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 사이 영 상, 일본에 사와무라 상이 있듯이 KBO리그 역시 매년 리그 최고의 투수를 선정하여 최동원 상을 시상하고 있다. 최동원 기념사업회에서 고(故) 최동원의 현역 시절 등번호인 11번을 따 매년 11월 11일 최동원 상 시상식을 열지만, 올해는 아직 포스트 시즌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수상자만 발표했다.

2014년부터 시작하여 올해로 7번째 시상한 최동원 상은 부산은행에서 후원하여 시상한다. 25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투수들 중에서 180이닝 이상, 15승 이상, 150탈삼진 이상, 퀄리티 스타트 15경기 이상, 평균 자책점 3.00 이하 등의 조건 중 3가지 이상을 충족해야 후보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위의 조건들을 채울 수 없는 구원투수도 30세이브 이상이면 후보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또한 2018년부터는 고등학교 선수들 중에서도 최동원 상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대선주조에서 후원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부산, 울산, 경상남도 지역의 고등학교 선수들 중에서 선발했으나 2019년부터는 전국으로 확대했으며, 고교 최동원 상이라는 이름이 확정됐다.

최동원 상 수상한 알칸타라, 3년 연속 두산에서 투수 배출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1회말 두산 선발 투수 라울 알칸타라가 역투하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1회말 두산 선발 투수 라울 알칸타라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0년 KBO리그 최동원 상 수상자로는 외국인 선발투수 라울 알칸타라(두산 베어스)가 선정됐다. 알칸타라는 올 시즌 31경기에 선발로 등판(퀄리티 스타트 27회)하여 198.2이닝 20승 2패(승률 0.909) 평균 자책점 2.54에 탈삼진 182개를 기록했다. 리그 유일의 20승 투수로 다승과 승률 1위를 기록했고, 이닝 당 출루 허용률(WHIP) 1.03으로 리그 3위에 평균 자책점 4위를 기록했다.

알칸타라가 최동원 상을 수상하면서 두산 베어스는 최근 3시즌 연속으로 최동원 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2018년과 2019년에 조쉬 린드블럼(현 밀워키 브루어스)이 두산 소속으로 2년 연속 수상했으며, 알칸타라 역시 지난해 KT 위즈에서 활약한 뒤 올해 두산으로 팀을 옮겨 20승 투수가 됐다.

또한 두산은 2020년까지 총 7회의 시상 중 5번이나 최동원 상을 배출했다. 2015년에는 유희관, 2016년에는 장원준 두 왼손 투수가 최동원 상을 수상했다. 나머지 2번인 2014년과 2017년에는 양현종(KIA 타이거즈)이 수상했다. 현재까지 두산의 투수를 제외하고는 양현종이 유일한 수상 선수다.

최동원 상을 선정하는 위원들은 박영길(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을 위원장을 필두로 9명의 선정위원들이 각 1표 씩을 행사한다. 이번 최동원 상 수상 후보에는 알칸타라, 댄 스트레일리(롯데 자이언츠), 드류 루친스키(NC 다이노스), 애런 브룩스(KIA 타이거즈),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라이온즈) 등이 올랐다.

이들 중 알칸타라는 7표를 득표하여 최동원 상을 수상하게 됐다. 원래 11월 11일에 시상식이 열려야 하지만,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KBO리그 시즌이 늦게 시작하게 됐고 아직 포스트 시즌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수상자만 발표했다.

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 등판 앞두고 있는 알칸타라

알칸타라의 소속 팀 두산은 정규 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부터 포스트 시즌을 시작했다. 보통 포스트 시즌을 일찍 준비하는 선발투수들은 정규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컨디션 점검에 주력하지만 두산이 최종 순위를 확정하지 못했고, 알칸타라에게도 개인적으로 20승 도전이 걸려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경기까지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었다.

정규 시즌 팀의 마지막 경기에 등판하고 포스트 시즌을 시작했기 때문에 알칸타라는 그 후폭풍이 남아있다. 알칸타라는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로 등판하여 4.1이닝 4실점으로 고전했으며, 목에 담 증세가 느껴지면서 플레이오프에서는 선발 등판 일정이 3차전으로 밀렸다.

