이냐 폐지냐지만, 연장에 대해서도 생각이 다 일치하는 건 아니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연장이든 폐지든 지금 이대로는 안 된며 어떤 식으로든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영발기금은 관객들이 내는 영화관람료의 3%를 부과금으로 적립하는 것인데, 2007년 징수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7년 기한으로 징수됐으나, 종료 기한이었던 2014년 12월에 다시 7년이 연장돼 오는 12월 말까지가 기한이다.
 
그동안 영발기금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예산의 원천 역할을 하며 각종 영화 관련 지원사업에 활용돼왔다. 영진위의 경상비(운영비)도 영발기금에서 편성된다.
 
하지만 2차 연장 종료를 앞두고 연장과 폐지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한시적이었던 부기금을 영구적으로 꾸려 나가는 것에 대한 불만과 함께, 특정한 주체가 계속 부담해야 한다는 데서 형평성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폐지 목소리를 높이는 쪽에서는 부득이 유지할 경우 징수방법 등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영발기금 폐지 원하는 제작자·상영관
 
일단 폐지를 원하는 쪽은 제작자들과 상영관들이다. 관객이 내는 돈이라고 하나, 실질적으로 제작자와 극장이 영발기금 부과금을 내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2008년 헌법재판소는 영발기금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관객이 부담하는 돈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관객이 낸 입장료에서 상영관과 제작사가 각각 1.5%씩 영발기금으로 부담하고 있다. 한 제작자는 "예컨대 관람료를 1만 원 받지, 1만 300원을 받는 게 아니지 않냐"며 영발기금이 없으면 그 돈은 제작자와 극장 몫이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5년간 영화발전기금 사업비 예산 편성 추이

최근 5년간 영화발전기금 사업비 예산 편성 추이 ⓒ 영진위

 
<광해, 왕이된 남자>, <신과 함께> 등을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이제 영화관련 예산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더 이상의 영발기금 징수 연장을 반대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정상진 엣나임필름 대표 역시 "현재로서는 폐지하는 쪽으로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CGV 조성진 전략지원담당은 "상영관들은 기본적으로 영화티켓을 통한 징수방식에는 반대하고 있다"면서 "다만 영발기금 유지가 필요하다면 정부가 재원을 출연하는 등의 형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원로영화인들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한 원로 제작자는 "문예진흥기금을 징수할 때도 90%가 영화에서 걷혔고, 비율로 따지면 입장권의 7~8% 수준이었다"며 "당시 제작사는 적자를 보면서도 문예진흥기금을 내야 했다"고 말했다. 이후 "영발기금이 생겨났는데, 애초 한시적으로 걷는다고 했던 것이기에 이제는 그만 걷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1973년 징수가 시작된 문예진흥기금은 2003년 위헌판결이 나 징수가 중단됐고, 2007년 영발기금이 새로 생겨났다. 이 역시 위헌 소송이 제기됐으나 2008년 헌법재판소에서 5명이 위헌의견을 내고 4명이 각하 의견을 내면서 3분의 2를 넘지 못해 합헌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영발기금이 폐지될 경우 영화산업에 들어가는 예산 확보에 차질이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으나,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제는 국비로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금이 없는 문화예술분야는 국비로 지원하고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 수준에서 영진위의 사업 예산 1천억 예산 정도를 부담하는 게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확대 법안 발의
 
정치권에서는 영발기금 부과금 연장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두 개의 영발기금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9년 한국영화산업은 역대 최고 관객 수 2억 2668만 명, 극장시장 규모 총 1조 9140억 원으로 세계 5위권을 기록했고, 자국영화 점유율을 50% 이상 유지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보여왔다"면서 "영화산업 진흥을 뒷받침하는 영발기금 부과금 징수기한을 2028년 12월까지로 7년 연장하자는 법안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또 다른 법안은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부과를 확대하자는 게 골자여서 주목받고 있다. 극장 상영이 어려운 가운데, OTT를 통하여 영화 배급이 이루어지고 있어 부과금 부과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주 의원은 프랑스 사례를 들며 "프랑스 국립영화센터(CNC)는 현재 영화(TSA), 방송(TST), VOD(비디오세) 등 3가지 산업에서 기금을 징수하여 콘텐츠 등 프랑스 영화산업 분야를 지원하고 있으며 소재지와 관계없이 OTT 사업자에게 동영상과 관련된 일반매출을 기준하여 비디오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독일에서는 OTT사업자에 영화분담금(Filmabgabe)을 부과하고 있으며, 이에 불복해 넷플릭스가 유럽연합 일반법원(Das Gericht der Europaischen Union, EuG)에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 2018년 5월 16일 패소한 바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를 통해 제공된 동영상 콘텐츠의 이용자에게도 대통령령에 따른 부과금을 징수하고, 사업자에게 부과금을 수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부과금 징수 확대에 대해 CGV 조성진 전략지원담당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부과 확대는 긍정적인 방안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흑자도 못 내고 있는데 영발기금 징수라니
 
 국내 OTT 업체들

국내 OTT 업체들 ⓒ 왓챠.웨이브.티빙

 
하지만 OTT 관련 사업자들은 부담을 나타내고 있다.
 
왓챠 허승 이사는 "국내 OTT 최대 과제는 시장을 만들고 좋은 콘텐츠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영발기금 과금 문제가 거론되는 게 무척이나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OTT 플랫폼이 시장에 안착해 유통과 제작으로 이어져 시장을 형성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은 흑자를 못 내고 있다"며 "생태계 형성을 위해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허 이사는 또한 "시장과 국가의 역할이 혼동되는 느낌"이라며 "독점수익이 있거나 초과수익을 얻는다면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보겠으나 OTT에 영발기금을 부과하려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플랫폼이 취약한데 지금은 이를 일으켜주고 콘텐츠와 플랫폼의 시너지를 일으켜줘야 하는 수단과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더 고민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허 이사는 유럽과의 단순 비교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할리우드의 콘덴츠를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으로 유통시키는 유럽과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며 "우리의 경우 아직 넷플릭스와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단순히 넷플릭스와 비교해 부담을 지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제작자 단체인 한국영화제작가협회(아래 제협)는 "연장에 반대의견은 없으나, 프랑스 사례 등을 참고해 기금 확충을 위한 부가세의 영발기금 전환 등 연구가 필요하는 입장을 문화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제협 배장수 상임이사는 "만일 연장할 경우 첫 번째는 김영주 의원 법안처럼 현행 3% 유지하면서 OTT로 징수를 확대하는 방안, 두 번째는 현행 유지에 OTT로 확대하면서 영진위 경상비(운영비)를 국고로 편성해 달라고 요구하는 방안. 세 번째는 부가세 감면을 통한 영발기금 징수 방식 개선 등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발전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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