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의 미니 앨범 < THE REVE FESTIVAL FINALE > 커버 이미지

레드벨벳의 미니 앨범 < THE REVE FESTIVAL FINALE > 커버 이미지 ⓒ SM 엔터테인먼트


2019년 연말, 그리고 2020년 초에 울려 퍼진 최고의 히트곡을 뽑으라고 한다면, 래퍼 창모의 '메테오(METEOR)', 그리고 걸그룹 레드벨벳의 노래 '싸이코(Psycho)'를 뽑을 수 있지 않을까.

레드벨벳은 현재 SM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걸그룹이다. 이들은 소녀시대와 에프엑스를 계승하는 듯 하면서도 자신들만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특히 '레드'와 '벨벳'으로 나뉘어진 이들의 콘셉트와 퍼포먼스, 치밀하게 구성된 세계관과 뮤직비디오는 레드벨벳만의 문법을 만들었다.

'레드' 콘셉트가 경쾌한 댄스곡으로 설명된다면, '벨벳' 콘셉트는 더 부드럽고 그루비한 알앤비 음악 혹은 신비하고 몽환적인 무드로 설명된다. 2017년 여름을 강타한 히트곡 '빨간 맛'은 레드 콘셉트의 정점이었다. 반대로 '피카부'와 '뱃 보이(Bad Boy)'는 벨벳 콘셉트로도 이들이 큰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러나 레드벨벳의 모든 실험이 박수를 받는 것은 아니었다. 역동적인 곡이었으나,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는 편곡의 'RBB(Really Bad Boy)'는 대중들에게 큰 반응을 얻지 못 했다. 실험성이 극에 달했던 구성의 '짐살라빔'도 차트 상위권에서 빠르게 내려와야만 했다. '음파음파'의 경우, 충분한 대중성을 갖춘 여름 노래였다. 그러나 너무 늦은 여름(8월 20일)에 발표되었기 때문일까, 역시 큰 반응을 얻지 못 했다.
 
레드벨벳만이 할 수 있는 것
 
 레드벨벳 콘셉트 이미지

레드벨벳 콘셉트 이미지 ⓒ SM 엔터테인먼트

 
여름 페스티벌을 콘셉트로 한 '더 러베 페스티벌(The Reve Festival)' 시리즈의 타이틀곡('짐살라빔', '음파음파')이 연달아 부진했던 가운데 마침내 '싸이코'가 한 방을 터뜨렸다. '싸이코'는 2019년 걸그룹이 발표한 곡 중 유일한 멜론 차트 일간 1위곡이며, 모든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곡이기도 하다. 그러니 '싸이코'는 '뱃 보이' 이후 가장 대중성을 확보한 벨벳 콘셉트 곡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곡은 수려한 편곡이 격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세련된 트랩 비트와 베이스는 쉽게 귀를 사로잡는다. 후렴구에 맞춰 등장하는 브라스는 이 곡에 무게감을 싣는다. 다섯 멤버의 목소리가 가진 개성을 적재적소에 활용했다는 것 역시 강점이다. 슬기의 가성, 그리고 속삭이는 듯한 조이의 보컬이 대표적이다. "Don't Look Back 그렇게 우리답게 가보자"는 '2020년의 한 소절'로 예약하기에 무리가 없다. 사랑이 가지고 있는 불예측성과 양면성을 다룬 켄지의 감각적인 가사 역시 이 곡을 뻔하지 않게 만든다.

"우린 아름답고 참 슬픈 사이야.
서로를 빛나게 해 (Tell me now)
마치 달과 강처럼 (그리곤 또 껴안아, yeah)
(중략)
어쩔 줄을 몰라 너를 달래고 매섭게 발로 차도
가끔 내게 미소 짓는 널 어떻게 놓겠어."
- 레드벨벳 '싸이코' 가사 중에서.


한편 타이틀곡과 함께 공개된 수록곡들 역시 놓치지 않는 것이 좋다. 켄지가 만든 '인 앤 아웃(In & Out)'은 매력적인 멜로디와 관능적인 가사를 함께 갖추고 있다. 축제의 여운을 만끽하는 연인을 표현한 발라드 '리멤버 포에버(REMEMBER FOREVER)', 지난 콘서트에서 깜짝 공개되었던 '라 루즈(La rouge)'의 그루브도 인상적이다.

'싸이코'는 팀 고유의 멋과 멜로디를 과시하는 한편, 그리고 신선함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메인스트림의 팝 음악과 비교해도 경쟁력을 가지는 세련된 사운드와 노래 자체의 재미, 그리고 이를 훌륭하게 소화하는 멤버들의 역할이 있었다. 레드벨벳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고 할 수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웬디의 부재는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웬디는 지난 12월, SBS <가요대전> 리허설 도중 부상을 당해 치료 중에 있다. SBS는 현재 내부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다섯 명이 건강하게 한 무대에 함께 설 때, 앨범 제목이기도 한 '레베 페스티벌'은 비로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레드벨벳 PSYCHO 음파음파 짐살라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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