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격 팀 광주 FC가 지난주에는 선두 울산의 발목을 잡더니 이번에는 갈 길이 더 바쁜 전북의 발목을 잡았다. 비록 강팀들을 상대로 이긴 것은 아니지만 그들에게 승점 1점씩 공평(?)하게 나눠준 셈이다. K리그 1 코로나 시즌 막바지에 광주 FC가 묘한 키를 쥔 셈이 됐다. 상위 스플릿을 노리고 있는 광주 FC 입장에서도 최상위 두 팀을 상대로 연달아 두 게임을 뛰면서 패하지 않고 모두 비겼다는 사실이 놀랍다.

박진섭 감독이 이끌고 있는 광주 FC가 12일 오후 4시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20라운드 전북 현대와의 홈 게임에서 발 빠른 날개 공격수 엄원상의 2득점 활약에 힘입어 3-3으로 비겨 순위표를 1계단 올려놓아 상위 스플릿을 노릴 수 있게 되었다.

엎치락뒤치락 전라 더비 매치

이 게임 어웨이 팀 전북 현대 입장에서 지난 6일 울산 현대와 1-1로 비긴 광주 FC가 고마웠을 것이다. 승점 1점이 아쉬운 시즌 막바지 일정상 우승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는 상대의 발목을 잡아주었기 때문이다. 광주 FC가 울산 현대를 상대로 짠물 게임을 펼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지난 5월 30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게임에서도 울산 현대는 광주 FC를 이기지 못하고 1-1로 승점 1점만 챙겼던 것이다. 

4년 연속 K리그 1 우승 트로피를 노리고 있는 전북 현대 입장에서 이쯤이면 전라 더비 매치 라이벌 격인 광주 FC 덕분에 승점 차를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된 셈이다. 만약 이 게임을 전북 현대가 이길 수 있다면 지난 6월 21일 전주성 게임 1-0 승리에 이어 같은 팀을 상대로 얻어낼 수 있는 정규 라운드 최대 승점 6을 독차지할 수 있는 것이니 속으로 기대가 컸다. 이렇게 울산 호랑이 꼬리잡기 가시권까지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전북이다.

하지만 전북은 게임 시작 후 4분도 안 되어 광주 FC 엄원상의 빠른 스피드에 어이없는 골을 내주며 흔들렸다. 광주 FC 센터백 아슐마토프가 길게 넘겨준 공을 전북 수비수들이 바운드시키는 바람에 어정쩡하게 앞으로 나와 있던 골키퍼 송범근도 키를 넘어오는 엄원상의 로빙 슛을 그저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최근 전북의 수비 조직력이 무너진 이유가 동료 간 소통 부재 때문이라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비교적 이른 시간 실점으로 그나마 따라붙을 기회가 있다는 것이 전북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11분에 귀중한 동점골을 뽑아낸 것이다. 조규성이 왼쪽 측면을 휘젓고 밀어준 공을 잡은 김보경의 오른발 슛이 윤평국 골키퍼가 지키고 있는 광주 FC 골문 크로스바에 맞고 나오자 곧바로 한교원의 헤더 골이 터진 것이다.

어웨이 팀 전북 현대는 내친 김에 점수판을 뒤집었다. 26분에 오른쪽 측면에서 풀백 이용이 낮은 궤적으로 이승기를 겨냥한 얼리 크로스를 보내주었는데 광주 FC 미드필더 여름 다리에 맞고 굴절되어 자책골로 들어간 것이다. 동점골과 역전골 모두 전북에게는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놀라운 역습 속도 '엄원상'의 재역전 골 

지난 달 23일 상주 상무와의 홈 게임 2-1 승리 이후 3게임만에 다시 승리를 노리는 전북 현대가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게임을 뒤집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광주 FC는 지난 달 8월부터 단 한 게임도 패하지 않고 2승 4무(13득점 9실점)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팀이기 때문에 울산 따라잡기에 바쁜 전북으로서 한 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되는 상대였다.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전반 종료 직전 광주 FC가 프리킥 세트 피스로 2-2 동점골을 터뜨렸다. 임민혁의 프리킥을 수비수 홍준호가 받아서 오른발 인사이드 발리슛을 정확하게 꽂아넣은 것이다. 광주 FC는 이 기세를 후반전까지 그대로 몰아갔다. 그 중에서 엄원상의 역습 스피드는 보는 이들 모두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엄원상은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방향 전환 드리블 능력까지 갖추었기 때문에 홍정호가 중심에 선 전북 수비 라인이 감당하기 벅찰 정도였다. 

