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중단됐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가 100일 만에 재개된 가운데 토트넘 홋스퍼가 18일 오전(한국시간) 구단 SNS 계정에 손흥민의 훈련 영상을 올리며 손흥민의 출전을 암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중단됐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가 100일 만에 재개된 가운데 토트넘 홋스퍼가 18일 오전(한국시간) 구단 SNS 계정에 손흥민의 훈련 영상을 올리며 손흥민의 출전을 암시했다. ⓒ 연합뉴스

 
EPL이 돌아왔다. '한국축구의 자존심' 손흥민도 부상을 털고 그라운드로 돌아와 다시 골사냥을 재개할 준비를 마쳤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는 20일 오전 4시 15분(한국시각) 홈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2019-20시즌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손흥민은 지난 2월 애스턴 빌라전에서 오른팔 골절 부상을 당하며 수술대에 올랐고, 프리미어리그도 코로나 사태 악화로 중단되며 한동안 공백기를 거쳐야 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결장기간 동안 챔피언스리그와 FA컵에서 줄줄이 탈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맨유전은 손흥민에게 약 4개월만의 첫 실전이다.

결과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리그 중단이 손흥민이나 토트넘에게도 모두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 당초 손흥민은 팔 부상을 당했을때만 해도 사실상 올시즌 내 복귀는 어려워 보였다. 그동안 빡빡한 일정과 강행군 속에 '혹사' 우려까지 받았던 손흥민은 국내에서 재활을 통하여 몸상태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얻었고, 병역특례에 따른 기초군사훈련도 완료하며 강제 휴식기를 알차게 보냈다.

한때 시즌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프리미어리그가 정상적으로 재개되면서 손흥민의 골사냥에도 다시 시동이 걸렸다. 올 시즌 리그 9골을 포함해 각종 대회에서 총 16골을 기록하고 있는 손흥민은 한 골만 더 넣으면 4시즌 연속 EPL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하게 된다. 또한 4골을 더 추가하면 2연속이자 통산 세 번째로 시즌 20골 고지에 오를 수 있다. 손흥민은 종전 마지막 출장 경기였던 EPL 26라운드 애스턴 빌라전 2골까지 공식 경기 5경기 연속 골(FA컵 포함)을 기록중이었다.

토트넘에서 통산 220경기에 출장하여 83골을 기록하며 EPL 정상급 공격수로 올라선 손흥민이지만 맨유를 상대로는 유독 골과 인연이 없었다. 손흥민은 토트넘 입성 이후 맨유와 리그 7회, FA컵 1회 등 총 8번 상대했고 그중 7번이 선발출장이었으나 공격포인트를 단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독일 레버쿠젠 시절이던 2013-14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까지 포함하면 10경기 연속 무득점(1도움)이다. 손흥민의 맨유전 팀성적도 3승 7패로 좋지 않았다. 선발출장이 유력한 손흥민이 맨유 징크스를 넘어설 수 있을지도 지켜보는 것도 이번 경기의 관전포인트다. 

토트넘은 올시즌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즌 초반 극심한 성적부진으로 지난해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결승진출을 이끌었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경질됐고, '스페셜 원' 주제 무리뉴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손흥민을 비롯하여 해리 케인, 무사 시소코, 스티븐 베르바인 등 부상 선수들이 연달아 속출하며 전력운용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리그가 중단되던 29라운드 시점까지 토트넘은 11승 8무 10패(승점 41점)로 리그 20개 팀 가운데 8위에 그치고 있다.

토너먼트 대회에서 모두 조기탈락하며 무관이 확정된 토트넘의 마지막 희망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4위권 진입뿐이다. 9경기를 남겨둔 현재 리그 우승은 사실상 리버풀이 거의 확정한 상태다. 현재 챔스 막차 티켓이 주어지는 4위는 첼시로 토트넘과의 승점차는 7점이다.

다만 2위 맨시티가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룰 위반 혐의로 UEFA로부터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 금지 징계 가능성이 있어서 올시즌 5위까지 챔스 티켓이 주어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현재 5위가 바로 맨유로 토트넘과는 4점차다. 토트넘으로서는 무조건 맨유와의 '승점 6점짜리' 맞대결을 잡지 못한다면 사실상 다음 시즌 챔스 진출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토트넘이 만일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유로파리그까지, 유럽클럽대항전 진출권을 모두 놓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주축 선수들의 연쇄 이탈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전성기에 돌입한 케인이나 손흥민 같은 선수들을 붙잡을수 있는 명분이 사라지는 것이다. 심지어 케인은 최근 "구단의 야망과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면 팀을 떠날 수도 있다"는 폭탄선언을 한 바 있다. 

토트넘의 사령탑 무리뉴 감독에게도 맨유전은 중요한 경기다. 무리뉴 감독은 토트넘 이전에 맨유를 이끌었지만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무리뉴 감독은 토트넘 사령탑 부임 후 맨유와의 첫 대결이었던 지난해 12월 5일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서 1-2로 고배를 마셨다. 감독 경력에서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유 감독과의 지략 대결에서도 판정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홈에서 열리는 이번 리턴매치는 상황이 달라졌다. 리그 중단 시점과 달리 손흥민-케인-브르바인-시소코 등 핵심 선수들을 모두 정상가동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맨유도 부상에 시달리던 폴 포그바와 마커스 래쉬포드의 복귀로 최상의 전력을 구축한 만큼 만만치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우승청부사'로 꼽히는 무리뉴 감독은 FC 포르투 시절 이후 부임한 모든 클럽에서 최소한 한 개 이상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에게 톱4 탈환은 마지막 자존심과도 같다. 최소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확보해야 팀내 스타급 주축 선수들을 설득하고 지켜내며 우승보증수표로 꼽히는 '무리뉴 2년차'를 기약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부상선수들이 모두 복귀하며 최상의 전력을 구축한 이상 무리뉴 감독에게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앞으로 남은 9경기에서 무리뉴 감독의 능력이 얼마나 빛을 발할지, '무리뉴의 황태자'로 부상한 손흥민의 골감각이 여전히 날카로운지가 토트넘의 운명을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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