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선두 NC의 불펜을 무너트리며 선두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는 3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1방을 포함해 장단 9안타를 때리며 6-5로 역전승을 거뒀다. 무려 16안타를 맞고도 NC타선을 5점으로 묶은 LG는 불안하던 NC의 불펜을 공략해 극적인 역전극을 만들며 4위 두산 베어스와의 승차를 3경기로 벌리고 선두 NC를 2경기 차이로 추격했다(57승2무40패).

LG는 선발 타일러 윌슨이 6이닝12피안타6탈삼진4실점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8회에 등판한 진해수가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차지했고 마무리 고우석은 무사1루에서 연속 삼진 3개로 세이브를 추가했다. 타석에서는 테이블세터 홍창기와 오지환이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한 가운데 KBO리그 최고령 선수 박용택이 8회 말 극적인 역전 3점 홈런을 터트리며 LG를 승리로 이끌었다.

 
 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NC 대 LG 경기. 8회 말 2사 1,3루 때 LG 박용택이 3점 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NC 대 LG 경기. 8회 말 2사 1,3루 때 LG 박용택이 3점 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연합뉴스

 
팀의 몰락 지켜 봤던 이승엽과 '유종의 미' 거두지 못한 이병규

'국민타자' 이승엽은 한국나이로 40세가 되던 2015년 타율 .332 26홈런90타점87득점을 기록하며 삼성의 정규리그 5연패를 이끌었다. 홈런과 타점은 전성기에 비해 한참 부족했지만 .332의 타율은 데뷔 후 가장 좋은 기록이었다. 이승엽은 그 해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KBO리그에서 두 자리 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1루수 7회, 지명타자 3회). 

2015 시즌이 끝나고 삼성과 2년36억 원의 FA계약을 체결한 이승엽은 2년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미련 없이 현역생활을 접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승엽은 남은 2년 동안 한일 통산 600홈런과 KBO리그 통산 최다홈런, 최다타점, 최다득점 기록을 모두 갈아 치우며 전설에 어울리는 마무리를 했다. 2017 시즌에는 KBO리그 선수로는 역대 최초로 은퇴투어를 돌며 '국민타자'에 걸맞은 예우를 받기도 했다.

이승엽은 은퇴 시즌까지 타율 .280 24홈런87타점을 기록하며 '국민타자'로서의 명예를 지켰지만 이승엽의 마지막 2년 동안 소속팀 삼성은 창단 후 최악의 추락을 경험했다. 2015 시즌이 끝나고 박석민(NC다이노스)과 야마이코 나바로, 2016 시즌이 끝나고 최형우(KIA타이거즈)와 차우찬(LG)이 차례로 팀을 떠난 삼성은 2년 연속 9위에 머물렀다. 소속팀의 몰락을 지켜 보며 유니폼을 벗었다는 것은 이승엽의 화려한 선수생활에 '옥에 티'로 남았다.

KBO리그를 상징하는 교타자로 이름을 떨쳤던 '적토마' 이병규(LG타격코치)에게도 40대 FA 기간은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은 시간이었다. 이병규는 한국 나이로 40세 시즌이었던 2013년 타율 .348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령 타격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리고 LG는 팀을 11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끈 베테랑 간판타자 이병규에게 3년25억5000만원이라는 고액의 FA계약을 선물했다.

하지만 이병규는 FA 계약 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2014년 62경기, 2015년 54경기 출전에 그치고 말았다. 급기야 2016 시즌에는 팀 리빌딩 정책의 희생양이 되면서 퓨처스리그에서 4할 타율을 기록하고도 시즌 내내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비록 LG는 이병규와의 FA계약기간 3년 동안 2번이나 가을야구에 진출했지만 이병규는 선수 생활 마지막 3년 동안 1군에서 인상적인 기억을 남기지 못했다.

햄스트링 부상 털고 돌아와 3경기 2홈런5타점 폭발

2002년 LG에 입단하자마자 곧바로 한국시리즈를 경험했던 박용택은 자신의 프로 첫 한국시리즈에서 23타수3안타(타율 .130)로 부진하며 신인으로서 큰 경기의 긴장감을 톡톡히 경험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박용택이 첫 번째 한국시리즈의 아쉬움을 털어 낼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박용택은 은퇴 시즌을 앞둔 올 시즌 전까지 두 번째 한국시리즈를 만나지 못했다.

물론 박용택의 커리어는 그 누구보다 화려했다. 올해까지 19년 동안 오로지 'LG맨'으로 활약한 박용택은 2005년 도루왕과 득점왕, 2009년 (조금 논란이 있었던) 타격왕, 그리고 세 번의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무엇보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기록한 10년 연속 3할 타율과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기록한 7년 연속 150안타, 그리고 역대 최다 기록인 2486안타는 KBO리그에서 누구도 넘보지 못한 고지다.

2019 시즌을 앞두고 LG와 2년 총액 25억 원의 FA계약을 체결한 박용택은 이승엽이 그랬던 것처럼 FA계약기간이 끝나면 은퇴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박용택은 작년 시즌 팔꿈치 부상으로 64경기에서 타율 .282 1홈런22타점에 그치며 11년 연속 3할,8년 연속 150안타 기록이 모두 무산됐다. 박용택은 올 시즌에도 대타 요원으로 활약하다가 6월 햄스트링 부상으로 50일 가까이 1군에서 자리를 비웠다.

박용택은 1군 복귀 후 지난 8월 30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대타로 출전해 안타를 때려내며 부상 복귀 후 첫 타점을 기록했고 1일 SK와이번스전에서는 시즌 첫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3일 NC전에서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첫 세 타석에서 땅볼 2개와 삼진으로 물러난 박용택은 8회 4번째 타석에서 문경찬으로부터 우측 담장을 넘기는 극적인 역전 3점 홈런을 터트렸다. 박용택은 후배들 앞에서 춤을 추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박용택은 지난 달 프로야구 선수협회로부터 은퇴투어를 제안 받았다가 야구팬들로부터 논란을 남긴 채 스스로 은퇴투어를 고사한 바 있다. 하지만 박용택의 은퇴투어 자격과는 별개로 박용택이 LG와 KBO리그에 큰 족적을 남긴 전설적인 선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박용택이 진정으로 갖고 싶은 것은 자신의 은퇴투어 기념품이 아닌 2020년 LG의 한국시리즈 우승반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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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LG 트윈스 박용택 역전 3점 홈런 최고령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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