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이 가을야구 단골손님이 된 2013년부터 박병호, 강정호, 유한준(kt 위즈), 김민성(LG트윈스), 김하성, 윤석민(SK 와이번스) 등 뛰어난 장타력을 갖춘 타자들이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우타자라는 아쉬운 공통점이 있다. 히어로즈가 몇 년 동안 브래드 스나이더, 대니 돈 같은 장타력을 갖춘 좌타자를 외국인 타자로 선택했던 이유도 타선의 좌우균형을 맞추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2013년부터 작년까지 히어로즈 타선에서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한 토종 좌타자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2013(18개)~2014년(14개)의 이성열(한화 이글스)과 2015년의 고종욱(10개), 2017년의 채태인(이상 SK,12개), 2018년의 임병욱(13개)이 전부였다. 우타자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특히 타고투저의 기세가 약해진 작년 시즌엔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한 좌타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올해도 키움은 장타력을 갖춘 선수들이 우타에 치중돼 있고 좌타자는 서건창, 이정후 같은 교타자가 대부분이다. 제리 샌즈(한신 타이거즈)의 일본 진출로 유력한 주전 좌익수 후보가 된 김규민 역시 파워보다는 정확성과 타이밍에 초점을 맞추는 타격을 하는 선수다. 하지만 좌타거포를 애타게 찾고 있는 키움에 엄청난 재능을 가진 '슈퍼 루키' 박주홍이 등장해 김규민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차원이 다른 팬서비스' 김규민, 이제 야구로 유명해진다
 
  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 김규민이 훈련하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 김규민이 훈련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규민은 올해로 프로 9년 차가 됐지만 2017년부터 1군 무대에 등장하기 시작해 통산 212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한 신예에 불과하다. 하지만 김규민은 지난겨울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 많은 팬들을 감동시키며 단숨에 리그에서 가장 호감도가 높은 선수로 급부상했다. 무명 시절부터 남달랐던 팬서비스 정신이 1군 선수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김규민은 2군 선수로 있을 때 자신에게 사인을 요청한 꼬마팬에게 야구배트를 선물한 사실이 알려져 불친절한 팬서비스로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부 스타 선수들을 머쓱하게 했다. 김규민은 작년 비활동 기간에도 어린이팬과 놀이공원 나들이를 다녀왔고 장애인 팬을 위해 직접 제주도에 내려가 자신의 유니폼을 전달하는 '1:1 팬미팅'을 열기도 했다. 야구팬들 중에서 김규민의 인성과 마음씀씀이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김규민은 히어로즈 외야에서 주전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18년 104경기에 출전해 타율 .295 3홈런40타점47득점8도루를 기록할 때만 해도 김규민은 무난히 키움의 외야 한 자리를 차지하는 듯 했다. 하지만 2018 시즌 후반기에 합류한 외국인 선수 샌즈가 작년 주전 우익수로 자리를 잡고 키움의 간판스타로 성장한 이정후가 좌익수로 오면서 김규민은 졸지에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사실 작년 94경기에서 타율 .248 3홈런24타점에 득점권 타율도 .212에 그쳤던 김규민의 부진 원인을 외부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김규민은 작년 가을야구에서도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8타수5안타(타율 .625)5타점으로 '시리즈 MVP급'의 맹타를 휘둘렀지만 정작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4경기에서 9타수 무안타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공인구 변화로 인한 성적 하락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키움은 올 시즌을 앞두고 샌즈의 일본 진출로 외야 한 자리가 허전해졌고 김규민은 주전 좌익수로 활약할 1순위 후보로 꼽힌다. 장타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정확한 타격에 뛰어난 작전 수행능력까지 갖춘 김규민이 라인업에 들어간다면 손혁 감독은 경기를 이끌어 가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물론 이는 김규민이 작년의 부진을 털어 버리고 야구팬들의 눈도장을 찍었던 2018년 성적을 회복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고교야구 괴물타자' 박주홍, 프로무대도 단숨에 접수할까
 
 지난 3월 2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 홈 원정 경기. 2회 초 1사 때 원정 팀 박주홍이 2루타를 치고 있다.

지난 3월 2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 홈 원정 경기. 2회 초 1사 때 원정 팀 박주홍이 2루타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18년 장충고 2학년에 재학중인 좌타 외야수 박주홍이 아마야구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정확한 타격에 탈고교급 장타력, 여기에 나쁜 공에 좀처럼 배트가 나가지 않는 뛰어난 선구안까지 겸비한 박주홍은 같은 해 프로에 진출해 지각변동을 일으키던 강백호(kt 위즈) 이후 가장 완성된 고교야구 타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주력도 평균 이상이라 야구팬들은 박주홍을 KBO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킬 '5툴 플레이어'로 꼽았다.

박주홍의 등장에 가장 들뜬 이들은 바로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서울권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LG팬들이었다. 박주홍은 이병규와 박용택에 이어 LG의 '슈퍼스타 외야수 계보'를 이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재목이었기 때문이다. LG팬들은 박주홍에게 '엘주홍'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박주홍이 LG선수가 되길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LG가 1차지명으로 선택한 선수는 박주홍이 아닌 서울고전에서 9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낸 휘문고 투수 이민호였다.

LG가 이민호를 선택하면서 서울권의 두 번째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키움에게 행운이 굴러 왔다. 키움은 망설임 없이 박주홍을 1차지명으로 선택했고 3년 전 이정후에게 줬던 액수와 같은 2억 원의 계약금을 안겼다(2020년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에서 야수는 박주홍 한 명 뿐이었다). 그리고 박주홍은 신인 선수 중에서는 유일하게 키움의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돼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훈련하는 행운을 누렸다.

올해 키움의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외야수는 이정후와 임병욱, 김규민, 박정음,박주홍까지 모두 5명이었다. 간판 타자 이정후와 중견수 수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임병욱이 사실상 주전 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보면 외야의 남은 한 자리는 김규민, 박정음, 박주홍, 그리고 KIA 타이거즈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박준태의 '4파전'이 될 전망이다. 루키 박주홍에게는 쉽지 않지만 충분히 해볼 만한 경쟁이기도 하다.

아직 프로에서 공식경기에 한 타석도 서지 않았지만 박주홍은 히어로즈의 외야수 주전 후보 4인방 중 유일한 '파워히터'다. 히어로즈가 전통적으로 장타력을 갖춘 좌타자가 부족했던 만큼 박주홍이 뛰어난 장타력을 선보인다면 주전 경쟁에서 충분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과연 키움에서 2017년의 이정후 이후 4년 만에 또 한 명의 루키 외야수가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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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김규민 박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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