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워터' 포스터

'딥워터' 포스터 ⓒ 찬란

 
최근 액션 스릴러 장르 영화의 경우 막대한 자본을 활용해 규모를 키우기 보다는 현실감을 주는 데 주목하고 있다. 관객으로 하여금 실제 그 상황에 처한 듯한 체험을 하게 만든다. <딥워터>는 스쿠버 다이빙을 소재로 실감나는 재난 상황을 연출한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스트레이트로 진행되는 전개가 극한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작품은 어린 시절 자매가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언니 이다는 잠수하다가 동생 투바가 갑자기 사라진 걸 알게 된다. 어머니 앤은 물에 뛰어들어 투바를 건져낸다. 화가 난 어머니는 언니가 동생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며 이다를 혼낸다. 세월이 흐른 뒤 성인이 되어 만난 두 자매는 여전히 스쿠버 다이빙을 즐긴다. 차이라면 투바는 전문 잠수부가 되었고, 이다는 결혼을 했지만 행복한 삶을 누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세 모녀는 휴일을 맞이해 예전처럼 스쿠버 다이빙을 함께 가고자 한다. 하지만 앤이 건강이 좋지 않아지자 자매만 장소로 출발한다. 간만에 함께 물속에 들어가 즐겁게 시간을 보내던 자매는 갑작스러운 낙석 사고를 당한다. 이 사고로 투바가 커다란 돌에 깔리게 된다. 이다는 홀로 동생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녀는 과거의 아픈 기억을 지워내고자 목숨을 건 구조를 진행한다.
  
 '딥워터' 스틸컷

'딥워터' 스틸컷 ⓒ 찬란

 
작품은 상황의 긴박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매 순간마다 새로운 위기에 몰리게 만드는 다양한 상황설정을 보여준다. 이다가 구조를 위해 물 밖으로 나왔을 때 밖에서도 일어난 낙석으로 인해 산소통을 비롯한 장비가 모두 돌 아래에 깔려 상황이 심각해진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자동차 트렁크를 열어 그 안에 장비라도 꺼내야 하는데 차 키도 함께 돌 아래에 깔려 있다. 산소탱크의 수와 양이 정해져 있단 점은 시간적으로 두 주인공을 압박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도입부에서 보여준 어린 시절 장면은 왜 이다가 본인의 목숨을 걸어가면서 동생을 구하고자 하는지 이유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한 번 동생을 구해내지 못했던 이다는 다시 눈앞에 닥친 위기상황 속에서 자신의 힘으로 투바를 구조하고자 한다. 지상과 수심을 오가는 잠수는 건강을 해친다. 수심 33미터에 달하는 깊이를 오가야 하는 이다는 수심 3미터 부근에서 안전을 위해 3~5분간 정지해야 하는 안전감압을 실시해야 하지만 산소가 모자란 긴박한 상황 때문에 그럴 수 없다.
  
 '딥워터' 스틸컷

'딥워터' 스틸컷 ⓒ 찬란

 
또 하나의 포인트는 영화의 배경이 북유럽이란 점이다. 이 스웨덴 영화는 자매가 노르웨이를 향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북유럽의 경우 추운 날씨로 유명하다. 이다가 처음 수면 위로 올라온 순간 내리는 눈은 수면 아래와는 다른 풍경으로 분위기의 전환을 보여준다. 푸른 바다와 눈 덮인 설원의 대조는 이국적인 풍경으로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주지만 동시에 자연 그 자체를 공포의 대상으로 만든다.
 
해양 스릴러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 47미터 >나 <언더 워터> 등의 작품들은 상어 등 위협을 가하는 생명체를 통해 공포를 자아낸다. 반면 이 작품은 바다라는 공간, 자연 그 자체를 공포의 대상으로 삼는다. 심해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깊은 수심에 갇힌 투바의 모습만으로 갑갑한 두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수중 촬영이 런닝타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요하임 헤덴 감독은 이런 수중 체험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프로 다이버들의 자문을 받아 작업했으며, 세트장에서 촬영했지만 출연 배우들이 직접 수중 촬영을 스턴트 없이 소화해냈다. 얼굴 전체를 가리는 풀페이스 마스크에 연결된 통신 장비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거나, 안전감압에 대한 설정이나 한계 수심을 지키는 설정 등은 흔히 액션 스릴러 소재의 작품을 보며 '저건 말이 안 되지만 영화니까 이해하고 넘어간다'는 눈에 거슬리는 설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딥워터' 스틸컷

'딥워터' 스틸컷 ⓒ 찬란

 
이런 감독의 노력은 이야기를 빠르게 진행시키고 관객으로 하여금 상황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위기상황을 다채롭게 설정하며 두 손을 꽉 쥐게 만드는 긴장감을 보여준다.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디테일한 설정은 '장르영화는 다소 허술하고 현실과 괴리가 있어도 재미 있으면 넘어갈 수 있다'는 편견을 깨부순다. 공포와 스릴감이라는 장르적인 재미를 챙기면서 어설픔이 느껴지지 않는 철저한 설정을 바탕으로 완성도 높인 이야기를 보여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딥워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