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댄스스포츠 국가대표 장혜정(43), 배정부(26) 두 선수가 연습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파라댄스스포츠 국가대표 장혜정(43), 배정부(26) 두 선수가 연습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오승현

 
11월 20일, 인천의 한 댄스 연습실에서 음악에 맞춰 구슬땀을 흘리는 두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바로 파라댄스스포츠 국가대표 장혜정 선수(43)와 배정부 선수(26)이다. 지난 11월 1일 종영한 KBS 1TV <즐거운 챔피언 시즌2>에 출연해 휠체어와 함께 아름다운 몸짓으로 시청자를 압도하며 우승까지 차지한 팀이다. 파라 댄스스포츠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비장애인 선수 두 명이 한 팀이 되어 스탠더드 5종목(왈츠, 탱고, 슬로 폭스트롯, 퀵스텝, 비엔나왈츠)을 뛰는 스포츠 종목이다. 인지도가 낮은 스포츠 종목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연습실로 직접 찾아가보았다.

우리로 말할 것 같으면

"저는 '열정'이요. 뭘 하면 울고불고하더라도 끝까지 해야 해 이런 게 있어요."(장혜정 선수)

장 선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특수학교에 다녔다. 어려서부터 춤 추는 것도 좋아하고 화려한 것도 좋아했던 그는 고등학교에 '잘생긴 오빠들'이 휠체어를 타고 힙합 댄스를 추는 것을 보고 휠체어를 타고도 춤을 출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휠체어에 탄 몸이지만 춤을 너무 좋아했던 그녀는 TV에서 우연히 본 한국인 파라 댄스스포츠 선수를 보고 '싸이월드 파도타기'로 그 선수를 찾아 휠체어 댄스에 관해 물어볼 정도로 춤에 대한 열망이 컸다. 그렇게 춤을 찾는 열정으로 시작하게 된 스포츠댄스, 이 때에도 그녀의 열정은 빛났다.

"6시에 퇴근하면 7시까지 학원에 가서 12시까지 연습했어요. 다들 춤 바람났냐며 미쳤다고 했지만 그래야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결국 장 선수는 취미로 스포츠댄스를 시작한지 2년만인 2013년에 장애 등급분류를 받을 겸 출전한 독일 국제대회에서 당당히 2등을 차지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저는 '몰입'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배정부 선수)

보통 파라 댄스스포츠의 비장애인 선수는 스카우트, 제의 방식을 통해 데려온다. 배 선수도 마찬가지로 일반 선수활동 중 현재 파라 댄스스포츠 감독님의 권유를 통해 파라 댄스스포츠 선수를 하게 되었다. 군대에 있을 때 파라 댄스스포츠 제의를 받았던 배 선수는 이 제의를 진지하게 생각하다 전역 후에 파라 댄스스포츠 선수로 활동하는 것을 결정했다. 일반 댄스스포츠에서 활동하던 선수가 파라 댄스스포츠 제의를 받았을 때의 감정을 물어보는 질문에 배 선수는 이렇게 답했다.

"사실은 이 종목에 대해 잘 모르니까 의아했어요. 그래서 진지하게 생각했죠. 그리고 결심했어요. 이왕 하는 거 내가 모든 걸 다 쏟아보자."

배 선수는 파라댄스스포츠를 시작한 것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할 정도로 이 종목에 몰입하며 많은 것을 쏟았다.

우리가 느껴온 것들
 
 파라댄스스포츠 국가대표 장혜정(43)

파라댄스스포츠 국가대표 장혜정(43) ⓒ 오승현

 
"어떤 선배가 저한테 '참 애쓴다'라는 표현을 쓰더라고요. 그때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휠체어를 타고 춤을 추면 아름답다는 생각보단 애쓴다는 생각이 먼저 들겠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장혜정 선수)

장 선수는 좋아서 시작한 댄스스포츠이지만 주변의 시선에 주눅 든 채 첫 대회에 출전했다. 그녀는 "오히려 댄스스포츠를 시작하며 장애를 더 느꼈어요"라며 등급분류를 받다가 자신의 신체 한계를 새삼 느끼기도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첫 출전에 아픔만 느끼지 않았다.

