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전주 KCC가 연패에 발목이 잡혔다. 6연승을 올리며 선두 서울 SK를 맹추격하던 것도 잠시, 중요한 시점에서 뼈아픈 연패 지뢰를 밟고 말았다. 그 사이 안양 KGC가 공동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3위로 내려앉은 KCC는 턱밑까지 쫓아온 인천 전자랜드, 원주DB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특히 4일 DB전 패배는 뼈아팠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것을 비롯 이대성(30·193cm)까지 돌아왔고 제2홈인 군산월명체육관에서 진행돼 충분히 해볼 만한 경기로 평가됐다. 아쉽게도 KCC의 발은 무거웠고, DB는 투지를 가지고 악착같이 뛰어다녔다.

양팀의 활동량 차이가 공격리바운드 격차(KCC 8개-DB 20개)로 이어지면서 제공권에서 완패하고 말았다. 공격 리바운드 이후에만 28점을 빼앗겼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KCC 공격은 야투가 빗나가는 순간 끝나고 말았지만 DB는 끈질기게 리바운드 경합을 벌이며 두 번, 세 번 공격에 나섰다. 당연히 득점 쟁탈전에서 DB가 앞설 수밖에 없었다.

외곽에서도 DB는 계속 밀착 수비를 선보이며 KCC에게 손쉬운 3점 찬스를 주지 않았다. 반면 DB 공격은 전선수가 볼 없는 움직임을 잘 가져가며 헐거운 KCC 외곽 수비를 잘 공략했다. 거기에 야투율에서도 밀렸는지라 KCC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외려 당황한 나머지 실책만 쏟아내며 전창진 감독을 한숨짓게 했다.
 
 연패에 빠진 KCC 입장에서는 이대성, 송교창 등 핵심 선수들에게 맞는 옷을 입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연패에 빠진 KCC 입장에서는 이대성, 송교창 등 핵심 선수들에게 맞는 옷을 입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 전주 KCC

 
확실한 롤 필요한 이대성, 4번 외도 끊어야할 송교창
 
현재의 KCC는 우승을 노려야 하는 입장이다. 현대모비스와의 빅딜을 통해 팀에 합류한 이대성(시즌후 FA), 라건아(다음 시즌 이후 계약종료)의 사용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지라 그들이 있을 때 대권에 도전해야한다. 팀의 미래인 김국찬(24·191cm), 김세창(23·182cm)에 핵심 식스맨 박지훈(30·193cm)까지 내줬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시즌중 팀 핵심 전력을 맞바꾼 관계로 KCC의 멤버간 역할 분배는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여전히 주전 4번이 공백으로 남아있는 가운데 2번 자리는 이정현(33·191cm), 이대성이라는 국가대표 슈팅가드가 두명이나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는 말처럼 제대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 다소 아쉬운 구성이다.

이대성과 이정현의 역할 중첩은 KCC 최대 고민거리다. 둘은 국내리그 최고의 2번으로 불리는 선수들이다. 공교롭게도 한팀이 됐다. 타팀에는 한명도 없는 국가대표 2번이 무려 두명이나 된다는 점에서 부러움을 살 수도 있겠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자신이 공을 많이 만져가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스타일상 쉽게 조화가 안된다. 한선수를 몰아주다보면 한선수가 소외되기 십상이다.

물론 자세히 여다보면 플레이 유형 자체는 상당히 다르다. 이대성은 활동량과 운동능력을 내세워 전투적으로 승부에 임한다. 끊임없이 내외곽을 오가며 외곽슛을 던지고 돌파를 하다가 자신에게 수비가 몰렸다 싶은 순간 킥아웃패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나간다. 컨디션에 따라 기복이 심한지라 안정감은 떨어지지만 한번 터지기 시작하면 경기 흐름을 바꿔버릴 만큼 폭발력이 좋다.

이정현같은 경우 '농구도사'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노련미가 돋보인다. 그 역시 20대 때는 이대성처럼 과감한 플레이 위주의 2번이었으나 30대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농구에 눈을 떴다.

넓은 시야로 코트 전체를 아우르며 돌파, 슛, 패스를 조절한다. 내외곽을 고루 갖춘 전천후 공격수이면서 패싱플레이에도 능하고, 수비 역시 자신의 매치업 상대를 어느 정도 묶을 정도는 된다. 상대 패스 라인을 읽는 눈이 좋아 스틸에도 일가견이 있다.

