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충남 아산시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하나은행 - 우리은행 경기가 코로나19 영향으로 관중없이 진행되고 있다. 여자프로농구는 지난 21일 부터 무관중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비어 있는 농구장의 모습. ⓒ 연합뉴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결국 2019-20시즌을 온전히 마치지 못하고 종료를 결정했다.

WKBL은 20일 이사회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원래 24일 재개하기로 예정되어있던 2019-2020시즌을 중도에 종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는 지난 9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정규리그 잔여경기를 비롯한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등 모든 일정이 취소됐다. 정규리그 순위는 현재까지 성적으로 아산 우리은행의 1위가 확정됐다.

열리지 못하게 된 플레이오프나 챔피언결정전에 책정되어있던 상금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기금으로 전액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연맹은 앞으로 이러한 전염병이나 천재지변과 같은 상황에 대비한 세밀한 규정을 추가로 수립하겠다는 계획이다.

4대 프로 스포츠 중 처음으로 시즌 완전 종료 선언한 WKBL

이미 국내 4대 프로스포츠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모두 시즌을 중단하거나 개막을 연기하는 등 올스톱된 상태지만, 시즌 도중에 완전 종료를 선언한 건 WKBL이 처음이다. 물론 프로 리그가 아닌 종목까지 범위를 넓히면 SK핸드볼 코리아리그와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가 여자 프로농구보다 앞선 지난 2월에 시즌을 중단한 전례가 있다.

1998년 출범한 여자프로농구는 IMF 사태, 메르스 사태 등 여러 번의 위기를 겪는 와중에서도 꿋꿋이 건재했지만 이번에는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바이러스를 넘지 못하고 최초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는 아쉬운 역사를 남기게 했다. 특히 우리은행과 불과 승차 1.5경기 차이로 2위를 달리고 있던 전년도 챔피언 KB같은 경우, 플레이오프마저 무산되며 마지막 뒤집기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허무하게 시즌을 마감하게 되어 가장 아쉬울 수밖에 없다.

WKBL의 선택은 안타깝지만 불가피했던 결단으로 보인다. 정규리그가 팀당 불과 2~3경기밖에 남겨놓지 않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지역 사회에서 여전히 진정 국면을 보이지 않는 데다 개학 시기도 추가로 연기되는 현 상황에서 리그를 재개하기는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억지로 시즌을 재개한다고 해도 또다시 무관중 경기 혹은 중립 경기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선수들이나 관계자도 동기부여나 집중력 면에서 농구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텅 빈 경기장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고 흥이 날 리가 없다.

더구나 현재 리그 회원사인 6개 구단은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기관을 모기업으로 하는 구단들로, 우승 경쟁보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여 경제·사회적 책임감을 보여주는 데 앞장서야 할 의무가 있었다. 어차피 다른 프로 종목들도 리그 중단이나 개막 연기가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외국인 선수들의 거취 역시 WKBL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 대단히 중요한 변수였다. 코로나 사태에 불안감을 느낀 일부 외국인 선수들이 구단과 계약을 해지하거나 리그 휴식기를 맞이하여 자국으로 돌아간 상황이다. 최근 코로나 사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미국 정부가 자국민에 해외출국 금지라는 초강경 조치를 취한 것도 부담이다.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의 대부분이 미국 출신이다.

다른 종목보다 국내 프로농구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비중은 더 높다. 팀마다 외국인 선수 전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시즌을 재개한다고 해도 공정한 경쟁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여러 가지 측면을 종합해봤을 때 무리한 시즌 강행보다는 리그를 중단한 것이 지금으로서는 더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여자 프로농구의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 자체는 높이 평가할만하다. 여자 프로농구는 이미 지난달 21일 국내 프로스포츠 중 가장 먼저 코로나 사태에 대하여 무관중 경기를 실시한바 있다. WKBL은 이후 경쟁종목들이 줄줄이 리그 중단을 선언하던 상황에서도 가장 늦게까지 시즌을 정상 운영할 수 있었다.

남자 프로농구의 선택은?
  
여자 프로농구가 시즌을 완주하지는 못한 것은 아쉽지만 WKBL의 한 박자 빠른 대응 덕분에 코로나19 사태와 리그 파행으로 인한 후유증을 그나마 최소화할 수 있었다. 다른 종목 협회들의 대응에도 일종의 판단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여자 프로농구의 최종 중단 결정에 이어 이제 관심을 모으는 것은 남자 프로농구의 선택이다. KBL은 지난 1일을 끝으로 4주간 리그를 일시 중단한 상황이며 오는 24일 이사회를 통하여 리그 재개 여부와 향후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남자 프로농구도 원래 예정된 목표였던 29일 리그 재개는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여자 프로농구처럼 시즌의 완전 중단까지 결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남자 프로농구도 코로나 사태에 대한 불안감, 외국인 선수 거취 문제 등의 고민은 동일한 상황이지만, 중계권이나 스폰서 수익 등으로 인한 이해관계가 여자 프로농구보다 더 크고 복잡하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현재로서 유력한 것은 리그 일정을 추가로 연기하거나 정규리그 잔여 일정 혹은 플레이오프의 축소, 무관중-중립 경기 시행 등이 대안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남자 프로농구에 이어 아직 시즌 개막이 불투명한 야구나 축구도 역시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여자 프로농구가 단행한 결단이 다른 종목의 선택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파장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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