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 포스터

영화 <위!> 포스터 ⓒ (주)미로스페이스

 
벨기에와 네덜란드 국경 지역에 위치한 작은 마을. 10대 여덟 명은 뜨거운 여름의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보낸다. 이들은 일상의 지루함을 깨기 위해 장난삼아 짓궂은 짓들을 저지른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행동들은 점점 큰 쾌락을 좇게 되고 더 짜릿한 자극과 돈을 벌기 위해 범죄 행위로까지 이어진다. 결국 한 친구의 죽음에 이르는 사태가 빚어지고 남겨진 친구들은 법정에 서게 된다.

10대 청소년들의 그릇된 욕망과 섹스 스캔들을 과감하게 그려낸 영화 <위!>는 벨기에 작가 엘비스 피터스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엘비스 피터스는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경악스러운 사건들은 모두 실화에서 차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연출은 1987년 의상 제작으로 영화 경력을 시작해 보이 조지 등 가수들의 뮤직비디오와 각종 광고 등을 만든 르네 엘러 감독이 맡았다. <위!>는 르네 엘러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영화는 시몬(타이멘 고바에트 분), 룻(막심 제이콥스 분), 리즐(폴린 케슬런 분), 토마스(에메 클레어스 분) 네 명의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조로 짜였다. 네 사람은 부모, 법정, 심리학자에게 각자의 관점에서 바흐테베커 마을에서 6월 10일 이후 벌어진 이야기를 이야기한다.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수록 한 친구의 죽음과 관련된 비밀은 하나둘 수면 위로 드러난다.
 
 영화 <위!>의 한 장면

영화 <위!>의 한 장면 ⓒ (주)미로스페이스


시몬, 룻, 리즐, 토마스로 이야기가 이어지며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행동들이 점차 협박, 학대, 갈취, 포르노 제작, 성매매 등 범죄로 발전하는 과정이 자세히 나타난다. 시몬, 룻, 리즐, 토마스는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각기 다른 변명을 내놓는다.

시몬은 잘못을 저지르는 건 알았지만, 멈출 수 없었다고 털어놓으며 양심의 가책을 강조한다. 룻은 세상은 온통 중산층 가정의 집과 정원으로 가득하다며 돈이 범죄로 내몰았다고 항변한다. 리즐은 단순한 예술적 관심을 핑계로 대며 행동을 합리화한다. 토마스는 부유하나 권위 의식으로 가득한 가정 분위기를 행동의 원인으로 돌린다.

<위!>는 자유분방하고 끔찍하며 잔혹한 일탈로 가득하다. 그런데 부도덕한 범죄들을 햇볕이 잘 들고 평화로운 목가적인 마을에 일어나게 함으로써 대비 효과를 이룬다. 한여름 조용한 국경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과 그와 반대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그들의 일탈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영화 <위!>의 한 장면

영화 <위!>의 한 장면 ⓒ (주)미로스페이스


메가폰을 잡은 르네 엘러 감독은 폭력에 대한 사회적 우화 <시계태엽 오렌지>(1971), 현대인의 중독을 다룬 <레퀴엠>(2000), 현대판 신화로 쓰인 그리스 비극 <킬링 디어>(2017) 등을 평소 흥미롭게 보았다고 한다. 강렬한 묘사, 섹스와 폭력,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에 관심이 많았다는 뜻이다.

한편으로 해외 평자들은 <켄 파크>(2002)의 래리 클락, <백치들>(1998)의 라스 폰 트리에를 언급하며 <위!>를 '쇼크 시네마'라고 표현했다. 영화의 표현을 보고 제대로 충격을 받았다는 소리다. 이 외에 십 대의 일탈이란 소재에서 하모니 코린의 <스프링 브레이커스>(2012)나 소피아 코폴라의 <블링 링>(2013)을 떠올린 이도 있다.

<위!>가 영향을 받은, 또는 연상되는 작품들과 차별을 형성하는 지점은 정치적인 입장을 강하게 보여주는 사실에 있다. 르네 엘러 감독은 "이 시대의 사라진 온정을 청소년들의 비행을 통해 그려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극 중에서 시몬의 어머니는 "미치광이가 애들을 죽여서 되겠어요? 벨기에와 분리도 환영한다"고 말하며 벨기에 사람에 대한 감정을 강하게 피력한다. 마을은 차별의 '경계'인 셈이다. 영화는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경계'에 위치한 마을을 통해 유럽, 나아가 지구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을 건드리고 있다.
 
 영화 <위!>의 한 장면

영화 <위!>의 한 장면 ⓒ (주)미로스페이스


마을은 도덕의 '경계'가 무너지는 장소로 기능하기도 한다. 영화는 첫 장면에서 시몬을 보여준다. 그는 창살처럼 늘어선 나무들 사이에 있다. 다음 장면에선 새아버지가 쇠창살문을 열지 못하자 시몬이 대신 열어준다. 두 장면을 통해 영화는 경계(창살)가 안과 바깥을 구분지어 아이를 보호한다고 생각했지만, 지켜주기는커녕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는 걸 묘사한다.

<위!>는 일탈과 범죄 사이의 경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십 대들의 행동에 대해 이유를 묻거나 어떤 해석으로 결론짓길 거부한다. 그저 그들이 저지른 짓을 스크린에 적나라하게 담아낼 뿐이다. 아이들의 도덕적 경계가 무너졌던 것처럼 어른들 역시 쉽게 타락하는 모습들이 계속 나온다. 앞선 세대의 모범은 보이질 않는다.

제목 <위!>는 영화 속 '우리들'을 의미한다. 그리고 현실 속 '우리들'을 뜻하는 제목이기도 하다. 십 대들의 벌거벗은 육체는 그들에겐 성장의 발현이고 어른들에겐 탐욕의 대상이다. <위!>는 그 '경계'가 무너진 '우리들'을 자화상처럼 비춘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 수 없는 세상을 너무나 강렬한 형태로 말이다. 제47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상영작.
위! 르네 엘러 에메 클레어스 폴린 케슬린 로라 드로소풀로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