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의 전쟁 중인 프로농구가 일단 리그 4주 중단을 선택했다. 프로농구를 주관하는 KBL은 2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1일부터 오는 28일까지 4주 동안 리그를 일시 연기한 후 재개할 것을 결정했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될 경우 구단과 협의해 리그 일정과 관중 입장 재개를 앞당길 수도 있는 여지를 남겼다.

지난해 10월 시즌을 시작한 KBL은 A매치 휴식기 이후 리그가 재개된 지난달 26일부터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관중과 선수의 안전을 우려하여 무관중 경기로 전환한 바 있다. 하지만 리그 재개 4일 만에 전주 KCC 소속 선수들이 묵은 호텔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투숙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며 KBL은 선수단 내 감염을 우려해 1일부로 리그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국내 스포츠 중에서 코로나 사태로 시즌 중단을 선택한 것은 핸드볼에 이어 두 번째이며 4대 프로스포츠(야구,축구, 농구, 배구) 중에는 첫 사례다. 1997년 프로 출범 이후 국제대회 일정에 따른 일시적인 휴식기는 있었지만 사스-메르스 사태나 남북한 간 전쟁 위기 고조 때에도 중단되지는 않았다. 프로농구 일정이 사상 최초로 파행을 겪을만큼 이번 코로나 사태가 엄중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올 시즌 모처럼 인기 회복의 전환점을 마련했던 프로농구계나 팬들로서도 뜻밖의 재난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1일 2019∼2020 프로농구 원주 DB 프로미와 전주 KCC 이지스 경기가 취소된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이 텅 빈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일 2019∼2020 프로농구 원주 DB 프로미와 전주 KCC 이지스 경기가 취소된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이 텅 빈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KBL은 어려움 속에서도 잔여 정규리그 57경기 일정은 최대한 정상적으로 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향후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KBL이 자체적으로 정한 2019-2020시즌 종료 시점의 마지노선은 5월 10일이다. 그 이후로는 자유계약선수(FA) 계약 일정-기존 감독들이나 외국인 선수들의 계약만료 같은 문제가 있어서 더이상 미루기가 어렵다. KBL이 휴식기를 최대 4주로 정한 것도 이런 점까지 고려한 결정이다.

우여곡절 끝에 일시적으로 리그를 중단하는 절충안에 가까운 결정을 내렸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만일 4주 이내에 코로나 사태가 지금과 마찬가지로 개선되지 않을 경우 결국 조기에 리그를 완전 종료하는 등 후속 대응안도 불가피하다. 상황 호전의 기준도 애매하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공식적으로 정부가 정하는 국가위기경보 단계의 '심각' 설정이 낮아지는 시점이다. 시즌 개막 연기를 선언한 프로축구나 시범경기 일정을 취소한 프로야구처럼 타 프로스포츠의 동향도 KBL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프로농구 각 팀의 전력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거취도 변수다. 이미 프로농구가 리그 중단을 선택하기 전부터 앨런 더햄과 바이런 멀린스, 보리스 사보비치 등 3명의 선수가 코로나 사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구단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귀국을 선택했다. 부산 KT와 고양 오리온 등 외국인 선수들이 이탈한 소속팀은 전력상 큰 피해를 감수해야했다. 이들은 KBL 규정상 향후 국내 복귀가 금지되는 영구제명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리그 중단이 발표되자 원주 DB의 치나누 오누아쿠와 칼렙 그린, 인천 전자랜드의 머피 할로웨이와 트로이 길렌워터도 귀국을 선택했다. 이들은 앞선 사례처럼 계약해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호전되지 않을 경우 한국과 미국의 상황에 따라 당사자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복귀가 어려울 수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대체 선수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인지라 외국인 선수의 보유 유무만으로 팀간 전력차가 극심하게 벌어지게 되면 리그가 재개되더라도 파행은 불가피해진다.

또한 리그가 재개되더라도 관중 입장을 재개할지 아니면 계속 무관중 경기로 잔여 시즌을 진행할지도 생각해봐야할 부분이다. 그동안 무관중 경기에도 불구하고 홈-어웨이 제도는 계속 유지했지만 이번 KCC 사건에서 보듯 잦은 지방 이동에 따른 확진자와의 접촉 동선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중립 경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구단마다 체육관 대관이나 광고 스폰서와 관련된 이해관계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지만, 코로나 사태가 이미 '국가 재난' 수준의 특수 상황으로 일이 커진 데다 어차피 무관중 경기를 강행할 경우 연고지 개념이 무의미해진다. 이럴바에는 선수 및 관계자들의 안전을 위하여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1~2곳을 선정하여 중립경기로 진행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수월하다.

이밖에도 팀간 형평성을 위하여 아예 외국인 선수들을 모두 제외하고 국내 선수들만으로 리그를 재개하는 것이나, 아예 정규리그만으로 우승팀을 결정하고 플레이오프는 취소하는 것도 한번 생각해볼 만하다. 지금처럼 외국인 선수들의 거취가 불투명해 상황에서는 팀간 전력불균형이 너무 심해진다. 플레이오프 일정을 단축해서 치를 경우 그 또한 정규시즌 성적의 어드밴티지가 줄어들고 이변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KBL은 코로나19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지켜보면서 필요시 이사회를 다시 개최하기로 했다. 전례없는 파행을 겪고있는 프로농구가 과연 4주 뒤에는 정상적인 모습으로 다시 팬들에게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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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4주중단 코로나사태 무관중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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