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지원 인터뷰 사진

엄지원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출산 신이 가장 힘들었다. 지금까지 했던 연기들은 대개 보는 사람이 겪어보지 않은 이야기가 많았지만, (출산은) 많은 분들이 경험을 하셨던 과정을 연기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보는 분들이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은 여성들이 겪는 출산과 육아 문제를 현실적이고도 유쾌하게 그려내며 '웰메이드'라는 호평을 얻었다. 그 중심에는 회사에서는 최연소 임원이지만 병원에서는 최고령 산모인 오현진을 연기한 배우 엄지원이 있었다. 

특히 주인공 현진의 출산 장면은 많은 화제를 모았다. 극 중에서 현진은 출산 도중 지쳐서 정신을 잃고 저승사자를 만난다. 그러나 현진은 살아남겠다는 일념으로 저승사자와 격투를 벌인 뒤 안간힘을 다해 출산에 성공한다. 그동안 여러 드라마, 영화에서 출산, 육아 장면을 보여줬지만 <산후조리원>같은 신선한 연출은 흔치 않았다. 이 드라마에 많은 여성들이 열광한 까닭이기도 하다.

지난달 27일 서면을 통해 만난 엄지원은 아직 출산, 육아를 경험하지 않았지만 이번 드라마를 통해 출산을 간접 체험했다며 "내가 엄마가 된다면 처음이지만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고, 한번 경험했던 사람처럼 느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산후조리원>은 제작진의 실제 경험담이 그대로 녹아 있는 출산 과정 에피소드부터 육아휴직, 모유수유 등 이 시대 엄마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현실적으로 담아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엄지원은 "촬영 스케줄 때문에 댓글을 많이 살피진 못했다"면서도 "'진짜 산모 같았다', '출산했을 때가 생각난다' 등 실제 경험이 떠오른다는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 출산 시 내가 느꼈던 감정을 똑같이 표현해줘서 고맙다는 반응들을 볼 때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생각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산후조리원>이 사랑받았던 이유에 대해 우리가 그동안 들여다보지 못했던 부분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바로 내 옆에 그리고 내 삶 속에 있는 이야기지만,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이야기라서 (시청자들이) 더욱 친근하게 느끼신 것 같다. 촬영하면서 출산이나 육아에 경험이 없으신 분들도 좋아해 주실까 우려도 있었고 경험이 있으신 분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지도 많이 걱정했다. 감사하게도 많이 사랑해 주셔서 기쁘다."

체중 증량에 특수분장까지
 
 배우 엄지원 인터뷰 사진

배우 엄지원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엄지원은 막 출산한 산모로 분하기 위해 체중을 증량하고 특수분장의 도움을 얻어 더욱 실감나는 비주얼을 만들어냈다. 또한 실제로 임신과 출산 경험이 있는 주변 지인들의 조언을 듣거나 영상 자료를 참고하기도 했다고.

그는 "산모같아 보이기 위해 어느정도 살을 찌우는 것은 필요했다. 보는 사람들이 '진짜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약간의 노력이었다"고 쑥스러워 했다. 또 "실제 대본에 '현진이 불편해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인다' 라는 지문이 있었다. 지문 그대로 불편한 듯 연기할 수도 있었지만, 경험을 해본 지인들에게 어디가 불편하고 아픈 건지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자문을 구했던 게 현장에서 연기할 때 도움이 됐다. 출산 신은 적나라하게 나오진 않지만 다큐멘터리를 참고했다"고 전했다.

특히 <산후조리원>은 여성들이 처음 겪게 되는 출산, 육아의 이상하고 독특한 풍경을 담아내 더욱 눈길을 끌었다. 극 중에서 출산 직후 기쁨에 취한 남편, 시댁 식구들과는 달리 현진은 물 한모금 먹지도 못하고 외로움을 느낀다. 이러한 산모의 감정을 드라마는 댄서들과 함께 기쁘게 삼바 춤을 추는 가족들 사이에서 현진이 무표정으로 함께 춤을 추는 코믹한 장면으로 연출했다. 또한 베이비시터를 두고 쟁탈전이 벌어지는 신에서는 무협 영화의 한 장면처럼 패러디해, 두 배우가 협객으로 변신해 진검승부를 펼치기도 했다.

엄지원은 "재미있고 다양한 패러디 장면들이 좋았다"면서도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삼바 신을 꼽았다. 그는 "삼바를 추기 전에 엄마를 바라보며 했던, '나와 같은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는 한 사람이 있다'는 내레이션이 기억에 남는다. 다 튼 입술에 물을 적셔주는 엄마의 모습도 너무 좋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출산을 한 뒤 '오현진의 인생은 끝났다'고 말하며 눈물이 한 방울 툭 떨어지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찍기 전에 떠올린 이미지 컷을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지만 잘 나왔다"고 덧붙였다.
  
 배우 엄지원 인터뷰 사진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드라마에서 그려진 현진과 친정 엄마(손숙 분)의 관계도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엄지원 역시 대본을 읽을 때부터 눈시울을 붉혔다고 고백했다. 

"극 중에서 엄마와의 이야기는 경험해보지 않았어도 읽으면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이야기였다. 내 마음을 많이 움직였고, 잘 표현하고 싶었다. 전형적인 모녀연기가 아닌 진짜 엄마한테 떼쓰고 어리광 피우는 모습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모든 신들이 다 좋았고, 손숙 선생님이 엄마같이 제가 하는 연기를 다 받아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손숙 선생님도 '올해 가장 잘한 일은 너를 딸로 맞은 거야'라고 말씀해 주시며 친엄마처럼 따뜻하게 대해 주셨다."

그러면서 그는 현실의 '현진'같은 워킹 맘들에게 최혜숙 산후조리원 원장의 대사를 빌려 응원의 메시지도 전했다.

"내가 만약 엄마가 된다면 현진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 맘들에게 장혜진 선배(최혜숙 원장 역)의 대사처럼 '좋은 엄마가 완벽한 게 아니다. 이기적인 게 아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내가 행복해야 행복한 에너지를 줄 수 있듯 본인이 선택의 폭이 가장 중요하다."
산후조리원 엄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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