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바리니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

라바리니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 ⓒ 박진철

 
한국 여자배구가 지상 과제인 '2020 도쿄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위해 대표팀과 프로구단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라바리니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과 6개 여자 프로구단 감독은 지난 12일 간담회 자리를 가졌다. 그리고 '2019 월드컵 대회에 출전할 대표팀 선수 구성'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2019 월드컵 대회는 오는 9월 14일부터 29일까지 일본에서 열린다. 대회 기간이 프로구단의 V리그 준비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프로 팀이 출전하는 KOVO컵 대회(9월 21~28일)와 겹치고, 2019-2020시즌 V리그 여자부 개막(10월 19일)을 20여 일 앞두고 열리기 때문이다.

프로구단들은 내심 월드컵 대회에는 대표팀 1군 선수들을 제외시켜 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지난 5~6월에 열린 '2019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 대회를 비롯해, 8월 2~5일에 열린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공식명칭 대륙간 예선전)'까지 빡빡한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대표팀 선수들이 소속팀 선수들과 손발을 맞출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구단 감독들은 V리그 준비에 차질이 생기는 한이 있더라도 대표팀이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공식명칭 대륙별 예선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적극 협조하기로 결정했다.

6개 프로구단 감독, V리그 준비 차질 불구 '적극 협조'

간담회에 참석한 프로구단 감독들은 14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라바리니 감독이 원하는 사항에 대해 적극 협조하기로 얘기가 잘됐다"고 밝혔다.

A프로구단 감독은 "라바리니 감독이 원하는 선수 대부분이 월드컵 대표팀에 선발될 것 같다"며 "프로 팀 감독들도 V리그 준비에 어려움이 많지만, 대표팀 차출에 거의 다 동의해줬다. 과거 국내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했을 때, 프로구단들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도와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라고 밝혔다.

B프로구단 감독도 "라바리니 감독이 원하는 안에 거의 다 맞춰줬다"며 "프로 팀 감독들이 대표팀을 적극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간담회에 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팀 선발과 관리를 책임지는 박기주 배구협회 여자배구 경기력향상위원장도 프로구단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프로구단 감독들이 월드컵 대표팀 구성에 적극 협조해줬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며 "사실 중간에서 힘들고 고심도 많았다. 라바리니 감독과 프로 팀 입장, 둘 다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라바리니 감독도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한국 대표팀 일정 때문에 소속팀에 신경을 거의 못 쓰고 있다.

라바리니 감독이 지난 시즌 브라질 리그 4관왕을 달성하자, 세계 정상급인 이탈리아 1부 리그의 부스토 아르시치오(Busto Arsizio) 팀이 올 시즌 우승을 목표로 지난 5월 라바리니 감독을 야심차게 영입했다. 이번 월드컵 대회를 마치고 바로 이탈리아로 건너간다고 해도 소속팀 선수들과 리그 준비를 할 시간이 한 달도 채 되지 않는다.

월드컵, 드디어 '한국 베스트 멤버' 집결하나

라바리니 감독은 당연히 이번 월드컵 대회에 최상의 멤버를 구성해 출전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 국제대회에서 여자배구 대표팀은 베스트 멤버로 대회를 치른 적이 없었다. VNL 대회는 국내 프로구단의 핵심 선수들이 대거 부상과 재활로 빠졌다.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은 대회 개막을 코앞에 두고 주전 세터 2명이 부상과 건강 문제로 전원 교체되는 '대형 악재'를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은 똘똘 뭉쳤다. 적지임에도 세계랭킹 5위 러시아를 패배 직전으로 몰고가며 놀라운 경기력과 투지를 보여주었다. 때문에 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내년 1월 6~12일에 열리는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에서 반드시 본선 출전권을 따내야 한다. 이 대회에서 우승을 하지 못하면 도쿄 올림픽 출전은 완전히 무산된다. 중국과 일본은 이미 본선 출전권을 확보했기 때문에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과 태국이 마지막 본선 티켓 1장을 놓고 '끝장 승부'를 펼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런데 대회가 V리그 시즌 중에 열리기 때문에 대표팀 소집훈련 기간이 2주밖에 되지 않는다. 때문에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 베스트 멤버가 출전해 세계 강팀들과 대결을 통해 경기력을 더 끌어올리고, 공격 연결과 수비 조직력을 단단하게 다져놓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내년 1월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에 짧은 소집훈련에도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 반면, 태국은 세계랭킹이 한국보다 낮아 이번 월드컵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

또한 월드컵 대회 기간은 그동안 부상과 재활로 대표팀에서 제외됐던 주요 선수들이 경기를 뛸 수 있는 몸 상태로 돌아온다.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을 앞두고 최정예 멤버가 대부분 합류해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세계랭킹 점수 큰 월드컵... 올림픽·세계선수권과 '빅3 대회'

월드컵 대회의 중요성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배구에서 월드컵은 올림픽, 세계선수권과 함께 '국제대회 빅3'에 해당하는 중요한 대회이다. 세계 강팀들도 대부분 최정예 멤버가 출전한다.