"뇌성마비 선수가 춤을 추는 걸 처음 보게 되었는데 손이나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표현에서 춤이 다 나오더라고요. 그걸 보고 너무 감동을 받았어요. 그래서 너무 감동을 받아서 이 대회에서는 아시아에도 중증 장애선수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한국에 가서는 중증 장애지만 이런 감동을 전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어요." 눈을 빛내며 당시를 회상한 장 선수였다.

"사실 비장애인이 장애인 스포츠를 하면 아직도 비장애인 선수를 '보조인'으로 봐요. 실제로 종목 이름도 그렇고 연맹 이름도 그렇고요. 많은 언론사가 장애 선수를 더 주목하는 등 장애 선수가 더 빛이 나는 경향이 있기도 해요." (배정부 선수)

장애 선수와 비장애 선수가 함께하는 종목은 모든 장애 종목을 통틀어도 찾기 쉽지 않다. 실제로 '장애인-비장애인' 선수가 한 팀을 이루는 종목은 파라 댄스스포츠가 유일하다. 배 선수는 장애 종목을 하는 비장애인 선수로 모두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왜 멀쩡하신데 파라댄스스포츠 선수를 하세요?'라는 질문도 수도 없이 받았다고.

장 선수는 그동안 봤던 비장애인 선수 중에서는 '왜 비장애인이면서 장애종목을 하지? 일반에서 선수를 뛰기엔 실력이 부족한가?' 하는 주변의 반응 때문에 파라 댄스스포츠 선수라고 당당히 밝히지 못한 선수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배 선수는 이 종목에 들어올 때부터 '최고가 되어보자. 우리 이름을 딴 동작을 이 종목에 남겨보자'는 목표가 있었고, 당당히 파라댄스스포츠 선수라고 밝히고 다녔다. 그만큼 그는 이 종목에 진심이었고 편협한 장애종목 시각의 한계를 넘고싶다고 했다.

우리를 보는 시각에 맞서서
 
 파라댄스스포츠 국가대표 배정부(26)

파라댄스스포츠 국가대표 배정부(26) ⓒ 오승현

 
"저는 항상 어릴 때부터 '나는 꼭 특별한 사람이 될거야'라고 얘기해 왔어요." (장혜정 선수)

'휠체어를 큰 신발이라고 생각해 예쁘게 꾸미기도 하며 저를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하는 장 선수를 보며 그녀에게 장애는 그녀의 꿈을 이루는 데 큰 방해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휠체어 댄스라고 일반 스포츠댄스랑 다르다고들 많이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냥 댄스스포츠에 휠체어가 하나 더 들어갔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기본원리는 일반 댄스스포츠와 똑같아요"라고 말하는 장 선수. 그녀의 목표는 이제 파라댄스스포츠를 알리고 감동을 주는 것을 넘어서 이들 팀만이 가진 색깔 '코리아 댄스'를 알리는 것이다.

"파라 댄스스포츠도, 일반 댄스스포츠와 똑같아요. 예를 들면 우리나라가 유교사상이 있잖아요. 그렇게 따지면 일반 선수도 댄스스포츠 종목이 유교 사상에 비춰져서 손가락질 당할 때 속상할 거예요. 장애고, 댄스스포츠고 편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거죠. 파라댄스스포츠, 댄스스포츠 모두 하나의 스포츠 종목으로 인식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배정부 선수)

배 선수는 마지막 말로 예상 외의 답을 했다. 장애에 관해 답변을 한 것이 아니라 '댄스스포츠'에 관한 인식에 답을 하며 파라댄스스포츠를 '특별한 장애 종목'이 아닌 댄스스포츠의 '일반 종목'으로 대하는 그의 가치관이 드러난 답변이었다.

'저희가 보여주고 싶은 것, 그리고 우리 종목에서 제일 의미 있는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화합이에요.'라고 말하는 그들. '누구 한 명이라도 진심을 알아주면 된다'는 생각으로 항상 열심히 하는 그들의 앞날이 그들의 마음처럼 따뜻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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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댄스스포츠 장혜정 배정부 휠체어댄스스포츠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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