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KBL 서울SK 대 서울삼성 경기에서 서울삼성 이상민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12일 오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KBL 서울SK 대 서울삼성 경기에서 서울삼성 이상민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상민 감독이 이끄는 프로농구 서울 삼성이 개막 3연패에 빠지며 2020-21시즌 시작부터 위기에 봉착했다. 삼성은 지난 9일 개막전에서 원주 DB(90-97)-10일 안양 KGC(84-91)-12일 서울 SK(87-91)을 상대로 모두 패했다. 역시 개막 이후 승리가 없는 울산 현대모비스-고양 오리온(이상 2패)을 제치고 단독 꼴찌가 됐다.

3경기 모두 나름 해볼만한 승부였기에 삼성으로서는 더 아쉬움이 남는다. SK-KGC-DB는 지난 시즌 1-3위팀이고 올시즌도 나란히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었던 팀들이다. 최악의 개막 대진운 속에서 강팀들과 잇달아 접전을 펼친 것은 나름 선방했지만 결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삼성은 3경기 연속 3쿼터까지 리드를 잡고도 4쿼터에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삼성은 경기당 무려 93점을 내주며 최다실점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세 경기 연속으로 90점 이상을 꾸준히 허용하고 있다. 기록상 고양 오리온(104점)과 부산 KT(95점)이 더많은 실점을 내줬지만 두 팀은 지난 10일 맞대결에서 3차연장까지 치렀던 경기가 포함된 결과다. 연장기록(KT 82.6점, 오리온 85점)을 빼면 사실상 삼성이 리그 최다실점팀이다. 삼성은 지난 2019-20시즌도 KT에 이어 리그 최다실점 2위(80.3실점)에 오르며 수비가 약한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마지막 4쿼터에서의 고질적인 집중력 부족은 심각하다. 삼성은 개막 3경기 모두 4쿼터에 가장 많은 실점을 허용했다. 4쿼터에 내준 실점만 무려 평균 28.3점으로 리그 최악이다. KGC전에서는 전반 한때 16점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SK전에서는 3쿼터까지 12점으로 앞서 있었으나 4쿼터에 리드를 모두 까먹었다. DB전에서는 88-88 동점에서 종료 1분 여를 남겨놓고 허웅과 두경민에게 너무 쉽게 연속 득점을 내주며 무너지기도 했다.

사실 삼성의 초반 부진이 큰 이변이라고 까지할 수는 없다. 삼성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창원 LG-인천 전자랜드와 함께 하위권의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올시즌을 끝으로 구단이 해체되는 악재와 험난했던 대진운에도 불구하고 초반 강팀들을 연파하며 2연승을 달렸고, LG도 1승 1패로 선방하고 있다. 두 팀은 승패를 떠나 자신들이 보여줄 수 있는 팀컬러를 확실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다.

어찌보면 현재의 상황이 삼성 전력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삼성은 개막 전부터 수비력에 약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승부처에서 경기를 리드할 확실한 가드의 부재도 지적받았다. 그런대로 잘싸우다가 승부처에서 끝내 무너지는 패턴은 딱 삼성이 가지고 있는 전력만큼의 한계라는 점에서,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결과인 셈이다.

삼성은 김준일, 김동욱, 임동섭, 이관희 등 나쁘지않은 국내 선수진을 보유하고 있고, 올시즌에는 아이재아 힉스(202cm)라는 수준급의 외국인 선수가 가세했다. 하지만 내실은 외화내빈에 가깝다. 롤플레이어로서 준수한 선수는 많지만 다른 팀에 비하여 각 포지션에서 확실한 톱 플레이어라고 할만한 선수가 없다.

원래 약했던 가드진은 천기범마저 상무에 입대한 이후 이호현-김현수-이동엽-김진영 등 머릿수는 많지만 확실한 주전감이라고 할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주포지션이 포워드인데다 어느덧 불혹의 노장인 김동욱이 아직도 리딩의 부담을 짊어져야하는 상황이다. 해결사로 기대했던 힉스는 아직 몸상태가 올라오지 않아 30분 이상을 소화하기 힘든 실정이고 동료들과 손발이 맞추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있다. 선수 스스로 경기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면 벤치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이상민 감독의 작전타임 운용이나 위기관리능력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올 시즌은 이상민 감독과 삼성의 동행이 어쩌면 '라스트 댄스'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점이다. 농구계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의 대명사로 꼽히는 이상민 감독은 올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2년 재계약을 맺었다. 2014년 삼성 사령탑으로 첫 부임한 이래 두 번째 재계약이고, 만일 2022년까지 계약기간을 모두 정상적으로 채운다면 프로 출범 이래 역대 삼성 사령탑 중 최장수 감독(8시즌)이 된다. 종전 기록은 두 번에 걸쳐 삼성 감독직을 역임했던 김동광 전 감독(1998-2004, 2012-2014.1월/ 마지막 시즌 중도 사퇴)이 이끌었던 약 7년 8개월, 단일 재임기간으로 국한하면 7시즌간 팀을 이끌었던 안준호 전 감독(2004-2011)의 기록을 넘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이상민 감독이 삼성에서 올린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지난 6시즌 동안 플레이오프 진출은 2회 뿐이었고 구단 역사상 최악의 성적으로 꼴찌만 2번(2014-15, 2018-19시즌 11승 43패)이나 기록했다. 2016~2017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기록하며 최고 성적을 기록했으나 당시 라건아(현 KCC)와 문태영 등 모비스의 챔프전 3연패를 이끌었던 호화멤버를 그대로 데려오고도 우승 한 번 차지하지 못한 것은 그리 성공적이라고 볼 수 없었다.

2017년 첫 번째 재계약 이후로 최근 3시즌 동안은 7위-10위-7위를 기록하며 줄곧 하위권을 전전하며 라건아 시대 이후 팀의 체질개선과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 사태로 리그가 조기종료된 지난 2019-20시즌에는 19승 24패(.442)로 7위에 그치며 6강 PO 진출권에 들지 못했다. 삼성에서 정규시즌 통산성적은 14일 현재까지 316경기 129승 187패(승률 .408)에 그치고 있다.

이상민 감독은 부임이후 줄곧 빠르고 공격적인 농구를 표방했지만 고유의 특색있는 팀컬러를 구축하지는 못했다. 본인이 특급 가드 출신임에도 7년째 팀의 고질적인 가드난에 대하여 선수육성이나 전술적으로 대안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상민 감독이 초라한 성과에도 다시 한번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의 여전한 스타성과, 모험을 꺼린 구단의 보수적인 마인드 덕분이었다. 이상민 감독은 지도자로서는 실망스러운 성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팬들 사이에서는 어지간한 선수들보다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최근 스포츠 구단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줄어든 삼성 구단으로서는 이상민 감독을 포기한다고 해도 현재 프로농구 인재풀에서 더 나은 대안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상민의 삼성은 올시즌도 초반부터 부진한 행보를 이어가며 기대보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삼성은 2005-06시즌 우승을 끝으로 14년간이나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하며 왕년의 농구명가로서의 위상은 점점 잊혀진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 이상민 감독과 삼성은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이상민감독 서울삼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