이들 3대 국제대회가 중요한 이유는 올림픽 출전권과 조편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세계랭킹 점수'가 가장 많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배구에서 세계랭킹 점수는 오로지 이들 3개 국제대회에서만 획득할 수 있다. 3개 국제대회는 똑같이 우승 팀에게 100점의 랭킹 점수가 주어지고, 이하 순위에 따라 차등적으로 랭킹 점수가 부여된다.

과거에 랭킹 점수가 주어졌던 남자배구 월드리그와 여자배구 월드그랑프리 대회는 2017년 대회의 순위만 현재 세계랭킹 점수에 반영된다. 이 점수는 2020년 12월까지 유지되고 그 이후에는 삭제된다.

또한, 3대 국제대회에서 획득한 랭킹 점수는 다음 대회가 열리는 4년 동안 유지된다. 이 또한 엄청난 혜택이다.

한국 여자배구(세계랭킹 9위)는 직전 대회인 2015 월드컵에서 6위(5승 6패)를 기록하면서 월드컵 대회 랭킹 점수로 40점을 획득했다. 만약 이번 2019 월드컵 대회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면, 직전 대회에서 얻은 40점이 통째로 삭감된다. 그러면서 한국의 세계랭킹 점수가 현 138점에서 98점으로 급격히 추락한다.

한국 여자배구가 현재의 세계랭킹 점수를 유지하려면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 직전 대회 순위인 6위 이상을 기록해야 한다. 그 밑으로 내려가면, 랭킹 점수가 줄어들게 된다.

2019 월드컵에 출전하는 국가는 총 12개국이다. 개최국 일본(세계랭킹 6위), 2018 세계선수권 우승 팀 세르비아(1위), 그리고 5개 대륙별 세계랭킹 상위 1~2위 국가들로 구성됐다.

그에 따라 유럽의 러시아(5위)와 네덜란드(7위), 북중미 미국(3위)과 도미니카(10위), 남미 브라질(4위)과 아르헨티나(11위), 아시아 중국(2위)과 대한민국(9위), 아프리카 카메룬(17위)과 케냐(20위)가 출전하게 됐다. 이탈리아(8위)는 최근 전력이 세계 최정상급임에도 세계랭킹에서 네덜란드(7위)보다 1계단이 낮아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월드컵 대회는 모든 참가국과 한 번씩 맞붙은 풀리그를 펼쳐 순위를 가린다. 때문에 팀별로 11경기를 치르게 된다.

올림픽, 세계선수권, 월드컵 대회는 출전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세계랭킹 점수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출전하지 못한 국가는 '빈곤의 악순환'에 시달리게 된다. 이들 3대 국제대회는 출전할 수 있을 때 좋은 성적으로 세계랭킹 점수를 많이 벌어놓은 게 최상책이다.

'마지막 올림픽 본선 티켓' 압박감 이겨내야

여자배구의 올림픽 출전은 프로구단과 배구계뿐만 아니라 일반 스포츠 팬들도 염원하는 일이다. 올림픽 본선도 아닌, 예선전 경기를 지상파 방송사가 한국 팀의 전 경기를 생중계할 정도다. 이는 배구 대표팀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김연경, 양효진 등 황금세대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에서 마지막 본선 티켓 1장을 놓고 승부를 벌일 태국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란 점이다.

세계랭킹이 14위로 한국(9위)과 큰 차이가 없다. 지난해 열린 아시안게임에서도 1군 주전들이 출전했음에도 한국이 태국에게 1-3으로 패한 바 있다. 여자배구 인기가 국민 스포츠나 다름없는 태국은 올림픽 티켓을 따내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총력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 일정이 빡빡한 V리그 시즌 도중에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에 출전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V리그에서 부상 관리와 경기력 향상을 위해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야만, 대표팀도 최상의 경기력으로 태국과 승부를 펼칠 수 있다.

B프로구단 감독은 "여자배구가 이번 러시아전에 하는 걸로 봐서는 대표팀이 잘 준비하면 태국과 승부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며 "다만 선수들이 무조건 본선 티켓을 따야 된다는 엄청난 압박감을 얼마나 잘 이겨내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느냐는 선수들에게도 중요하지만, V리그 흥행에도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며 "프로구단들도 대표팀을 적극 도와주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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