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야구에서 선발진이 강한 팀은 한 시즌을 운영하는 동안 그리 많은 선발 투수를 투입하지 않는다.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 팀 두산 베어스의 경우에도 작년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과 세스 후랭코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이영하, 유희관,이용찬으로 이어지는 5선발이 시즌 내내 잘 유지됐다. 두산은 올해도 외국인 투수가 크리스 플렉센과 라울 알칸타라로 바뀌었을 뿐 큰 변화 없이 선발진을 꾸릴 예정이다. 

작년 선발진이 48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38승60패 평균자책점4.87을 기록했던 한화 이글스는 작년 시즌 무려 15명의 투수가 적어도 1회 이상 선발로 등판했다. 두산이 한 시즌 내내 단 8명의 투수만 선발로 활용한 것과 비교하면 대단히 많은 투수가 선발 기회를 얻은 셈이다. 하지만 23승을 합작한 외국인 원투펀치 워익 서폴드와 채드 벨을 제외하면 한화 마운드에 믿을 만한 선발 투수는 거의 없었다.

외국인 투수 2명과 재계약한 한화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장시환과 작년 토종 투수 최다승(6승), 최다이닝(119.1이닝)을 기록한 장민재가 3,4선발을 맡을 예정이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선발 한 자리를 두고 한화 팬들의 '아픈 손가락' 김민우와 어느덧 프로 8년 차가 된 좌완 임준섭, 그리고 작년 후반기 선발로만 3승을 따낸 2년 차 신예 김이환이 시즌 개막 시기가 결정될 때까지 치열한 경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화 팬들의 '아픈 손가락' 김민우, 건강한 풀타임 시즌 기다린다

189cm 105kg의 단단한 체격을 가진 우완 김민우는 용마고 3학년이 되던 2013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면서 유급을 결정했고 이 때문에 동기들보다 프로 진출이 1년 늦었다. 그리고 김민우의 프로 입단이 늦어진 덕분에 한화는 고교야구 최고의 파워피처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처음 만난 감독이 강속구 유망주에게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김성근 감독이었다는 점은 김민우에게 큰 불행이었다.

김민우는 루키 시즌 8번의 선발 등판을 포함해 36경기에서 70이닝을 던지며 1승3패5.14의 성적을 기록했다. 김민우는 하루도 쉬지 못하고 연속 등판한 경기가 6번이나 됐고 불펜에서 이틀 연속 공을 던진 후 단 하루만 쉬고 선발로 등판해 69개의 공을 던지기도 했다. 시즌 막판까지 순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김성근 감독은 고교 시절 팔꿈치 수술을 받은 루키에게 철저한 관리가 필요했다는 사실을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후유증은 이듬 해부터 곧바로 나타났다. 2016 시즌 시작과 함께 3연패를 당한 김민우는 단 5경기 만에 어깨부상으로 시즌 아웃됐고 김성근 감독이 물러난 2017 시즌에도 단 4경기에 등판하는데 그쳤다. 2018년에는 선발 투수로 꾸준히 기회를 잡으며 5승 9패6.52를 기록했던 김민우는 작년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2승7패6.75에 머물렀다. 어깨부상 후유증에서 많이 회복된 것이 고무적이었지만 여전히 확실한 1군 투수로 자리 잡지 못했다.

또래들보다 프로 생활을 1년 늦게 시작한 김민우는 올해 한국 나이로 26세가 됐다. 이제는 김하성(키움 히어로즈)이나 배재환(NC 다이노스), 박세웅(롯데) 같은 동갑내기 스타들처럼 1군 무대에 정착할 때가 됐다는 뜻이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자체 청백전에서 연일 호투를 펼치고 있는 김민우는 현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한화의 5선발 후보다. 과연 김민우는 풀타임 선발투수로서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낼 수 있을까.

풀타임 선발 경험 갖춘 좌완, 6년 만에 선발 차지할까

2012년 KIA 타이거즈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임준섭은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육성선수로 전환됐다. 재활을 마친 임준섭은 2013년 선동열 전 감독에게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활약했고 4승8패2홀드5.23으로 야구팬들에게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풀타임 선발로 활약한 2014년에는 5승11패 6.06으로 주춤하면서 도약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임준섭은 2015년 5월 한화와 KIA가 성사시킨 4:3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임준섭은 한화 입단 당시 7억 원의 계약금을 받았던 유창식의 트레이드 상대로 떠오르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임준섭은 한화 이적 후 6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팔꿈치 통증이 재발하면서 시즌 아웃됐고 2016년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하면서 군복무와 재활을 병행했다.

2018년 5월 소집해제된 임준섭은 그 해 10경기에서 불펜 투수로 활약하며 1승4.32의 성적을 올렸다. 임준섭은 작년에도 불펜으로 시즌을 시작했다가 7월 말부터 선발로 변신했고 9월엔 다시 불펜으로 돌아가 1승3패1홀드4.20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7월 31일 kt 위즈전에서는 무려 5년 만에 선발승을 따내는 감격을 누렸지만 선발승의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가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한화의 5선발 후보군에 포함된 임준섭은 한화의 5선발을 노리는 선수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지만 유일하게 풀타임 선발 경험이 있는 선수다. 특히 위력적인 구위보다는 다양한 변화구와 타자와의 수싸움으로 승부하는 유형의 임준섭은 불펜보다는 선발에 더 적합한 투수다. 올 시즌 임준섭의 5선발 도전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2019년 최고 '스틸픽', 올해는 풀타임 선발에 도전장
 
 3월 31일 오후 대전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이글스 청백전 연습경기에서 청팀 김이환이 4회를 마무리 하고 있다

3월 31일 오후 대전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이글스 청백전 연습경기에서 청팀 김이환이 4회를 마무리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이환은 고교 시절 신일고의 에이스로 활약했으면서도 김기훈(KIA), 서준원(롯데),원태인(삼성 라이온즈) 같은 또래의 쟁쟁한 투수들에 가려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프로에서 한 시즌을 보낸 후 김이환은 2019년 신인 드래프트 최고의 '스틸픽(상대적으로 기대치가 낮았던 선수가 스타로 성장하는 경우)'으로 꼽히고 있다. 그만큼 작년 시즌 김이환의 활약이 기대 이상이었다는 뜻이다.

작년 5월 4일 kt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김이환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후 이어진 공격에서 한화가 끝내기 안타로 승리하면서 프로 데뷔전에서 승리를 따내는 행운을 누렸다. 하지만 김이환은 3경기 만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퓨처스리그에서 착실히 선발 수업을 받았다. 그렇게 3개월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1군에 올라온 김이환은 8월 8일 KIA전을 통해 선발투수로 변신해 잔여 시즌을 치렀다.

선발 투수로 8경기에 등판한 김이환의 성적은 3승3패 4.54로 평범한 편이다. 특히 패전 투수가 된 3경기에서는 한 번도 5이닝을 넘기지 못하며 9.1이닝12실점(평균자책점11.57)으로 신인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하지만 승리한 3경기에서는 15.2이닝을 단 3자책(평균자책점 1.72)으로 막아내는 호투를 선보이기도 했다. 경험이 부족한 여느 유망주들처럼 희망과 아쉬움이 공존했던 시즌이었다.

김이환은 이제 프로에서 단 한 시즌을 보낸 신예 선수다. 한화 팬들 사이에서는 작년 선발 투수로 활약하면서 쌓았던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올해도 김이환을 꾸준히 선발로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으로 키워야 하는 유망주에게 너무 큰 짐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틀리지 않다. 올 시즌 김이환 활용의 키를 쥐고 있는 한용덕 감독의 선택이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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