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영화 포스터

▲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영화 포스터 ⓒ 영화사 진진


열두 살 소년 에이브(노아 슈나프 분)는 친척들이 모두 모이는 식사 자리가 언제나 불편하다. 팔레스타인계 무슬림 친가와 이스라엘계 유대인 외가, 그리고 무신론자인 아버지 아미르(아리안 모아이드 분)와 어머니 레베카(다그마라 도민칙 분)가 종교적인 가치관 차이와 역사적 반목으로 싸우기 때문이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에이브는 부모님이 보내준 청소년 요리 캠프를 몰래 빠져나와 브라질 출신의 치코(세우 조르지 분)가 있는 공유 주방에서 요리의 기초를 하나하나 배우게 된다. 매번 다투는 가족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줄 방법을 찾던 에이브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퓨전 요리가 해결책이 되리라 생각하고 추수감사절 식사 자리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영화의 한 장면

▲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영화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영화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는 요리로 가족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고자 노력하는 열두 살 에이브의 성장기를 소재로 삼고 있다. 영화의 연출은 마약과의 전쟁을 다룬 <브레이킹 더 타부>(2011) 등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던 페르난도 그로스테인 안드레이드 감독이 맡았다.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는 그의 첫 극영화다.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는 페르난도 그로스테인 안드레이드 감독의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자전적인 경험에 바탕하고 있다. 그는 1930년대 유럽을 탈출한 유대인의 손자이며 브라질에서 온 가톨릭 이민자이고 어머니의 재혼으로 핀란드계, 이탈리아계 누나를 두었다고 이야기한다.

"다양한 가족의 뿌리는 나를 항상 아웃사이더이자 어느 그룹에서든 같이 어울리면서도 완전히 소속될 수는 없는 멤버로 만들었다. 다문화 가정에서 성장하고 내 뿌리를 고민한 나의 인생 경험은 <에이브의 쿠키 다이어리>의 재료가 되었다."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영화의 한 장면

▲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영화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에이브는 팔레스타인계 무슬림 친가에선 '이브라힘', 이스라엘계 유대인 외가에선 '아브라함'으로 불린다. 열두 살이 된 에이브는 유대교의 성년식인 '바르 미츠바'를 앞둔 나이가 되자 고민에 빠진다. 가족을 공평하게 사랑하는 만큼 유대교와 이슬람교를 다 따르고 싶다.

그런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이슬람교의 금식인 '라마단'을 하는 것을 알게 된 유대인 친구들은 "숨긴 폭탄이 없냐?"며 조롱하고 비웃는다. 이브라힘, 아브라함보다 그냥 에이브가 좋지만, 주위는 한 쪽을 선택하라고 압박할 뿐이다.

음식 속엔 문화, 역사, 생활방식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서로를 배척하는 무슬림과 유대인이란 중동의 두 문화권 사이에서 갈등하던 에이브는 치코의 라틴 아메리카 문화를 만나며 가족들을 화해시킬 수 있는 영감을 얻는다. 국가와 민족을 가장 상징하는 음식을 섞는 행위에서 해법을 찾은 것이다.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영화의 한 장면

▲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영화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에서 에이브의 퓨전 요리는 종교, 정치, 문화, 인종을 뛰어넘어 마음을 섞어줄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에이브가 만든 음식을 먹기 위해 가족이 한 테이블에 모인다는 사실이다. 사랑으로 만든 음식을 한 테이블에 앉아 얼굴을 마주하며 함께 먹다 보면 분열되었던 사람들이 화해하고 뭉치게 된다고 영화는 믿는다.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의 무대인 뉴욕 브루클린은 배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유신론과 무신론 사이에서 놓인 에이브는 자신의 정체성을 뉴욕 브루클린이라고 말한다.

뉴욕은 다양성을 상징하는 도시로 유명하다. 페르난도 그로스테인 안드레이드 감독은 브루클린을 "세계 곳곳에서 온 이민자들과 난민들이 카오스적인 조화를 이루며 함께 살아가는 유토피아"라고 설명한다. 영화는 브루클린을 빌려 세상은 여러 사람과 생각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라고 말하고 있다.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영화의 한 장면

▲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영화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오늘날 세계는 정치, 종교, 인종, 문화로 대립하고 있다. 많은 지도자들이 분열의 리더십으로 갈등을 부추기고 상황이다. 특히 미국은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통해 뿌리 깊은 구조적 인종차별을 드러내고 말았다. 분열 사이에서 고민하는 에이브에게 치코는 "문제를 피해 도망칠 순 없어. 마주해야지"라고 조언한다.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는 2020년 미국 사회에 제때 도착한 편지와 다름이 없다. 에이브는 말한다. "음식을 섞고 사람들을 하나로 엮고 싶어요." 제35회 선댄스영화제 선댄스 키즈 부문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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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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