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랑겐동크 스캔들'이라 불리는 논란의 재판이 열리는 재판정에 청년 한 명이 증인으로 나와 선서를 하고 있다. 이내 '시몬'이라는 이름의 파트가 시작된다. 벨기에와 네덜란드 국경의 작은 동네, 남자 넷과 여자 넷으로 구성된 십대들이 아무도 찾지 않는 아지트를 꾸리곤 돈 벌 구상을 한다. 그들의 구상은 다름 아닌 포르노 사이트로, 그들은 가면을 쓰고 직접 포르노를 찍는다.
두 번째 파트는 '루스'. 그도 시몬처럼 8명의 십대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지루하기 짝이 없고 정형화되어 있는 세상과 삶에 반기를 들고자 했다. 어김없이 친구들과 야하게 놀다가, 펜케라는 여자친구가 죽고 만다. 때문에 일행에 여자는 루스만 남게 되는데, 그들은 그 자리를 다른 십대 여자들로 채울 뿐이다.
'리즐'이라는 이름의 세 번째 파트 이야기는 보다 심도 깊어진다. 그들은 돈 버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생각했다. 펜케의 죽음이 그들과 관련이 있다는 암시를 주고, 그들 때문에 최악의 참사가 벌어졌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한편, 리즐은 사진예술가를 꿈꾸고 DJ가 되고 싶었지만 너무 멀리 와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논란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토마스'의 이야기가 마지막이다. 그의 증언과 정반대로 흘러가는 실제 이야기가 가히 충격적인데, 그들은 직접 성매매를 하는 건 물론 성매매 포주가 되는 것도 모자라 협박, 갈취, 폭력, 조작 등의 용서받지 못할 범죄를 저질렀던 것이다. 그 중심에 단연 토마스가 있었다. 그는 남 부러울 것 없는 중산층 이상의 집 막내이다.
십대의 범죄행각에 던지는 문제의식
<위!>는 평소 접하기 쉽지 않은 네덜란드 영화로, 십대 8명의 범죄행각 실화를 바탕으로 한 문제작이다. 우리나라엔 공식적으로 두 차례 소개된 바 있는데, 지난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르네 엘러 감독이 내한했다. 지난 여름엔 CGV아트하우스 'Cinema Adult Vacation' 기획전을 통해 관객들과 만났다. 충격적인 내용인만큼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영화는 'We!(Wij)'라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바, 다분히 십대들의 입장에서 그려진다. 그들은 '우리'라는 자신들만의 울타리 안 세상을 꿈꿨고 나름대론 성공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아무도 찾지 않는 아지트에서, 어른들에게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짓'을 다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성적 호기심을 적나라하게 채우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범죄로까지 이어졌다는 데 있다.
'누구나'라고 할 순 없겠지만 십대 때의 치기 어린 행동은 어느 정도 용인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남에게 형용할 수 없는 피해를 끼치는 것도 모자라, 인생을 파탄에 이르게 하는 범죄 행위는 용납하기 힘들다. 아무리 '아무것도 모르는' 십대의 호기심에서 시작된 행위라고 해도 말이다. 영화는 거기에 문제의식을 던진다.
설명 불가능한 선천적 악마 기질
영화의 문제의식은 '시몬' '루스' '리즐' '토마스'의 네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 논란에 이르고 급격히 커진다. 처음엔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가 마지막엔 '용서할 수 없겠다'로 바뀌는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행동할 어떤 이유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이런 결론을 내리게 한다. 감독의 의도였을지 모르나 종종 비추는 세상을 향한 십대들의 반항적 생각 정도로는 그들의 행동이 설명되지 않는다.
고로, 영화를 보고 나면 십대들에게서 보이는 악마 같은 행동에 이유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의 행동에 반드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까지 나아간다. 설명이 가능한 환경적 경험에 의한 행동도 맞지만, 설명이 불가능한 선천적 기질에 의한 행동도 맞다고 말이다. 8명 중 토마스가 다른 이들과 비교할 수 없는 악랄한 짓을 일삼은 걸 보면, 설명할 수 없는 선천적 기질이 있다는 생각에 힘이 쏠린다.
그런가 하면, 영화의 큰 줄기에서 십대 아닌 어른이 저지른 짓도 중요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토마스 이하 8명의 십대들이 저지른 범죄행각의 대상이 다름 아닌 어른이기 때문이다. 즉, 성매매의 대상이자 그를 빌미로 삼아 저지르는 협박과 갈취와 폭력의 대상 역시 모두 어른이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그들의 범죄에 어른이 넘어가지 않았다면 행각이 성립되지 않았다. 어른들이 그들의 범죄를 마냥 손가락질 할 수 없는 이유다.
인상적인 OST와 색감과 구성
이 작품이 영화 연출 데뷔작인 르네 엘러 감독은 이미 관련 업종에선 30년 가까운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이다. 그는 1987년부터 의상 제작을 시작했고, 1990년부터 뮤직비디오와 광고 연출로 명성을 떨쳤다. <위!>는 충격적인 내용과 완전히 반비례하는 환상적인 OST와 색감 어린 장면을 보여주는데, 이는 감독의 손을 거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참으로 어이없고 황당한 아이러니를 대변하는 몇몇 장면을 보고 있으면, 네덜란드와 벨기에 국경의 그곳으로 당장 가보고 싶어진다.
보면 알겠지만, 네 개의 파트를 나누는 시작 장면도 굉장히 인상적이다. 네온 불빛 간판 모양으로 이름을 붙였는데, 세련되기 이를 데 없어 OST와 색감의 장점을 훌륭하게 흡수해 조화를 이룬다. 파트 시작 장면과 색감 어린 장면들과 모든 OST만 따로 떼어내 보관하고 싶을 정도다. 르네 엘러 감독의 차기작은 얼마나 세련되고 환상적일까,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 독특한 영화 구성도 인상적이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1950년 영화 <라쇼몽>을 떠올리게 만드는, 같은 사건이지만 회상하는 이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와 색채와 기조를 띠는 구조다. 뒤로 갈수록 판이 점진적으로 커지고 심적으로 와 닿는 감정의 크기도 커지는 방법론이 근사하다. 두 번 다시 보기 싫은 이유와 계속 돌려보고 싶은 이유가 정확히 50 대 50으로 공존하는 영화로,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