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푸에르토리코의 야구대표팀 평가전에서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푸에르토리코의 야구대표팀 평가전에서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평가전에서 쾌조의 순항을 거듭하며 다가오는 '프리미어 12'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대표팀은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푸에르토리코와의 평가전에서 5-0 완승을 거뒀다. 전날(1일) 1차전 4-0 승리에 이어 이틀 연속 무실점 승리다. KBO 포스트시즌을 소화한 일부 선수들의 늦은 합류와 부족한 훈련시간, 국제대회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최상의 과정과 결과를 이끌어낸 셈이다.

한국야구는 6일부터 서울에서 시작되는 2019 WBSC 프리미어 12 예선라운드를 앞두고 있다. 한국은 2015년 초대 대회에서 일본과 미국을 격파하고 기적의 우승을 이룬바 있다. 푸에르토리코와의 2연속 평가전은 프리미어 12를 앞두고 김경문호 '완전체' 대표팀이 치르는 모의고사였다.

김경문 감독은 평가전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대표팀에 합류한 모든 선수들의 컨디션과 경기 감각을 확인하는데 중점을 뒀다. 이번 대표팀에 승선한 13명의 투수들은 2경기 동안 모두 마운드에 올랐다. 1차전에는 6명, 2차전에는 7명이 투입됐다.

'원투펀치' 양현종과 김광현이 1차전에서 차례로 등판하여 각각 2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차우찬이 2이닝, 고우석과 원종현, 이영하가 각각 1이닝을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2차전에서는 상대적으로 국제 경험이 많지 않은 투수들이 대거 투입됐다. 선발 박종훈은 3이닝 무실점 쾌투로 국제대회에서 '잠수함 투수'의 가치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그 뒤를 문경찬과 이승호, 하재훈, 함덕주, 이용찬, 조상우가 각각 1이닝을 책임지는 동안 그 누구도 큰 흔들림을 보이지 않았다. 

야구대표팀은 전통적으로 국제대회에서 강력한 마운드의 힘에 의지하여 좋은 성적을 거둔 경우가 많았다. 대회 공인구 적응과 국제 경험 문제로 이번 대표팀 마운드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푸에르토리코전에서 보여준 호투를 통하여 선수들이 대회를 앞두고 큰 부담을 덜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누가 대표팀의 주전 마무리를 맡느냐다. 이번 대표팀에는 과거 정대현이나 오승환처럼 국제 무대에서 검증된 '대형 마무리'는 없다. 물론 하재훈, 고우석, 원종현, 문경찬, 조상우 등은 모두 소속팀에서 마무리를 맡은 경험이 있어서 낯설지 않은 보직이다. 현재 대표팀 불펜에서 가장 돋보이는 구위를 지닌 선수로 조상우가 꼽히지만 김경문 감독은 아직 주전 마무리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현대 야구에서는 불펜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투수 분업화에 대한 고정관념도 변하고 있다. 특히 '최고의 투수를 굳이 9회까지 아낄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만 해도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최고의 구위를 보여준 조상우를 마무리 카드로 쓰지 않고 가장 긴박한 위기 상황에 조기 투입하는 전략으로 여러 번 성공을 거뒀다. 프리미어12가 단기전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선발이나 고정 마무리가 큰 의미가 없고 긴박한 상황에서 모든 투수들이 총동원하여 짧은 이닝을 분담하는 '벌떼' 전략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합격점을 받은 마운드에 비하여 타선은 아직 변수가 많다. 대표팀의 중심타자이자 고참인 박병호와 최정의 타격감이 아직 완전하지 않아 보인다. 최근 포스트시즌에서 12타수 무안타에 부진했던 최정은 대표팀 합류 이후에도 평가전에서 6타수 1안타 1득점에 그치며 불안감을 남겼다. 홈런왕 박병호도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나마 중심타자들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득점을 뽑아낼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점이 위안이 되었다. 김경문 감독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증명되었듯 변칙적인 경기운영에 능하다. 푸에르토리코와의 1,2차전에서 각기 다른 선발타순을 짜고도 상황에 따라 여러 타자들이 고른 활약과 팀플레이로 공격의 혈을 뚫어줬다.

김재환과 민병헌은 홈런을 기록하며 장타에 대한 갈증을 풀어줬고 김하성은 도루와 적시타까지 성공시키며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줬다. 대표팀 타자들이 대체로 공인구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도 희망적이다.

다만 평가전에서 보여준 성과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없다. 불과 2년전 김인식 감독이 이끌었던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앞두고 가진 평가전에서 대표팀은 쿠바-호주 등을 연파하며 3연승을 내달렸지만 정적 본 대회에서는 투타 모두 극심한 난조를 보이며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피하지 못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당시 대표팀의 전력은 '이름값'이나 경험 면에서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나았다. 대회를 앞두고 전지훈련까지 다녀오는 등 손발을 맞춘 기간도 더 길었다. 하지만 상대팀에 대한 충분한 전력분석 부재와 잘못된 준비 전략이 큰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어차피 상대팀이 전력을 다하여 임하지 않는 평가전의 승리란 큰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평가전을 통하여 우리의 약점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큰 대회에 나서는 것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평가전 2경기만으로 우리의 전력을 모두 확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지막 담금질을 마친 김경문호는 6일부터 고척에서 호주를 상대로 프리미어12 C조 예선전에 돌입한다. 7일에는 캐나다, 8일은 쿠바와 경기를 치른다. C조 예선에서 2위 안에 들어야 11일부터 일본에서 슈퍼라운드를 치를 수 있다. 이번 대회에는 도쿄올림픽 본선 티켓도 걸려있다. 김경문호가 2년 전 WBC의 아픔을 딛고 프리미어 12를 통하여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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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호 프리미어12 야구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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