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에 창단하여 2017년 첫 월드 챔피언이 된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2년 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사인 훔치기 논란이 일었고, 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는 이에 대하여 제프 르나우 전 단장과 A.J. 힌치 전 감독에게 책임을 물어 1년 무보수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자격정지 기간이 지나도 르나우와 힌치의 계약기간은 남아 있으나, 애스트로스의 짐 크레인 구단주는 구단 자체 징계 차원에서 두 사람을 경질했다.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 징계였고, 크레인 구단주는 바로 애스트로스의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보스턴 레드삭스도 애스트로스의 수석코치로서 사인 훔치기를 주도했던 알렉스 코라 전 감독을 경질했다. 뉴욕 메츠에서도 선수 시절 사인 훔치기에 깊이 관여했던 카를로스 벨트란 전 감독이 사퇴했다. 

명장 베이커 감독, 애스트로스와 1+1년 계약

이에 애스트로스와 레드삭스 그리고 메츠는 이번 겨울 동안 새로운 감독을 찾아야 했다. 보통 포스트 시즌에서 탈락한 팀들이 10월에, 포스트 시즌을 치른 팀들이 11월에 새 감독을 찾아 계약하는 것에 비춰볼 때 여느 때보다 늦었다. 

메츠는 이들 3팀 중 가장 먼저 차기 감독을 선임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전 감독이었던 펠리페 알루 전 감독의 아들이자 왕년의 스타였던 모이에스 알루의 이복동생인 루이스 로하스 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임명했다. 레드삭스는 아직 신임 감독을 선임하지 못했다.

메츠는 코치들 중에서 내부 승격으로 감독을 선임했지만 애스트로스는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과거 감독 이력이 풍부한 베테랑 감독을 섭외하기로 한 것이다. 애스트로스의 벤치코치인 조 에스파다를 비롯하여 감독 이력이 있는 벅 쇼월터, 존 기븐스, 브래드 아스무스 등이 인터뷰를 실시했다.

무려 9명의 감독 후보들이 인터뷰를 거친 가운데 애스트로스가 선택한 인물은 더스티 베이커였다. 애스트로스는 30일(이하 한국 시각) 베이커 감독과 1년 계약을 체결했음을 발표했다. 일단 스프링 캠프가 코 앞으로 다가온 만큼 급한 대로 1년 계약을 했으며 2020 시즌 결과에 따라 2021년에 팀 옵션이 걸려있다.

1949년 6월 15일 생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리버사이드(로스앤젤레스 근처) 출신의 베이커 감독은 1967 드래프트 26라운드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지명되어 메이저리그 선수 이력을 시작했다. 1968년에 데뷔했고, 이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자이언츠 그리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거치며 19시즌 타율 0.278에 242홈런 1013타점을 기록했다.

베이커 감독의 선수시절 중 가장 화려했던 때는 다저스시절이었다. 올스타, 골드 글러브, 실버 슬러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MVP 수상 등은 물론 월드 챔피언 경험도 다저스에서 이룩했다. 이러한 인연으로 2013 NLCS 당시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시구를 한 적도 있다.

감독 경력 22년, 정규 시즌 통산 1863승 1636패

베이커 감독은 1988년 자이언츠에서 1루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1989년 타격코치를 거친 그는 1993년부터는 내부 승격으로 자이언츠의 감독이 됐다. 2002년까지 10시즌 동안 자이언츠의 감독을 맡으면서 840승 715패를 기록했다.

베이커 감독이 맡았던 10시즌 동안 자이언츠는 1997년과 2000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 때 모두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에서 빠르게 탈락했고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2002년에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은 놓쳤지만, 리그 와일드 카드 자격을 획득하며 월드 시리즈까지 올랐다. 역시 아메리칸리그 와일드 카드 팀이었던 애너하임 에인절스(현 LA 에인절스 오브 애너하임, 이하 에인절스)와 만나면서 메이저리그 최초로 와일드 카드 팀끼리 월드 시리즈를 치르게 됐다.

2002년 월드 시리즈에서 자이언츠와 에인절스는 7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다. 그러나 3승 2패로 앞섰던 6차전에서 5-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를 당했다. 7차전에서는 존 래키의 호투에 막히고 에인절스 타선에게 난타 당하는 바람에 처음으로 맞이했던 월드 시리즈에서 챔피언의 기회를 놓쳤다.

이후 베이커 감독은 컵스로 이적했다. 케리 우드, 마크 프라이어, 카를로스 잠브라노 등의 젊고 강력한 투수 자원도 많았고, 베테랑 그레그 매덕스도 선발진을 지키고 있었다. 타선도 알루, 새미 소사 등이 버티고 있었으며 최희섭(현 KIA 타이거즈 타격코치) 등이 성장하고 있는 등 선수 자원이 좋은 팀이었다.