알칸타라에게 있어서는 이번 플레이오프 선발 등판에서 컨디션 이외에도 주목할 요소들이 있다. 정규 시즌에서 KT를 상대로 3경기에 선발 등판하여 2승을 거두긴 했지만 평균 자책점이 4.24로 다소 고전했기 때문이다.

알칸타라가 지난 시즌 KT에서 활약했기 때문에 알칸타라의 투구 스타일을 쉽게 분석할 수 있는 전 동료들도 변수 요소다. 알칸타라는 지난 해 KT 소속으로 27경기에서 11승 11패 평균 자책점 4.01을 기록했다.

공교롭게 3차전 선발 맞대결 상대는 지난 해 함께 뛰었던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다. 쿠에바스는 지난 해에는 30경기 13승 10패 평균 자책점 3.62, 올해는 정규 시즌 27경기 10승 8패 평균 자책점 4.10을 기록했다. 올 시즌 두산을 상대로는 3경기 1승 1패 평균 자책점 5.02를 기록했으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구원 등판했다가 0.2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다.

3년 연속 외국인 투수의 수상, 국내 투수 자원들의 미래는?

올해 최동원 상이 외국인 투수에게 돌아가면서 국내 투수 자원들에 대한 아쉬움도 상대적으로 커지게 됐다. 한국인 투수들로 시상 대상을 한정했을 때는 양현종, 유희관, 장원준 등 왼손 선발투수들만 최동원 상을 수상했다.

외국인 투수들도 수상이 가능하게 범위를 확대하자마자 최동원 상은 외국인 투수들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 사이 영 상과 사와무라 상 역시 국적 제한은 없지만, 최동원 상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외국인 선발투수들에 대한 팀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국내 선수 자원의 현실이 드러난 것이다.

사실 선수 자원들을 발굴하여 시상하는 점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신인 시즌부터 신인상과 MVP를 동시 수상하며 주목 받았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은 최동원 상이 생기기 전에 이미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2020 시즌부터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2014년과 2017년 두 차례 최동원 상을 수상했던 양현종 역시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앞둔 현 시점에서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했다. 물론 해외 선수 시장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지만, 향후 국내 투수 자원들 중에서 뛰어난 투수들이 언제 다시 수상자가 될 수 있을지는 묘연하다.

게다가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등의 투수들도 야구선수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지만 메이저리그 신분을 유지할 경우 국가대표 출전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이들이 30대 초반이라는 점에서 언제 에이징 커브가 올지 알 수 없다. 향후 우리나라 야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새로운 세대의 젊은 선수들을 발굴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다행히 2020년에는 국내의 젊은 투수 자원들 중에서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이 있다. 강력한 신인상 후보로 꼽히는 소형준(KT 위즈)은 올해 정규 시즌에서 2006년 류현진 이후 처음으로 고졸신인 선발투수 10승에 성공했다. 정규 시즌 26경기 13승 6패 평균 자책점 3.86을 기록했으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6.2이닝 3피안타 무실점 투구로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소형준(KT 1차 지명) 이외에도 다른 1차 지명 투수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이민호(LG 트윈스 1차 지명)도 정규 시즌 20경기 4승 4패 평균 자책점 3.69로 가능성을 보였다. 다소 부진하긴 했지만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로 등판하며 팀으로부터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정회열(KIA 타이거즈 퓨처스 전력분석원)의 아들로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부자 동일 팀 1차 지명으로 입단까지 이뤄낸 정해영(KIA 타이거즈)은 일단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수업을 받는 것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 중반 1군에 승격되어 필승조로 활약했고 정규 시즌 47경기 5승 4패 11홀드 1세이브 평균 자책점 3.29로 가능성을 보였으며 향후 선발 기회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구창모(NC 다이노스) 역시 주목 받는 미래 최동원 상 후보 자원이다. 비록 부상으로 2020년에는 15경기 등판에 그쳤으나 9승 무패 1홀드 평균 자책점 1.74로 큰 기대를 모았던 시즌이었다. 구창모는 부상을 회복한 뒤 현재 한국 시리즈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인 투수에 한정하여 시상한다는 규정이 없어졌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 투수들은 피지컬이 뛰어난 외국인 투수들과 똑같은 선에서 경쟁해야 한다. 꼭 최동원 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것이 목표는 아닐지라도, 우리나라 야구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세대의 국내 선발투수 자원들이 성장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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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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