49분에 엄원상의 스피드와 방향 전환 드리블 기술이 또 한 번 통했는데 마무리 왼발 슛이 전북 골문 오른쪽 기둥 옆으로 벗어났지만 광주 FC의 에이스 엄원상은 58분에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동료 미드필더 임민혁의 역습 전진 패스를 받은 엄원상은 자신을 따라붙는 전북 현대 노련한 풀백 최철순을 따돌리고 왼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차 넣었다. '동점(11분) - 역전(26분) - 동점(45분) - 재역전(58분)'에 이르는 게임 흐름은 함부로 예측할 수 없는 소용돌이를 일으킨 것이었다.

이 게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은 곧바로 5분 뒤에 세 번째 동점골로 입증됐다. 전북 현대 미드필더 김보경의 전진 패스를 받은 골잡이 구스타보가 광주 FC 센터백 아슐마토프를 등지고 돌아서면서 반 박자 빠른 오른발 터닝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지난 달 대구 FC와 만나서 10골을 주고받으며 6-4로 이긴 바 있는 광주 FC이기에 골 잔치 게임이 이제는 익숙할 정도였다.

광주 FC로서는 강원 FC, 성남 FC, FC 서울과 승점이 21점으로 같은 입장이었기 때문에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득점 숫자에 3을 보탠 것은 상위 스플릿을 바라는 상황에서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후에도 광주 FC는 도움 2개로 엄원상 못지 않게 활약한 미드필더 임민혁의 왼발 슛(86분)과 후반전 교체 선수 펠리페의 후반전 추가 시간 헤더 슛(90+1분)이 아쉽게 빗나가는 바람에 승점 2점을 더 주워 담지 못했다. 

반면에 우승 경쟁을 위해 갈 길 바쁜 전북 현대는 78분에 부상을 딛고 돌아온 골잡이 이동국까지 교체로 들여보냈지만 광주 FC의 골문을 제대로 위협하지는 못한 채 승점 1점을 받아들고 돌아서야 했다. 이제 전북 현대는 오는 15일(화) 오후 7시 전주성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울산 현대를 만나 호랑이 꼬리잡기가 가능할 것인가를 살피게 된다. 광주 FC도 같은 날 오후 8시 3위 상주 상무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2020 K리그 원 20라운드 결과(12일 오후 4시, 광주축구전용구장)

광주 FC 3-3 전북 현대 [득점 : 엄원상(4분,도움-아슐마토프), 홍준호(45분,도움-임민혁), 엄원상(58분,도움-임민혁) / 한교원(11분), 여름(26분,자책골), 구스타보(63분,도움-김보경)]

광주 FC 선수들
FW : 두현석(75분↔펠리페), 김주공(87분↔마르코), 엄원상(62분↔김효기)
MF : 박정수, 임민혁, 여름
DF : 이민기, 아슐마토프, 홍준호, 김창수
GK : 윤평국

전북 현대 선수들
FW : 구스타보
AMF : 조규성(78분↔이동국), 김보경, 이승기(46분↔바로우), 한교원
DMF : 신형민
DF : 최철순, 최보경(83분↔쿠니모토), 홍정호, 이용
GK : 송범근

2020 K리그 원 20라운드 12일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47점 14승 5무 1패 43득점 13실점 +30
2 전북 현대 42점 13승 3무 4패 34득점 18실점 +16
3 상주 상무 35점 10승 5무 5패 25득점 23실점 +2
4 포항 스틸러스 31점 9승 4무 6패 34득점 25실점 +9
5 대구 FC 27점 7승 6무 7패 33득점 29실점 +4
6 광주 FC 22점 5승 7무 8패 26득점 31실점 -5
7 성남 FC 22점 5승 7무 8패 17득점 21실점 -4

8 강원 FC 21점 5승 6무 8패 24득점 30실점 -6
9 FC 서울 21점 6승 3무 10패 17득점 35실점 -18
10 부산 아이파크 20점 4승 8무 7패 20득점 27실점 -7
11 수원 블루윙즈 17점 4승 5무 10패 17득점 23실점 -6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14점 3승 5무 11패 14득점 29실점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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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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