베이커 감독이 부임한 첫 시즌인 2003년 컵스는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2003년 101승을 기록했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디비전 시리즈에서 5차전 혈투 끝에 제치고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고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말린스)에게 4차전까지 3승 1패로 앞섰다.

그러나 당시의 컵스는 1908년(대한제국 순종 2년) 우승 이후 106년 동안 월드 챔피언을 차지하지 못하는 염소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었다. 2003년 NLCS 5차전에서 컵스는 말린스의 에이스였던 조시 베켓(2003 월드 시리즈 MVP)에게 완봉패를 당했다.

6차전에서는 컵스가 7회까지 3-0으로 앞서고 있었는데 7회초 1사 주자 2루 상황에서 파울 플라이를 관중이 방해하는 바람에 경기 흐름이 끊겼다. 결국 6차전에서 8실점 역전패를 당했고, 7차전에서는 6-9로 패하며 시리즈를 내줬다.

이후 베이커 감독은 컵스에서 우승의 기회를 다시 잡지 못했다. 2003년 불꽃을 태운 뒤 우드와 프라이어는 부상으로 신음하다 은퇴했고, 팀 순위도 점점 하락하면서 2006년에는 66승 96패로 추락했다. 결국 베이커 감독은 4년 동안 322승 326패를 기록한 뒤 컵스를 떠났다.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베이커의 감독 시절

2007년 1년을 쉰 베이커 감독은 2008년부터 신시내티 레즈 감독을 맡았다. 처음 2년 동안 팀 성적이 신통치는 않았지만, 베이커 감독의 지도 하에 2010년 레즈가 91승 71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베이커 감독이 있는 동안 레즈는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했고,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잠시 뛰었던 2013년에는 와일드 카드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0년과 2012년은 디비전 시리즈에서, 2013년은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모두 탈락하고 말았다(레즈 시절 정규 시즌 509승 463패).

이후 베이커 감독은 2년 동안 야인 생활을 하다 맷 윌리엄스(현 KIA 타이거즈 감독)의 후임으로 내셔널스 감독을 맡았다. 내셔널스에서의 2년 동안 베이커 감독은 정규 시즌 192승 132패의 훌륭한 승률을 기록하며 두 시즌 모두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내셔널스에서의 2년 동안 베이커 감독은 또 디비전 시리즈에서 빨리 탈락하며 포스트 시즌 저주에 시달렸다. 그나마 2017년 NLDS 일리미네이션 게임에서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의 역투로 연패를 끊은 게 위안이었다.

내셔널스와의 재계약에 실패한 베이커 감독은 자이언츠의 특별 고문을 맡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애스트로스와 감독 자리를 놓고 인터뷰를 실시하면서 다시 한 번 지휘봉을 잡게 된 것이다.

추신수와도 인연이 있었던 베이커 감독은 선수들에겐 최고의 감독으로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어떠한 잣대로 선수들을 구분하지 않으며 최대한 포용하려고 한다. 그러나 컵스 시절 우드와 프라이어 등 젊은 투수들을 혹사시켰다는 사실에선 벗어나기 어렵다.

또한 베이커 감독은 정규 시즌에서는 훌륭한 성적을 냈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항상 고배를 마시면서 그 불운을 떼지 못하고 있다. 포스트 시즌마다 투수 교체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고, 우드와 프라이어의 혹사 후유증도 이와 관련이 있었다(포스트 시즌 통산 23승 32패).

포스트 시즌에서 비난 받은 애스트로스, 베이커와의 궁합은?

현재 애스트로스는 월드 챔피언을 차지했던 2017년 당시 전자기기를 이용해 상대 팀의 사인을 훔쳤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거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팀 역사상 최악의 시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베이커 감독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물론 게릿 콜(뉴욕 양키스) 등이 이적했지만 애스트로스는 여전히 다시 한 번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이다. 베이커의 이력을 감안하면 애스트로스는 충분히 포스트 시즌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잡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다.

다만 베이커 감독이 포스트 시즌에선 항상 약한 모습을 보이기에, 애스트로스가 다시 한 번 우승으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애스트로스가 2017년에 우승을 했던 방식과 베이커의 지휘 방식이 맞을지도 의문이다.

힌치 전 감독의 경우는 프런트에서 분석하는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만 70세의 베이커 감독은 최근 세대의 새로운 감독들과는 달리 현장 감각으로 지휘하는 올드 스쿨 스타일이다. 

에인절스의 조 매든 감독(1954년 2월 8일 생, 만 65세)을 제치고 현역 최고령 감독으로 복귀한 베이커 감독의 마지막 목표는 확실하다. 선수 시절에는 이뤘지만 감독으로서는 들어보지 못한 월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보는 것이다. 2020년에 베이커 감독이 마지막 소원을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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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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