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후 모리뉴 감독과 손잡는 손흥민

경기 후 모리뉴 감독과 손잡는 손흥민 ⓒ EPA/연합뉴스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가 2020-21시즌 개막전을 불안한 패배로 출발했다. 1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1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전에서 토트넘은 에버턴에게 0-1로 덜미를 잡혔다.

손흥민은 에버턴전에서 EPL 진출 이후로는 6시즌만에 처음으로 개막전에 선발출장했다. 손흥민은 토트넘 입단 이후 그동안 개막전과 유독 인연이 없는 징크스가 있었다. 이적 첫 해는 시즌 개막 이후에 토트넘 이적을 확정지었고, 2016-17시즌에는 리우올림픽 와일드카드 차출, 2017-18시즌에는 A매치에서 당한 팔부상으로 결장했다.

2018-19시즌에는 드디어 개막전에 출장했지만 러시아 월드컵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참가 등으로 인한 체력 안배 차원에서 선발이 아닌 교체로 나섰다. 2019-20시즌에는 전 시즌에 당한 퇴장징계의 여파로 시즌 초반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에버턴은 손흥민과 이래저래 인연이 많은 팀이기도 했다. 손흥민은 지난해 11월 에버턴전에서 태클을 시도했다가 상대 선수 안드레 고메스에게 큰 발목부상으로 이어지는 사고가 발생하여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지난 7월 열린 에버턴과의 재대결에서는 하프타임에 팀주장이자 골키퍼인 위고 요리스와 수비가담 문제로 큰 언쟁을 벌이는 해프닝이 발생하여 화제가 됐다. 이 장면은 아마존 프라임에서 제작한 토트넘의 다큐멘터리 '올 오어 낫띵'에서도 다시 조명되기도 했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에버턴과의 맞대결에서는 1승 1무로 우위를 점했으나 이번에는 개막전에서부터 뼈아픈 일격을 당했다.

손흥민은 에버턴과의 개막전에서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출장하며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공격포인트를 만들어내는데 실패했다. 프리시즌에 펼쳐진 4번의 연습경기에서 팀내 최다인 4골을 기록하며 좋은 몸상태를 보여준 손흥민은, 이날도 경기 시작 3분만에 토트넘의 첫 유효슈팅을 기록하는가 하면 세트피스 전담 키커로 나서는 등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격의 활로를 열기 위하여 분전했다.

하지만 경기 내내 동료들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여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팽팽한 승부를 이어가던 토트넘은 후반 10분 에버턴의 도미닉 칼버트-르윈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균형이 무너졌고, 실점 이후에 오히려 상대에게 더 많은 찬스를 허용하며 흔들리다가 제대로 된 반격 한번 못해보고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토트넘은 이날 손흥민을 제외하면 선수들의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좋지 못한 모습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시즌이 늦게 종료되며 예년보다 휴식기가 짧았던 데다 해리 케인 등 토트넘의 주축 선수들 상당수가 이런저런 이유로 팀의 프리시즌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자연히 선수들의 신체 컨디션이 나쁠 수밖에 없었고, 그 여파는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수비를 강조하는 것이 무리뉴 축구의 스타일인데 토트넘은 선수들이 경기감각과 체력적 부담 때문인지 최전방에서부터 압박의 강도가 느슨해졌다. 이는 에버턴에 자주 역습할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몇몇 선수는 아예 수비가담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무리뉴 감독의 경기운영 방식도 문제

무리뉴 감독의 경기운영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에도 수비에 비하여 공격에 있어서는 선수들의 개인능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세부적인 공격전술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날도 토트넘의 답답한 공격전개는 여전했다.

무리뉴 감독은 후반 손흥민을 전방으로 끌어올려 케인과 투톱으로 배치하거나, 미드필더를 잇달아 교체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무리뉴 감독의 전술변화는 경기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첫 패배 직후 선수들의 경기력과 정신자세에 불만을 드러내며 책임을 전가하는 무리뉴식 독설 인터뷰도 여전했다.

무리뉴 감독은 포르투-첼시-인테르-레알 마드리드 등 수많은 명문클럽들을 거치며 부임 2번째 시즌에 항상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등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무리뉴 2년차'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 기록이 처음으로 무너진 것이 바로 전 소속팀인 맨유 시절이다. 무리뉴가 성공했던 팀들은 모두 당시 감독이 원하는 최고의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최상의 전력을 구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토트넘은 준수한 선수단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향평준화된 빅클럽이 많은 EPL에서 독보적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고, 부자 구단처럼 선수 영입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팀도 아니다. 전술적 유연성이 부족한 무리뉴의 축구가 최근 몇 년간 시대흐름에 갈수록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시즌 무관에 그치며 리그에서도 6위에 머물러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놓친 토트넘은 올시즌 빅4 재진입과 유로파리그, FA컵 등에서 우승도전으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부족한 전력보강과 불안정했던 프리시즌, 지난 시즌에 비하여 크게 나아진 게 없어보이는 팀스피릿과 조직력 문제 등은 올시즌도 쉽지 않은 행보를 우려하게 한다.

어느덧 20대 후반의 나이로 축구선수로서 전성기에 접어든 손흥민에게도 올시즌은 선수 경력에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손흥민과 토트넘은 오는 18일 로코모티프 플로브디프(불가리아)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2차예선에서 다시 첫 승에 도전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손흥민 토트넘 무리뉴 에버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