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2020 KOVO컵 대회 경기 모습 (충북 제천체육관, 2020.9.5)

김연경, 2020 KOVO컵 대회 경기 모습 (충북 제천체육관, 2020.9.5) ⓒ 한국배구연맹

 
여자 프로배구 '2020 KOVO컵 대회'는 일반 대중과 배구팬들로부터 역대 최고의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세계적 슈퍼 스타인 김연경(32세·192cm)이 10년 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했기 때문이다.

KOVO컵 대회는 한국배구연맹(KOVO)이 매년 비시즌 기간에 주최하는 컵 대회이다. 이번 2020 KOVO컵 여자배구 대회는 지난달 30일부터 5일까지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무관중' 경기로 열렸다.

결말도 극적이었다. 5일 열린 결승전에서 김연경의 합류와 함께 '절대 1강'으로 꼽혔던 흥국생명이 GS칼텍스에게 패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준결승전까지만 해도 압도적 경기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며, '무실 세트 전승 우승'까지 예상됐던 상황에서 일격을 당한 것이다. GS칼텍스의 전략과 투혼이 일궈낸 승리였다.

한편, 이번 KOVO컵 대회의 선수별 기록을 살펴보면, 비시즌 동안 준비 상태와 올 시즌 활약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아래 선수 기록은 KOVO가 집계한 공식 기록으로 해당 선수가 이번 KOVO컵 대회에서 뛴 모든 경기의 기록을 합산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다.

공격수 능력 '3대 지표'... 김연경 1위 휩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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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국

 
우선 '득점' 부문에서는 GS칼텍스 외국인 선수 러츠(26세·206cm)가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124득점으로 전체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다. 세트당 득점도 5.90으로 1위다. 이어 라자레바(5.66), 디우프(5.64), 이재영(5.40), 김연경(5.00) 등 총 5명만 세트당 5득점 이상을 기록했다.

러츠는 '블로킹'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세트당 평균 1.143개를 기록했다. 이어 2위 정대영(0.750), 3위 김세영(0.733), 4위 디우프(0.714), 5위 양효진(0.692) 순이었다. 

공격수의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인 공격성공률, 공격 효율, 오픈공격 성공률 3개 부문에서는 김연경이 1위를 휩쓸었다.

KOVO가 공표하는 공격성공률, 오픈공격 성공률 등 공격 분야의 순위는 모두 '팀 내 공격 점유율이 20% 이상'인 선수만을 대상으로 순위를 매긴다.

그에 따르면, '공격성공률' 부문에서 김연경은 42.41%로 1위에 올랐다. 2위는 현대건설 외국인 선수 루소 41.53%, 3위 러츠 39.92%, 4위 이재영 39.06%, 5위 강소휘 38.24%를 각각 기록했다.

최근에는 공격성공률보다 더 중요하고 의미 있게 평가하는 지표가 있다. 바로 '공격 효율'이다. 공격 효율은 공격성공 숫자에서 상대 팀 블로킹에 걸리거나 범실로 실패한 숫자를 뺀 '순수 공격성공률'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공격 효율은 대부분 공격성공률보다 수치가 낮을 수밖에 없다.

'공격 효율' 부문에서도 김연경은 독보적 1위를 기록했다. 김연경은 공격 효율 32.91%로 유일하게 30%대를 넘겼다. 

2위는 루소 27.12%, 3위 이재영 27.08%, 4위 강소휘 27.06%, 5위 박정아 26.85% 순이었다. 득점 1위의 러츠는 공격 효율 부문에선 23.87%로 다소 낮았다.

주로 어려운 볼을 처리하는 '오픈공격 성공률' 부문에서도 김연경은 2위와 큰 격차로 1위를 차지했다. 김연경의 오픈공격 성공률은 44.64%였다. 이어 러츠 36.59%, 정지윤 36.54%, 양효진 35.29%, 디우프 35.16% 순이었다.

팀 훈련 합류 2~3개월 늦었지만... 공격과 수비 '존재감'
 
수비의 핵심인 서브 리시브 부문에서는 임명옥과 김연경이 50%가 넘는 리시브 효율을 기록했다. 팀 내 리시브 점유율이 20% 넘는 선수 중에서 리시브 효율 50% 이상인 선수는 임명옥과 김연경 2명뿐이었다.

리시브 효율은 서브 리시브 성공(정확) 수에서 실패 수를 뺀 '순수 리시브 성공률'을 의미한다. KOVO가 공표하는 리시브 효율 순위는 '팀 내 리시브 점유율이 25% 이상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이번 KOVO컵 대회는 경기 수가 적어 6개 팀 중 3팀의 주전 리베로가 팀 내 리시브 점유율이 25% 미만이었다. 때문에 수비의 핵심인 주전 리베로를 모두 포함시키기 위해 리시브 점유율 20% 이상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리시브 전체 순위를 살펴봤다.

그 결과 '리시브 효율' 부문 1위는 한국도로공사 주전 리베로인 임명옥(34세)이었다. 리시브 효율 52.83%(점유율 21.3%)를 기록했다. 2위는 김연경이었다. 리시브 효율 50.91%(점유율 20.0%)를 기록했다.

3위는 국가대표 리베로 오지영(32세·KGC인삼공사)으로 리시브 효율 49.38%(점유율 23.8%)였다. 4위는 GS칼텍스 주전 리베로 한다혜(25세)로 리시브 효율 48.08%(점유율 27.5%)를 기록했다. 1~4위 선수 중 리베로가 아닌 공격수는 김연경이 유일하다.

김연경은 팀 훈련 합류 시기가 늦어 이번 KOVO컵 대회에서 몸 상태와 경기력이 60~70%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핵심 공격 지표 3관왕과 서브 리시브 2위를 기록했다. 공격과 수비력을 겸비한 완성형 공격수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셈이다. 

김연경은 지난 7월 14일 흥국생명 팀 훈련에 합류했다. 다른 국내 선수들이 팀별로 4월 초~5월 초에 팀 훈련을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2~3개월 늦게 시작했다. 때문에 자신의 경기력을 100%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흥국생명이 무실 세트 전승 행진을 하고 있어 5경기 전 경기를 풀로 출전했다. 

'보완점 처방' 총력... KOVO컵과 V리그는 또 다르다
 
 GS칼텍스 선수들과 러츠(가운데)... 2020 KOVO컵 대회 결승전 (2020.9.5)

GS칼텍스 선수들과 러츠(가운데)... 2020 KOVO컵 대회 결승전 (2020.9.5) ⓒ 한국배구연맹

 
한편, 비시즌 기간에 열리는 KOVO컵 대회는 선수들의 몸 상태와 경기력, 팀 조직력 등이 충분히 다져지지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프로배구 메인 대회인 V리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몸 풀기 대회' 성격이 강하다.

경기 일정도 KOVO컵 대회는 2일 연속 경기를 하는 등 결승 진출 팀은 일주일 동안 5경기를 하는 무리한 일정이다. 나이가 많은 선수일수록 체력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반면 V리그는 2일 연속 경기가 없다. 대부분 3~5일 간격으로 경기를 치른다. 또한 KOVO컵은 일주일의 단기 대회지만, V리그는 6개월의 장기 리그다. 

그런 점들 때문에 팀별로 KOVO컵과 V리그의 성적이 다른 경우가 많다. 이번 KOVO컵 대회도 한 달 앞으로 다가온 V리그를 대비해서 각 팀별로 장점과 보완점을 확인했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남은 한 달 동안 어떻게 장점을 살리고 보완점을 처방하느냐에 따라 V리그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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