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2019-2020 프로농구 원주 DB 프로미와 전주 KCC 이지스 경기가 취소된 강원 원주종합체육관.

1일 2019-2020 프로농구 원주 DB 프로미와 전주 KCC 이지스 경기가 취소된 강원 원주종합체육관. ⓒ 연합뉴스

 
사실상 한국 스포츠의 시계가 완전히 멈췄다. 예년같으면 프로야구·축구의 새 시즌 개막과 프로농구·배구의 플레이오프 시즌, 축구대표팀의 A매치 등으로 한창 뜨거웠어야 할 3월이지만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스포츠 일정이 모두 사라졌다.

최근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8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오는 10일부터 24일까지 2주간 정규리그를 중단하기로 했다. 국내 프로스포츠 중 유일하게 리그 일정을 강행해온 여자프로농구도 결국 중단을 피하지 못했다. 여자 농구는 지난 2월 21일부터 무관중 경기로라도 시즌을 완주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해왔으나, 코로나19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선수단이 장기간 격리되는 상황에 대한 피로감, 확진자 발생에 대한 불안감까지 높아지면서 결국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여자농구 정규리그는 올 시즌 정규리그 90경기 중 8경기만 남겨둔 상황이었다.

앞서 남자프로농구(KBL)도 지난 1일부터 4주간 리그 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남자 프로농구는 무관중 경기 진행 4일 만에 전주 KCC 선수단이 머물던 숙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이 알려지며 안전 차원에서 리그 중단을 선택했다. 남녀 프로배구는 지난달 25일부터 무관중 경기로 개최하다 3일부터 리그를 중단했다.

프로축구는 지난달 29일 예정했던 2020시즌 K리그 개막을 무기한 연기했다. 프로야구는 14일부터 치르려던 프로야구 시범경기 전 일정(50경기)도 취소했으며,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따라 28일로 예정되어있던 정규리그 개막 일정도 1주일 단위로 연기하기로 잠정적으로 결정했다. 국내 4대 프로스포츠(야구,축구, 농구, 배구)가 모두 중단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한국 프로구단과 계약을 맺었던 외국인 선수들의 거취 역시 불투명하다. 남녀농구는 이미 일부 외국인 선수들은 구단과 계약을 해지하고 귀국하기도 했다. 리그 일정이 공식적으로 중단되면서 휴식 차원에서 일시 귀국한 선수들도 있지만 한국과 미국의 코로나19 확진 상황에 따라 선수 의지와 별개로 복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구와 축구 역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시즌 개막 연기에 불안감을 느끼는 외국인 선수들을 달래는데 어려움을 겪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프로스포츠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비중이 크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들이 정상적으로 팀에 합류하지못한다면 리그가 재개되더라도 파행은 불가피하다.

국제대회도 예외는 아니다. 남자 축구는 당초 이달 열릴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이 잠정 연기되었고, 여자축구 한국-중국의 도쿄올림픽 플레이오프도 4월 이후로 미뤄졌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남자 23세 이하(U-23) 올림픽 대표팀의 평가전마저 무산됐다.

프로축구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주관하는 AFC는 지난 2일 긴급회의를 열고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는 동아시아 팀들이 3-4월로 예정되어있던 조별리그 잔여 경기를 5∼6월까지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밖에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예선전이나 자체 선발전이 걸려있던 탁구, 유도 등 국제 대회 경기들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무산되며 한국스포츠의 올림픽 준비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스포츠팬들에게 자국 리그 외에 또다른 즐거움을 주던 한국인 해외파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 비보도 아쉽다. 한국축구의 자랑 손흥민은 최근 리그 경기에서 팔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여 수술대에 올라야했고 사실상 올 시즌 내 복귀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스트리아 무대에 물오른 활약을 이어가던 황희찬도 역시 허벅지 부상으로 한달간 결장이 불가피해졌다. '골든보이' 이강인은 최근 부상을 털고 복귀했지만 시즌 초반과 비교하여 출전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나마 K리그가 복귀가 불발된 기성용이 최근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데뷔전을 치른게 위안이다. 이청용은 최근 유럽생활을 정리하고 K리그 울산 현대에 입단하며 국내 무대에 복귀했다.

다행히 류현진(토론토), 추신수(텍사스), 최지만(템파베이) 등이 활약하는 메이저리그는 정상적으로 개막을 앞두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한국인 선수로는 최초로 사이영상 1위표를 받는 등 리그 최고의 투수로 자리매김한 류현진은 올시즌 아메리칸리그에서 빅리그 1선발로서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어서 팬들의 기대감이 높다.

스포츠가 사라진 봄을 맞이하는 것은 팬들은 물론이고 선수나 관계자에게도 모두 낯선 경험이다. 우리의 삶에 작은 위안과 즐거움을 안겨주던 스포츠의 존재가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관중의 함성과 응원이 없는 경기장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그 절실함을 돌아보게 만드는 시간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사태라는 위기를 슬기롭게 잘 극복하고 스포츠 경기장에서 다시 선수들의 열정과 팬들의 함성이 울려퍼지는 날을 모두가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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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프로스포츠 여자농구리그중단 한국인해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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