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5시 30분,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19라운드 강원FC(이하 강원)와 인천유나이티드(이하 인천)의 경기에서 인천 무고사가 득점 후 골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6일 오후 5시 30분,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19라운드 강원FC(이하 강원)와 인천유나이티드(이하 인천)의 경기에서 인천 무고사가 득점 후 골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9월 첫 일요일 저녁 강릉에도 비가 많이 내렸지만 후반전은 그 어느 게임보다 뜨거웠다. 51분부터 70분에 이르기까지 19분 동안 양쪽 골문 안으로 무려 다섯 골이나 들어갔으니 눈을 잠시라도 뗄 수가 없는 빅 게임이었다. 직전 게임에서 4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노리고 있는 강팀 전북 현대를 이긴 강원 FC가 강등 0순위라고 하는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발목을 잡힐 줄은 몰랐다. 관중들의 박수 소리조차 안 들리는 그라운드여서 슬프지만, 리그 끝자락이 가까워질수록 믿기 힘든 축구 드라마는 이어지고 있다.

조성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6일 오후 5시 30분 강릉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19라운드 강원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몬테네그로 국가대표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의 해트트릭 활약에 힘입어 3-2 펠레 스코어로 이겨 11위 수원 블루윙즈를 다시 승점 3점 차로 따라붙었다.

단 13분 만에 이룬 '무고사' 해트트릭

몬테네그로 국가대표 팀에 뽑혔다는 공문이 온 인천 유나이티드의 스테판 무고사는 묘하게도 같은 날 니코시아에서 뛸 형편이었다. 몬테네그로의 UEFA(유럽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 일정으로 9월 6일 키프러스 어웨이 게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 달 하순 FIFA(국제축구연맹)과 UEFA는 5일 이상 자가격리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선수는 국가대표팀의 부름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규정에 합의했다. 꼴찌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눈물겨운 소식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지듯 이 19라운드 강릉 게임에서도 놀라운 일이 후반전에 벌어졌다. 축구 게임에서 한 선수가 세 골을 터뜨릴 때 '해트트릭'이라는 특별한 수식어를 붙여주는데 인천 유나이티드를 겨우겨우 먹여살리고 있는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가 지난 해 울산 현대와의 게임에 이어 두 번째로 해트트릭을 이룬 것이다. 숫자만 놓고 봐도 순도 높은 고감도 해트트릭이었다. 무고사가 3골을 넣은 13분 사이에 다른 선수의 득점 기록도 없으며 그것이 실제로 귀중한 승점 3점으로 고스란히 적립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첫 날 벌어진 울산 현대와의 홈 게임에서도 놀라운 해트트릭을 성공시키며 극적인 3-3 점수판을 완성시킨 스테판 무고사는 51분에 강한 오른발 페널티킥 골로 득점 행진을 시작했다. 2분 전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수비수 양준아가 핸드 볼 반칙(강원 FC 이호인) 상황을 일으키는 왼발 돌려차기 덕분이었다.

무고사의 득점 감각은 거짓말처럼 9월에 절정의 시간을 맞이한 것이다. 페널티킥 골이 터지고 11분 뒤에 지언학이 오른쪽 측면으로 역습 드리블을 빠르게 전개했다. 그의 앞에는 노련한 수비수 신세계가 가로막고 있었지만 지언학은 거리를 충분히 두고 반대쪽 준비 상황을 바라보며 자로 잰 듯한 오른발 크로스를 넘겨주었다. 그 사이 강원 FC 센터백 김영빈 뒤로 돌아들어간 무고사가 기다렸다는 듯 스탠딩 스파이크 헤더 골을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히 꽂아넣었다.

무고사는 그리고 2분 뒤 더 놀라운 집중력으로 해트트릭 쇼를 완성시켰다. 강원 FC 미드필더 이재권이 시작한 빌드 업을 인천 유나이티드 윙백 김준엽이 매우 높은 위치에서 바짝 따라붙어 가로채기했고 이 공은 곧바로 무고사의 발 앞에 전달됐다. 여기서 무고사의 번뜩이는 오른발 힐킥 골이 강원 FC 골문 안으로 굴러들어간 것이다. 순발력 뛰어난 골키퍼 이범수도 무고사의 힐킥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팀 득점의 57.14%

무고사의 해트트릭은 이번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가 한 게임에서 넣은 가장 많은 득점 기록이다. 7월 1일 수원 FC(K리그 2)와 두 골씩 주고받은 FA(축구협회)컵 기록을 빼고 이 게임 전까지 인천 유나이티드는 K리그 1에서 2골 이상을 넣은 적 없이 무득점이거나 겨우 1득점에 그칠 뿐이었다.

그만큼 무고사의 해트트릭은 몹시도 길었던 인천 유나이티드의 골 가뭄을 해소한 것이다. 이 골들로 단숨에 득점 랭킹 공동 5위(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 8골, 전북 현대 한교원 8골)에 올라온 것은 물론 K리그 1 팀 득점의 57.14%(인천 유나이티드 14득점 중 무고사 8득점)를 담당하는 엄청난 기여도를 자랑한 셈이다.

