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한화가 3연승을 달리던 kt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었다.

최원호 감독대행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15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11안타를 때려내며 7-3으로 승리했다. 한화는 여전히 10개구단 중 유일하게 2할대 승률(.279)로 최하위에 허덕이고 있지만 최근 10경기에서는 5승5패를 기록하며 경기력이 부쩍 좋아지고 있다(17승44패).

한화는 1회 무사2,3루에서 우전적시타로 주자 2명을 불러 들인 김태균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강경학이 3안타 1득점, 포수 이해창도 2안타2타점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한화는 최원호 감독대행 부임 이후 토종 선발진을 재정비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그 중에서 최고의 수확은 역시 불펜에서 재능을 낭비(?)하고 있던 김범수라는 '좌완 에이스 후보'를 발굴한 것이다.

송진우-구대성-류현진 이후 끊어진 한화의 좌완 에이스 계보

한화의 좌완 에이스 계보는 사실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10개 구단 중 단연 최고로 꼽힌다. 한화의 좌완 에이스 계보가 대한민국의 좌완 에이스 계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닐 정도. 1980년대에 데뷔해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 KBO리그를 주름 잡았던 송진우(한화 투수코치)는 21년 동안 210승103세이브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송진우가 가진 역대 최다승 기록은 현재까지도 비슷하게 쫓아가는 선수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

현역 시절 '대성불패'라는 별명이 그 위엄을 말해주는 구대성은 좌완 투수로는 유일하게 200세이브를 돌파(214세이브)한 역대 최고의 좌완 마무리 투수다. 풀타임 선발로 활약했던 시즌이 거의 없었음에도 9번이나 완투를 했고 무엇보다 한화가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1999 시즌에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현역 시절 국제대회에서 '일본킬러'로 명성을 떨쳤던 것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송진우와 구대성을 잇는 한화의 마지막 좌완 에이스는 현존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인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다. 2006년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투수 부문 '트리플크라운'을 차지하며 정규리그MVP와 신인왕을 휩쓴 류현진은 한화에서 활약한 7년 동안 98승52패2.80의 성적을 기록하고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 물론 빅리그에서도 평균자책점왕과 올스타전 선발 투수 등으로 맹활약하며 대한민국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토록 위대한 한화의 좌완 에이스 계보는 안타깝게도 류현진을 마지막으로 그 명맥이 끊어지고 말았다. 특히 청소년대표팀 에이스 출신으로 2011년 무려 7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한화에 입단했던 유창식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4년 동안 16승25패에 그친 후 2015년 KIA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됐다. 게다가 유창식은 2016년 승부조작 사건, 2017년에는 성폭행 사건에 연루되면서 야구선수로서의 명예가 완전히 실추됐다.

과거 해태 타이거즈를 이끌던 시절부터 피지컬이 좋은 좌완투수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던 김응용 감독은 2013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했다가 트레이드로 영입한 좌완 송창현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다. 송창현은 입단 첫 해 3.7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송창현은 루키 시즌 2승, 2년 차 시즌 1승 이후 6년 동안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했다. 이처럼 한화에서 선배 레전드들의 뒤를 이을 좌완 에이스를 발굴하는 길은 멀고도 험해 보였다.

선발 전환 후 2승2패3.21, 한 경기 개인 최다 탈삼진까지

천안 북일고 출신의 좌완 김범수는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의 1차 지명을 받았다. 충청지역을 대표하는 야구 명문 학교인 북일고 에이스 출신으로 1차지명을 받긴 했지만 2억 원의 소박한(?) 계약금이 말해주듯 당장 KBO리그의 판도를 바꿀 대형 신인으로 주목 받진 못했다. 다만 중학시절 고관절 수술을 받아 일찌감치 군면제를 받은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키울 가치가 있는 유망주로 평가 받았다. 

김범수는 분명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매력적인 좌완 파이어볼러였다. 하지만 많은 강속구 유망주들이 그렇듯 김범수 역시 제구력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정민철(한화 단장), 송진우 등 레전드 출신 투수코치들도 쉽게 고치지 못했다. 2016 시즌이 끝나고 고관절 재수술, 2017 시즌이 끝나고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으며 내구성에서도 의심을 받았다.

김범수는 작년까지 선발로 24경기, 불펜으로 111경기에 등판했지만 어떤 보직에서도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 김범수는 올 시즌에도 초반 불펜으로 시작했지만 16경기에서 1승3패4.34로 썩 인상적인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결국 최원호 감독대행은 6월말부터 김범수의 보직을 선발로 변경했고 불펜대기의 부담을 던 김범수는 선발 자리에서 조금씩 적응해 나가며 의미 있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시즌 첫 선발 등판 경기였던 6월19일 NC다이노스전에서 4.1이닝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김범수는 25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6이닝2실점으로 시즌 첫 선발승을 따냈다. 그렇게 7월에도 한화 선발진의 한축을 담당하게 된 김범수는 15일 kt와의 경기에서도 5.2이닝 5피안타2볼넷1실점 호투로 시즌 3번째 승리를 수확했다. 특히 이날 기록한 9개의 탈삼진은 김범수의 프로 데뷔 후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이었다.

김범수는 올 시즌 46.2이닝 동안 29개의 볼넷을 허용하며 9이닝당 5.59개의 비교적 많은 볼넷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김범수는 많은 볼넷을 9이닝당 8.68개에 달하는 탈삼진으로 만회하고 있다. 182cm81kg의 호리호리한 체격에서 나오는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시원스런 강속구를 던지는 파이어볼러 김범수. 한화팬들은 여전히 김범수가 이글스를 빛냈던 전설적인 좌완 레전드들의 계보를 이을 인재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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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화 이글스 김범수 좌완 에이스 파이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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