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글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테스와 보낸 여름> 포스터

<테스와 보낸 여름> 포스터 ⓒ (주)팝엔터테인먼트

 
'지구에 남은 마지막 공룡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아동문학가 안나 왈츠가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테스와 보낸 여름>에서 소년 샘은 이런 질문을 아버지와 형에게 던진다. 아버지는 다리를 다친 형을 신경 쓰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질문은 샘에게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 샘은 처음으로 '죽음'과 '외로움'에 대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족과 함께 휴양지로 여행을 떠난 샘은 아름다운 해변에서 모래를 깊게 파낸 뒤 그 안으로 들어가 눕는다. 마치 무덤에 눕는 듯한 이 행동은 언젠가 혼자 남겨질 때를 대비한 외로움 적응 훈련의 일환이다. 처음 죽음의 개념을 접한 샘은 언젠가 부모와 형이 자신의 곁을 떠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그때 홀로 남겨지면 너무 쓸쓸하고 슬플 것 같아 미리 그 감정을 배우고자 하는 것이다.
  
 <테스와 보낸 여름> 스틸컷

<테스와 보낸 여름>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어린 아이에게는 가족이 세상의 전부다. 부모가 행복해하면 아이도 행복을 느끼고, 슬픔에 빠지면 함께 슬퍼한다. 샘은 죽음을 가족에 적용한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가 죽어버린다면, 그 슬픔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 여긴다. 그래서 미리 부모와 떨어져 혼자서 살아가는 삶에 적응하고자 한다. 이런 4차원 면모를 지닌 샘은 자기보다 한 차원은 더 높은 테스를 만나게 된다.
 
테스는 다짜고짜 지나가는 샘을 붙잡고 살사 춤을 함께 추자고 한다. 심지어 샘의 아버지에게 당당하게 샘은 살사 춤을 배워야 해서 자신과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민박집을 운영하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테스는 독특한 면모를 보인다. 샘과 함께 민박집 손님을 받는가 하면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져 샘을 당황하게 만든다. 샘과 다시 만난 테스는 자신의 작전을 도와달라 부탁한다. 
 
이 작전을 통해 샘과 테스는 한 단계 성장한다. 샘에게 필요한 건 미래가 아닌 현재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가끔 우리는 곁에 주어진 현실보다 막연한 미래를 걱정한다. 만약 모두가 죽음을 생각한다면 현재에 충실할 수 없을 것이다. 어차피 죽는 인생, 열심히 살아봐야 의미가 없지 않나. 샘은 너무나도 먼 죽음을 먼저 생각하느라 정작 가족과의 소중한 추억을 남길 휴가는 등한시한다.
  
 <테스와 보낸 여름> 스틸컷

<테스와 보낸 여름>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부부가 집부터 자식, 노후까지 걱정해 일에만 몰두한다면, 사랑해서 결혼한 이유를 찾기 힘들 것이다. 곁에 있는 가족이 아닌 떠나갈 가족을 먼저 생각하면 행복한 기억을 남길 수 없다. 테스는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가 없었다. 때문에 샘처럼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없었다. 샘의 곁에는 눈을 뜨면 바로 볼 수 있는 아버지가 있지만, 테스에게는 눈을 감아야 아련하게 상상할 수 있는 사진 속 아버지가 있을 뿐이다.
 
샘이 테스와의 만남을 통해 미래의 죽음보다 현재를 소중하게 여겨야 된다는 사실을 배웠다면, 테스는 샘을 통해 당당해질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된다. 테스는 혹여 아버지가 자신을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지니고 있다. 아버지가 존재도 모르는 자신을 받아들일지, 혹 아이를 싫어하지는 않을지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감정은 테스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당당하게 여기지 않는 데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부재는 테스의 마음 한구석에 쓸쓸함과 외로움을 안겼다. 때문에 타인의 곁에 오래 붙어있을 용기가 테스에게는 없다. 샘은 그런 테스의 마음을 읽고 곁에 머물러 준다. 때문에 두 아이가 함께 해변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은 마음에 물결을 일렁이게 만든다.
  
 <테스와 보낸 여름> 스틸컷

<테스와 보낸 여름>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난 샘과 외로움을 이겨낸 테스가 행복한 나날들을 만들어 갈 것이란 희망을 보여준다. 두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동심이 느껴지는 심리묘사와 처음 마주하는 공포를 이겨내는 과정은 과거 행복했던 시절을 추억하게 만든다. 
 
<테스와 보낸 여름>은 '너는 지구에 남은 마지막 공룡이 되지 않을 거야'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전한다. 미래의 죽음보다는 현재의 행복이, 혼자서 슬픔을 품는 외로움보다 함께 나누는 순간이 더욱 특별함을 상기해준다. 아름다운 바다와 해변이 어우러진 섬에서 펼쳐지는 이 순수하고 맑은 이야기는 누구나 어린 시절 해봤을 고민을 부드럽게 풀어내며 포근한 힐링을 선사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테스와 보낸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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