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롭 리버풀 감독이 1일(한국시간) 영국 왓퍼드의 비커리지로드에서 열린 2019-2020 EPL 2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패배한 뒤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클롭 리버풀 감독이 1일(한국시간) 영국 왓퍼드의 비커리지로드에서 열린 2019-2020 EPL 2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패배한 뒤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강의 팀'에 도전하던 잉글랜드 프로축구 구단 리버풀 FC의 무패 행진이 마침내 중단됐다. 리버풀은 1일(한국시각) 영국 왓포드 비커리지 로드에서 열린 2019-2020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왓포드에 0-3으로 완패했다.

리버풀은 이날 경기 전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각종 어마어마한 기록 행진을 쌓아올리고 있었다. 개막 후 27경기 연속 무패(26승1무), 18연승, 지난 시즌부터 이어온 44경기 무패(39승5무) 행진 등이었다. 리버풀은 내친 김에 아스널이 2004년 작성했던 시즌 무패 우승(26승12무)과 최다 연속 무패(49경기) 기록까지 한꺼번에 추월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리그 17위로 힘겨운 강등싸움을 펼치고 있던 왓포드에 어이없이 완패하며 그간의 공든탑이 하루아침에 모두 물거품이 됐다.

왓포드전에서는 결국 리버풀의 누적된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전반을 0-0으로 마쳤으나 후반에만 내리 세 골을 내줬다. 모하메드 살라-호베르투 피르미누-사디오 마네 등 리버풀이 자랑하는 특급 공격진이 모두 정상 가동되었고 볼점유율에서도 월등히 앞섰으나 무득점에 그쳤다. 시즌이 막바지에 이르고 우승이 가까워지며 그동안 피로가 누적되었던 리버풀 선수들의 체력과 집중력 저하 문제가 기어코 터졌다.

리버풀은 시즌 개막 이후 그동안 위기다운 위기는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불안한 조짐은 최근들어 이전 경기에서부터 이미 나오고 있었다. 리버풀은 최근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에 0-1로 덜미를 잡히는 이변의 제물이 됐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이끄는 아틀레티코 역시 강팀이기는 하지만 리버풀보다는 전력상 확실히 한 수 아래로 꼽힌 데다 최근 자국리그에서도 4위에 그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에 충격이 더 컸다. 리그에서 승리를 거둔 노리치시티(1-0)전이나 웨스트햄(3-2)전에서도 내용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겨우 신승했다. 시즌 초중반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상대를 가둬놓고 두들겨 패던 위용은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한편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한국과의 악연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리버풀이 왓포드에 패하며 무패행진이 중단된 것은 한국 시각으로 지난 1일, 3·1절이었다. 리버풀은 세계적인 명문구단답게 당초 한국에도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최근 욱일기 논란으로 많은 팬을 잃었다. 리버풀은 지난해 12월 일본 출신 미드필더 미나미노 타쿠미의 영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공식 홈페이지에 전범기가 들어간 영상을 게재해 물의를 빚었다.

리버풀 구단은 한국 팬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이는 오히려 또다른 논란만 낳았다. 사과문은 구단 공식 홈페이지가 아닌 SNS 계정에만 올렸고, 대상도 오직 한국 IP 사용자들만 볼 수 있도록 제한했기 때문이다. 리버풀이 일본 측의 반응을 의식했거나 혹은 전범기 논란을 축소하려는 듯한 태도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이었다.

또한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리버풀이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이후 SNS에 우승을 자축하는 사진을 올리며 또다시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문양을 드러내 사과의 진정성에 의문부호를 남겼다. 일련의 사건으로 리버풀은 한동안 국내 팬들 사이에서 '전범풀'이라는 오명으로 불리는 등 많은 안티를 불러모으고 말았다. 한국 팬들의 연이은 지적을 크게 아랑곳하지않던 리버풀이 하필 한국에 특별한 의미를 지닌 3월 1일에 역대급 패배를 당한 것은 운명의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묘한 장면이다.

물론 왓포드전 패배에도 리버풀의 리그 우승은 여전히 시간 문제다. 리버풀은 2위 맨시티가 한 경기를 덜 치른 시점에도 무려 22점 차이로 앞서고 있다. 리버풀은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로는 아직까지 리그 우승이 없다.

하지만 최근 리버풀의 경기력이 시즌 초반과 달리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미 우승이 유력한 프리미어리그는 그렇다해도,  리버풀의 또다른 목표인 트레블(3관왕) 달성에 있어서 토너먼트인 UCL이나 FA컵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수 있다.

리버풀의 향후 일정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5일에는 만만치않은 강호 첼시와 FA컵 16강 맞대결이 예정되어있고, 대회 2연패를 노리는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2일 16강 2차전 홈경기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강력한 수비를 뜷고 역전극에 도전해야한다. 그 뒤로는 17일 지역 라이벌 에버턴과의 17일 '머지사이드 더비'도 기다리고 있다.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지탱하던 무패행진-무패우승 도전이 좌절되면서 다소 맥이 빠질수 있는 선수단의 긴장감과 집중력을 어떻게 다시 끌어낼지가 위르겐 클롭 감독의 다음 과제다. 한국팬들도 리버풀의 행보를 끝까지 주시할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리버풀전범기 무패우승 리버풀아틀레티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