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라는 말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사태는 K리그까지 영향을 줬다. 관중들의 출입이 일절 제한된 채 3달의 시간이 지났다. 축구 팬 모두가 오직 미디어만을 통해 축구를 접할 수 있었다.
 
마침내 시작한 부분적 관중 허용(전체 관중석의 10%만 입장). K리그에도 사람의 향기가 풍기기 시작했다. 지난 1일, 제주 서귀포에 위치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20 K리그2 13R' 제주 유나이티드와 전남 드래곤즈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제주는 이날 경기에서 올해 처음으로 홈 팬들을 맞이했다.
 
직접 찾아간 경기장에선 구단과 도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극 실천·준수하며 안전한 환경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록 경기는 접전 끝에 무승부로 끝났으나, 올해 첫 제주의 '직관'은 성공적이었다.
 
 경기장 출입 전, 관중들은 발열 검사, QR코드 인증(또는 출입 명부 작성)의 절차를 거쳐 입장했다.

경기장 출입 전, 관중들은 발열 검사, QR코드 인증(또는 출입 명부 작성)의 절차를 거쳐 입장했다. ⓒ 하근수


축구팬 모두가 오매불망 기다렸던 경기 날. 경기장은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경기장 출입 전에는 여느 다중밀집시설과 마찬가지로 발열 검사와 QR코드 인증(불가능 시 출입 명부 작성)이 이뤄졌다.

4개소로 이루어진 출입 절차에도 킥오프 직전까지 많은 사람이 몰리며 제 시간에 입장을 못할까봐 발을 구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더운 날씨에도 도민들은 모든 절차를 성실히 준수한 뒤 경기장에 입장했다.
 
 제주유나이티드는 좌석에 주황색 테이프를 붙여 거리두기의 여건을 조성했다.

제주유나이티드는 좌석에 주황색 테이프를 붙여 거리두기의 여건을 조성했다. ⓒ 하근수


앞서 프로야구 한 경기장 내 거리두기가 문제가 되면서 해당 구단이 사과에 나서는 등 논란이 있었다. 제주는 이런 논란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는지 경기장 내 좌석에 주황색 테이프를 붙여 거리두기의 여건을 조성했다.
 
전후 1칸, 좌우 2칸씩 표시된 이 테이프는 관중들의 거리두기에 큰 도움을 줬다. 관중들은 안내방송을 들으며 자발적으로 질서 있게 착석할 수 있었다. 쉽고 간단히 거리두기를 인지할 수 있는 이 조치는 타 프로스포츠 구단도 참고할 수 있는 훌륭한 사례일 것이다.
 
제주는 장내 방송을 통해 주황색 테이프에 앉아 거리두기를 준수할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경기 중에는 스태프들이 돌아다니며 거리두기를 안내했다. 가족단위의 관중도 예외는 아니었다. 떨어진 의자 사이로 손을 꼭 잡고 경기를 보는 아빠와 아들의 모습은 안타깝기도 했지만, 구단의 안내에 적극 동참하는 멋진 장면이었다.
 
 제주유나이티드는 장내 방송과 전광판을 통해 안전한 관람 문화를 지속 강조했다.

제주유나이티드는 장내 방송과 전광판을 통해 안전한 관람 문화를 지속 강조했다. ⓒ 하근수


제주의 노력은 경기 중에도 이어졌다. 제주는 장내 방송뿐 아니라 전광판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거리두기 실천과 안전한 관람 문화를 안내했다. 경기 중에는 마스크를 잘 착용한 관중을 비추며 마스크 쓰기를 강조하는가 하면, 연인 사이임에도 두 남녀가 떨어져 앉아 관람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센스 있게' 거리두기 준수를 독려하기도 했다.
 
목소리 대신 박수로 응원하는 것 역시 계속해서 안내됐다. '오늘 목소리는 제가 대신 내겠습니다'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믿음직한 멘트에 경기장을 찾은 도민들은 힘찬 박수로 팀을 응원했다. 구단과 도민이 하나 된 모습을 볼 수 있는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꿈에 그리던 ‘직관’, 우리 모두가 하나 될 때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꿈에 그리던 ‘직관’, 우리 모두가 하나 될 때 지킬 수 있을 것이다. ⓒ 하근수


90분간 혈투를 벌인 선수들이 팬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는 것 또한 '익숙했던' 것이지만 이날만큼은 감회가 남달랐다.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르며, 서로 얼싸안는 팬들의 모습은 없었지만 모두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었다.
 
이날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선 구단과 도민이 하나 되어 안전한 환경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다. 축구팬 모두가 방역지침을 적극적으로 인지·준수할 때 이제는 '당연하지 않은', '소중한' 직관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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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 대한 관심이 많고 글쓰는것을 좋아하여 스포츠 기자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https://m.blog.naver.com/filippo_hazag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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