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kt wiz의 경기. 4회말 무사 주자 없을 때 KT 로하스가 홈런을 치고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 23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kt wiz의 경기. 4회말 무사 주자 없을 때 KT 로하스가 홈런을 치고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NC와 kt가 더블헤더를 사이 좋게(?) 한 경기씩 나눠 가졌다.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는 NC다이노스와 8위 kt 위즈는 25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더블헤더 경기에서 1차전 3-1 NC승리, 2차전 19-6 kt 승리를 각각 기록했다. 더블헤더에서는 양 팀이 우열을 가리지 못했지만 시리즈 전체를 보면 지난 23일 경기에서 4-3으로 승리한 NC가 위닝 시리즈를 만들며 리그에서 가장 먼저 30승 고지에 올랐다(30승13패).

더블헤더 첫 경기에서 마이크 라이트의 호투와 나성범의 결승 홈런으로 3-1로 승리한 NC는 두 번째 경기에서 에이스 구창모를 비롯한 마운드가 무너지며 6-19로 대패를 당했다. 특히 kt는 8회에만 10득점을 올리는 등 17안타를 몰아쳤는데 현존하는 리그 최고의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는 시즌 15호 홈런을 포함해 3안타3타점2득점을 기록하며 공격 5개 부문에서 선두로 뛰어 올랐다.

빅리그 경력과 KBO리그 활약은 무관하다는 걸 증명한 로하스

물론 초창기의 타이론 우즈처럼 메이저리그를 경험하지 못했던 외국인 선수가 KBO리그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빅리그 경력은 여전히 외국인 선수의 수준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로 사용된다. 실제로 1991년 내셔널리그 올스타 출신의 펠릭스 호세나 1991년 아메리칸리그 타격왕 출신의 훌리오 프랑코(롯데 자이언츠 잔류군 총괄코치) 등은 전성기가 지났음에도 KBO리그에서 격이 다른 실력을 뽐낸 바 있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스위치히터 외야수 로하스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AAA까지 올라갔지만 끝내 빅리그 무대를 밟진 못했다. 2017년 6월 타율 .165 2홈런 9타점의 성적을 남기고 퇴출된 조니 모넬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kt와 계약했을 때도 kt가 다소 성급한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야구팬들이 적지 않았다. 로하스의 커리어에 그 흔한(?) 빅리그 경력이 단 한 줄도 없었기 때문이다.

로하스는 빠른 발과 장타력을 겸비한 호타준족형 외야수라는 평가와 달리 kt 입단 후 첫 16경기에서 타율 .279 1홈런 8타점 1도루(2실패)에 그쳤다. 로하스는 7월까지 2도루 4실패를 기록하며 KBO 리그에서 폭발적인 주루능력을 뽐내진 못했다. 하지만 주루센스가 다소 실망스러웠다고 해서 로하스를 영입한 kt의 판단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로하스에겐 부족한 주력을 상쇄하고도 남을 기대 이상의 장타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7 시즌 중반에 합류해 83경기에 출전한 로하스는 타율 .301 101안타 18홈런 56타점 52득점OPS(출루율+장타율) .911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건강하게 풀타임을 소화했더라면 충분히 30개 정도의 홈런과 80개 이상의 타점을 노릴 수 있을 만한 활약이었다. 한 시즌 만에 대체 외국인 선수에서 귀하신 몸이 된 로하스는 2018년 연봉 100만 달러의 조건에 kt와 재계약했다.

2017년 KBO리그에서 홈런타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로하스는 작년 시즌을 앞두고 근육량을 크게 늘리는 '벌크업'을 시도했다. 2018 시즌 스프링캠프에 나타났을 때 팀 동료들조차 로하스를 알아보지 못했을 정도로 로하스는 한층 커진 체격으로 2018 시즌을 준비했다. 그리고 어설픈 호타준족 대신 거포형 타자를 선택한 로하스는 2018 시즌 타율 .305 43홈런 114타점 114득점 18도루를 기록하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 타자로 성장했다.

타격 5개 부문 1위 질주, 로하스의 독주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1990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의 로하스는 2018 시즌이 끝난 후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저울질하다가 kt와 총액 16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새 외국인 선수의 연봉 상한선이 100만 달러로 제한돼 있고 빅리그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160만 달러는 피하기 힘든 유혹이었다. 흔히 구단과 눈치 싸움을 벌이다가 잔류한 외국인 선수는 새 시즌에 다소 고전하는 경향이 있지만 로하스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작년 시즌 142경기에 출전한 로하스는 타율 .322 24홈런 104타점을 기록하며 kt의 외야를 이끌었다. 로하스는 시즌이 끝난 후 2019 시즌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이자 특급 외국인 선수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투고타저의 바람으로 대부분의 타자들이 타격성적이 하락한 작년 시즌 오히려 타율이 상승한 로하스는 kt를 창단 첫 5할 승률로 이끌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150만 달러에 kt와 계약하면서 햇수로 4년째 kt와 동행하게 된 로하스는 올 시즌 수비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체중을 감량한 상태로 시즌을 준비했다. 이강철 감독은 로하스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로하스의 포지션을 중견수에서 우익수로 이동시켜줬고 부담이 줄어든 로하스는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흡사 2010년의 이대호(롯데)나 2015년의 에릭 테임즈(워싱턴 내셔널스)가 연상될 정도의 대활약이다.

44경기에 출전해 타율 .384 15홈런 43타점 38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로하스는 타율, 홈런, 장타율(.718) 단독 1위, 타점, 최다안타(68개) 공동 1위,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함께 중심타선에 배치된 강백호와의 시너지 또한 대단히 훌륭하다. 로하스는 25일 NC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도 8회 홍성무로부터 3점짜리 대형 홈런을 터트리며 외국인 타자로는 통산 8번째로 KBO리그 100홈런 고지를 밟았다.

시즌 개막 후 고타율을 유지하며 꾸준히 홈런과 타점을 적립한 로하스는 KBO리그에서 오직 이만수와 이대호만 달성했던 타격 트리플크라운(타율, 홈런, 타점 1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 물론 아직 50경기도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논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르지만 현재 로하스가 리그에서 가장 독보적인 타자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KBO리그를 자신의 무대로 만들고 있는 로하스의 무서운 질주는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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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 트리플 크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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