22골로 이미 득점왕 타이틀을 손에 넣은 것이나 다름없는 골무원 '주니오'(울산 현대)도 팀 전체 42득점의 절반 이상(52.38%)을 담당했지만 무고사가 이번 해트트릭으로 주니오의 득점 기여도를 뛰어넘은 것이라 더 놀랍다.

무고사의 놀라운 해트트릭 이후 강원 FC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을 날카롭게 포위했다. 2분도 지나지 않아서 교체 선수 김지현이 행운(?)의 골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오반석이 오른발 롱 킥을 날렸을 때 김지현이 바로 앞까지 뛰어든 덕분이었다. 

강원 FC 김병수 감독의 교체 지시가 또 한 번 놀라게 한 것은 겨우 4분 뒤의 일이었다. 김지현 다음으로 바꿔 들어간 조재완이 70분에 왼쪽 코너킥을 오른발로 감아올렸고 수비수 이호인이 가까운 쪽 포스트로 뛰어들며 절묘한 헤더 골을 터뜨린 것이다.

20분 이상 남은 시간을 감안하면 강릉 극장의 축구 드라마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난 해 6월 23일 춘천에서 열린 '강원 FC 5-4 포항 스틸러스' 게임의 전율이 다시 떠오를 정도였다. 하지만 꼴찌 탈출을 염원하는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의 간절함은 종료 휘슬 소리를 더욱 또렷하게 들려주었다. 75분에 강원 FC 교체 선수 조재완이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오반석을 따돌리고 오른발로 낮게 감아찬 슛이 오른쪽 기둥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난 순간이 절정의 시간이었다. 

그 이후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비에 젖은 몸이 무겁기도 했지만 부상을 무릅쓰고 온몸을 내던져 강원 FC의 동점골 의지를 막아냈다. 전반전에 정석화의 중거리슛을 기막히게 몸 날려 쳐낸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태희는 후반전 추가 시간에도 강원 FC의 오른쪽 측면 컷 백 크로스를 향해 또 한 번 몸을 날려 그 어느 때보다 귀중한 승점 3점을 지켜냈다.

이제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13일 오후 7시 구덕운동장으로 찾아가 부산 아이파크(10위)와 만나며, 강원 FC(6위)도 같은 날 같은 시각 포항 스틸러스(4위)를 강릉으로 불러들인다.

2020 K리그 원 19라운드 결과(6일 오후 5시 30분, 강릉종합운동장)

강원 FC 2-3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김지현(66분), 이호인(70분,도움-조재완) / 무고사(51분,PK), 무고사(62분,도움-지언학), 무고사(64분,도움-김준엽)]

강원 FC 선수들
FW : 김승대, 고무열, 정석화(55분↔김지현)
MF : 김경중(68분↔조재완), 이재권, 한국영, 신광훈
DF : 신세계, 김영빈, 이호인
GK : 이범수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
FW : 아길라르, 스테판 무고사(88분↔김대중)
AMF : 정동윤, 김준범(80분↔이우혁), 지언학(73분↔송시우), 김준엽
DMF : 김도혁
DF : 오반석, 양준아, 김연수
GK : 이태희

2020 K리그 원 19라운드 순위표
1 울산 현대 46점 14승 4무 1패 42득점 12실점 +30
2 전북 현대 41점 13승 2무 4패 31득점 15실점 +16
3 상주 상무 34점 10승 4무 5패 25득점 23실점 +2
4 포항 스틸러스 31점 9승 4무 6패 34득점 25실점 +9
5 대구 FC 26점 7승 5무 7패 32득점 28실점 +4
6 강원 FC 21점 5승 6무 8패 24득점 30실점 -6
7 광주 FC 21점 5승 6무 8패 23득점 28실점 -5
8 성남 FC 21점 5승 6무 8패 17득점 21실점 -4
9 FC 서울 21점 6승 3무 10패 17득점 35실점 -18
10 부산 아이파크 20점 4승 8무 7패 20득점 27실점 -7
11 수원 블루윙즈 17점 4승 5무 10패 17득점 23실점 -6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14점 3승 5무 11패 14득점 29실점 -15

2020 K리그 1 득점 랭킹
1 주니오(울산 현대) 22골 / 게임 당 1.2골
2 세징야(대구 FC) 12골 / 게임 당 0.7골
2 일류첸코(포항 스틸러스) 12골 / 게임 당 0.6골
4 펠리페(광주 FC) 10골 / 게임 당 0.5골
5 스테판 무고사(인천 유나이티드 FC) 8골 / 게임 당 0.5골
5 한교원(전북 현대) 8골 / 게임 당 0.4골
7 강상우(포항 스틸러스) 7골 / 게임 당 0.4골 
7 송민규(포항 스틸러스) 7골 / 게임 당 0.4골
9 고무열(강원 FC) 6골 / 게임 당 0.4골
9 김지현(강원 FC) 6골 / 게임 당 0.4골
9 데얀(대구 FC) 6골 / 게임 당 0.4골
9 이정협(부산 아이파크) 6골 / 게임 당 0.4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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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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