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이 지난 8월 17일(현지 시각) 영국 노리치의 캐로 로드에서 열린 노리치 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원정 경기에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기성용이 지난 8월 17일(현지 시각) 영국 노리치의 캐로 로드에서 열린 노리치 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원정 경기에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인 유럽파들의 활약상이 돋보이는 2019-20시즌, 좀처럼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두 선수가 있다. '국가대표팀 전 캡틴' 기성용(뉴캐슬)과 '코리안 메시' 이승우(신트트라위던)다. 두 선수는 1년 전 2018 러시아월드컵에도 함께 출전했던 한국축구의 핵심 자원들이다. 하지만 올시즌 나란히 소속팀에서 입지가 좁아졌다. 

기성용은 지난 2018년 6월 뉴캐슬에 입단했으나 고작 22경기에 나서는 데에 그쳤다. 2019년 아시안컵을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까지 선언하며 선수생활 후반기 새로운 도전에 나섰지만 감독 교체 이후 주전경쟁에서 밀렸고 잦은 부상까지 겹치며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이 중국으로 떠나고 스티브 브루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올시즌에는 단 3경기 출전에 그쳤고 선발출전은 고작 한번뿐이었다. 9월 레스터 시티 원정을 끝으로는 3개월째 출전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완전히 전력외로 분류되고 있다.

한국인 EPL 최다출장을 이어가던 기성용의 기록은 현재 187경기에서 멈춘 지 오래됐다. 기성용이 유럽 진출 이후 주전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은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정도로 장기간 결장한 경우는 처음이다.

딥라잉 플레이메이커 스타일의 기성용은 감독의 전술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선수다. 중원에서의 빌드업과 점유율을 중시하는 감독들은 대체로 기성용을 중용했지만, 수비력과 활동량을 더 강조하는 감독을 만났을 때는 궁합이 좋지 않았다. 전형적인 영국축구 스타일의 브루스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에 기성용이 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뉴캐슬은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현재 9위까지 반등한 상황이라 후반기에 기성용의 입지가 극적으로 반전될 가능성은 낮다.

기성용은 사실상 다가오는 1월 겨울 이적시장에서 팀을 옮길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는 역시 익숙한 프리미어리그 내에서 새로운 소속팀을 구하는 것이다. 기성용은 EPL에서 8년이나 활약하며 검증된 베테랑 미드필더지만,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데다 잦은 잔부상 경력, 장단점이 뚜렷한 플레이스타일을 지니고 있어서 몸값이 많이 하락했다. 뉴캐슬도 전력외인 기성용의 이적을 허가하여 이적료라도 챙기는게 이득이지만, 시즌중 리그내 경쟁팀으로 보내는 것은 꺼려할 가능성이 높다.

기성용의 차기 행선지로 유럽내 타리그 이적은 물론이고 사우디아라비아, 미국(MLS), 중동 ,중국 등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성용의 첫 유럽 소속팀이던 스코틀랜드 셀틱으로의 복귀설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은 구체적인 내용 없는 소문에 그치고 있다.

기성용은 2~3년 전에도 중국으로부터 거액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중국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한창 높아진 시기였고, 특히 기성용은 대표팀 주장으로 월드컵을 앞두고 있어서 경기력 유지 차원에서라도 유럽을 떠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홀가분하게 태극마크의 부담감을 내려놨고 유럽무대에서도 오랜 시간 뛰며 나름 족적을 남겼다. 함께 대표팀을 은퇴했던 '절친' 구자철도 독일무대는 떠난 현재는 중동(카타르 알 가라파)에서 뛰고 있다. 반면 대표팀을 은퇴하지 않은 또다른 절친 이청용(VfL 보훔)은 영국을 떠나 독일 2부리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덧 축구인생 후반기에 접어든 기성용이 좀더 안정적인 출장기회와 좋은 대우가 보장되는 팀을 선택한다고 해서 안될 것은 없다. 높은 몸값 때문에 가능성은 낮지만 박주영이나 이동국같이 아직 한 살이라도 젊을 때 K리그로 조기 복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본다. 

기성용보다 더 상황이 미묘한 이승우
 
 파울루 벤투(왼쪽) 감독과 이승우

파울루 벤투(왼쪽) 감독과 이승우 ⓒ 연합뉴스


이승우는 상황이 더 미묘하다. 올해 8월 더많은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기 위하여 이탈리아 세리에A 헬라스 베로나를 떠나 벨기에 신트트라위던으로 이적했지만 정작 시즌 반환점을 앞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1군 공식 경기를 뛰지 못했다. 이승우에게 전혀 기회를 주지 않았던 마크 브라이스 감독이 경질된 이후 니키 하옌 감독 대행 체제에선 출전 명단에는 포함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고 있다. 선수에게 특별한 부상이 없음에도 이상하리만큼 이승우를 홀대하는 배경을 두고 국내에서도 여러 가지 의혹이 분분한 실정이다.

최근 이승우의 팀동료이자 같은 아시아 출신인 콩 푸엉은 신트트라위던을 떠나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갔다. 콩 푸엉은 지난 7월 베트남 1부리그 호앙아인 잘라이를 떠나 신트 트라위던에 1년 임대로 입단, 유럽 무대에 도전했으나 1부리그 한 경기 20분 출전에 그쳤고 결국 베트남으로 복귀하여 내년 1월부터 자국 프로팀인 호치민 시티에서 뛸 예정이다. 역시 출전기회를 얻지못하고 있는 이승우 역시 이적설이 거론되었으나 구단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

현지에서 이승우와 콩 푸엉을 바라보는 평가는 비슷했다. 개인능력은 있지만 피지컬과 체력, 수비가담에 약점이 있다는 것이다. 신트트라위던은 벨기에리그 중하위권팀으로 공격수들도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해야하는 팀이다. 니키 하옌 감독대행도 이승우의 수비능력을 지적한 바 있다. 이승우가 팀 상황에 따라 자존심을 버리고 플레이스타일을 바꾸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출장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많은 출전시간을 안정적으로 부여받을 가능성은 낮다.

소속팀에서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빠른 시간 안에 이적을 하는 것이 답이다. 어느덧 21세가 된 이승우는 이제 성인무대에서 자리를 잡고 뭔가를 증명해야할 선수이지 더 이상 유망주가 아니다. 이미 유럽에는 이승우의 나이에 1군에서 자리잡은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상황이 몇 달만 더 계속되면 이승우는 더 이상 국가대표팀에서도 인정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 출범 이후로 베스트멤버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이승우는 더 이상 부름을 받지못하고 있으며,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에서도 유럽파로는 백승호나 이강인의 합류 여부가 관심을 받고있을뿐 이승우의 이름은 더 이상 거론되지 않고 있다. 김학범호가 내년 도쿄올림픽 본선에 출전하더라도 지금처럼 경기에 뛰지 못하고 있는 이승우라면 부름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

이승우는 26일(한국시간) 열리는 벨기에 리그 21라운드 바슬란트 베베런전을 앞두고 다시 소집명단에 포함됐다. 바슬란트는 리그 15위에 머물고 있는 하위권팀이다. 만일 이번에도 출전에 대한 기대가 희망고문에 그친다면 이승우의 2019년은 프로 데뷔 이래 최악의 한 해로 남게 될 것이다.

기성용이나 이승우는 아직 축구선수로서 보여줘야할 것이 많다. 자신과 맞지 않는 팀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 한시라도 빨리 출장기회를 보장해주는 팀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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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이승우 한국인유럽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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