플레이 스타일만 봤을 때는 이정현이 좀 더 오랜 시간 동안 볼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대성은 포인트가드 욕심까지 있을 정도로 자신이 주도적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것을 즐긴다. 받쳐주는 역할에는 익숙하지 않은 만큼 이정현 위주로만 갔다가는 의기소침해져서 경기력 자체가 다운될 수 있다. 전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로서는 이대성의 롤을 줄이고 확실한 역할을 맡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 갑작스럽게 KCC로 둥지를 옮긴 이대성은 이후 부상까지 겹치며 컨디션 자체가 좋지 않다. 경기 흐름과는 무관하게 기습 3점슛을 남발하는 등 여전히 팀 KCC의 컬러와 섞이지 못하고있는 상황이다. 이정현같은 능구렁이 과가 아닌지라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대성의 최대 장점은 운동능력, 기동력 등이 바탕이 된 활동량이다. 이정현이 노련함으로 팀을 이끌어간다면 이대성은 끊임없이 뛰어다니며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수다.

특히 기대해볼 수 있는 부분은 수비다. 현재 전 감독은 상황에 맞춰 최승욱, 신명호라는 자원을 수비전문선수로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둘 다 수비에 비해 공격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두 선수가 나올 때 KCC수비가 좀 더 타이트해지는 것은 맞지만 공격시에 손해 보는 부분도 있다.

이대성의 가치는 최승욱, 신명호처럼 강하게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수비력을 갖췄으면서도 리그 상위권 공격력까지 겸비했다는 점이다. 국가대표팀에서도 강한 압박수비가 필요할 때면 이대성이 중용되고는 했을 정도다. 사실 이대성이 마음을 고쳐먹고 수비에 집중하면서 간간이 공격에만 참여해준다면 KCC입장에서는 그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는 없다. 물론 이대성이 그 정도 역할에 만족할 가능성은 낮다. 

이상적인 그림은 이대성이 활동량을 앞세운 강한 수비로 스토퍼 역할을 해주면서 공격시에는 볼없는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가져가면서 받아먹는 슈팅 위주로 움직이는 것이다.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KCC는 제대로 신형엔진을 달게 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4번 공백도 심각하다. KCC와 순위경쟁을 하는 팀들은 하나같이 경쟁력 있는 주전 4번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KCC 4번은 주전이 정해지지 않아 3번 스몰포워드 송교창(24·201cm)이 파워 포워드를 맡을 때가 많다. 내외곽을 오가는 스윙맨 플레이가 익숙한 선수가 갑자기 골밑위주로 플레이해야 되는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현대농구에서 4번이 꼭 골밑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송교창은 4번에서 뛸 때도 공격시에는 3번처럼 플레이하는 경우가 잦다. 문제는 수비다. 현재 송교창의 기량이라면 어지간한 4번과도 충분히 맞상대가 가능하지만 상대가 함지훈(36·198㎝), 김종규(29·207㎝) 등 리얼 빅맨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포지션의 익숙함, 몸싸움 등에서 당해내기 쉽지 않다. 상대팀에서도 대놓고 이를 이용하는 모습인지라 송교창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자칫 이같은 일이 반복되면 송교창의 전체적 경기력 역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비에서 체력을 많이 쓰고 그로인해 심리적 부담감까지 생기게 되면 공격 등 다른 플레이에도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송교창은 KCC의 에이스다. 신장이 크고 공수밸런스가 좋은 관계로 4번 수비를 맡고 있지만 팀 전력을 위해서라도 그의 재능은 공격 쪽에 좀더 집중해야 한다. 수비에너지를 끌어올리더라도 자신에게 익숙한 3번 포지션에서 하는 게 맞다. 어찌보면 팀내 가장 위력적인 옵션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상대팀에서 두려워하는 것은 어정쩡한 4번 송교창이 아닌 국내 최고의 3번 송교창이다.

KCC가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송교창의 수비족쇄를 풀어줘야 한다. 당장 4번 자원이 없는 팀 상황을 감안해야한다면 최현민, 한정원, 김진용, 곽동기 등 가동 인원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물량공세라도 펼칠 필요가 있다. 송교창이 4번을 보는 시간을 줄여줄수록 결국 팀에게는 도움이 되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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