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더 렌탈' 포스터

'더 렌탈' 포스터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2017년 개봉한 영화 <스노든>에는 소름 끼치는 대사가 등장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노트북. 그 위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언제든 도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통신의 사회는 우리의 삶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지만, 동시에 어디를 다녀도 감시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함께 조성했다. 거리의 수많은 CCTV와 차량의 블랙박스, 스마트폰의 동영상 촬영 기능은 누구나 감시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배우 데이브 프랭코의 감독 데뷔작 <더 렌탈>은 몰래카메라를 소재로 한 스릴러 영화다. 작품은 공간을 오리건 해변의 멋진 뷰가 보이는 렌탈 하우스로 설정한다. 이곳은 휴가를 즐기기에 최상의 장소다. 휴가하면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걸 떠올린다. 집-직장을 반복하는 생활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찾은 그곳에서 누군가에게 감시당한다는 설정만으로도 서스펜스를 유발하기 충분하다.
 
연인 사이인 찰리와 미셸은 찰리의 동생 조쉬 커플과 함께 렌탈 하우스로 휴가를 온다. 편안하고 즐거운 휴가도 잠시, 그들은 누군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을 느낀다. 작품은 이런 불안을 품은 서스펜스를 세 가지 방법을 통해 증폭시킨다. 어떤 사건이 터질 듯한 분위기를 이끌며 긴장감을 최고조로 올린다.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이 방법을 통해 관객의 집중력을 유지시킨다.

서스펜스를 증폭시키는 세 가지 방법
  
 '더 렌탈' 스틸컷

'더 렌탈' 스틸컷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첫 번째는 렌탈 하우스의 예약이다. 찰리는 좋은 렌탈 하우스 예약에 성공했다고 기뻐한다. 그런데 그 집은 조쉬의 여자친구 미나가 찰리보다 앞서 예매를 하려다 실패한 집이다. 미나는 안 됐는데 찰리는 됐다. 미나는 관리인이 고의적으로 예매를 취소시켰다고 의심한다. 두 커플은 농담처럼 그 이야기를 하지만 이 복선은 무서운 사실을 품고 있다. 이 집은 찰리가 오도록 처음부터 설정되었다는 점이다.
 
찰리가 이 집을 선택한 게 아니라, 집이 찰리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두려움을 느끼게 만든다. 무엇보다 누군지 알 수 없는 존재는 왜 찰리를 택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더 렌탈> 스틸컷

<더 렌탈> 스틸컷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두 번째는 수상한 관리인 테일러의 존재다. 렌탈 하우스의 관리인인 테일러는 첫 등장부터 위협적이다. 그는 찰리 일행에게 왜 이 집에 왔냐며 공격적으로 질문한다. 마치 그들이 와서는 안 될 곳에 왔다는 듯이. 미나가 자신의 예약이 취소된 점을 언급하자 테일러는 또다시 까칠한 반응을 보이며 다소 섬뜩한 이미지를 풍긴다. 마을과 완전히 동떨어진 렌탈 하우스에서 그들이 의지해야 할 사람은 테일러인데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진다.
 
이런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지점은 몰래카메라가 발견된 시점이다. 몰래 이 집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 집안의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테일러가 유일하다. 만약 테일러가 그들을 여기로 유인한 사람이라면 최악의 적이 될 것이다. '혹시 테일러일까' 하는 긴장감은 서서히 부풀어 오르는 풍선 같은 서스펜스를 보여준다.
  
 <더 렌탈> 스틸컷

<더 렌탈> 스틸컷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세 번째는 네 주인공 사이의 갈등이다. 조쉬와 미쉘이, 찰리와 미나가 같이 있을 때마다 상대에 대해 몰랐던 일을 알게 되고, 이로 인해 서로의 갈등이 심화된다. 그 갈등은 긴장감을 더욱 끌어올린다. 그들을 감시하고 있는 '누구'의 존재와 더불어 네 사람은 서로를 감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공포영화의 공식 중 하나는 사건이 터졌을 때 가장 먼저 무리에서 이탈한 사람이 희생양이 된다는 점이다. 어딘가에 숨어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지 모르는 감시자를 상대로 하나로 뭉쳐도 모자랄 마당에 한 명씩 이탈을 거듭하며 관객을 초조하게 만든다.
 
<더 렌탈>은 익숙한 설정으로 특별한 공포를 자아낸다. 외딴 휴가 장소에서 누군가 날 노리고 있다는 설정은 익숙하지만, 시각과 청각, 심지어 사람의 마음까지 모두 엿보고 감시하는 보이지 않는 '누구'는 근원적인 두려움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적절한 복선과 맥거핀을 조미료로 삼고, 감시라는 설정을 주재료로 맛깔나는 요리를 선보인 이 작품은 감독 데이브 프랭코의 가능성 엿볼 수 있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더 렌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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