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2018)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2018) ⓒ 싸이더스

 
22살의 나이로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 수상을 비롯 해외 유수 영화제를 석권하며 '포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즈'로 불리는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의 데뷔작 <나는 예수님이 싫다>(2018)는 제목 그대로 예수 그리스도와 종교를 다룬 영화다.

12살 소년의 눈에서 종교(기독교)와 믿음을 바라본 영화는 따뜻하면서도 차갑고 비관적이면서도 낙관적이다. 아이들의 세계를 통해 마냥 따뜻하지 않은 세계를 섬세하게 응시하려는 시도 또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세계관과 맞물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도쿄에서 평범한 학교에 다니다가 돌연 한적한 시골 마을의 기독교 미션 스쿨로 전학을 오게된 유라(사토 유라 분)의 눈에는 새로 다녀야 하는 학교가 마냥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전교생이 매일 조회처럼 열리는 예배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하고, 보이지 않는 신에게 기도를 드리는 모습까지…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토는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한없이 낯설기만 하다. 

그럼에도 같이 놀 친구가 고팠던 유라는 처음으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를 올린다. "이 학교에서 친구가 생기게 해주세요"라고 말이다. 그러자 유라의 눈 앞에 작은 예수님(채드 멀레인 분)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소원대로 친구 카즈마(오오쿠마 리키 분)가 나타난다. 

유라가 기도할 때마다 모든 소원을 빠짐없이 들어주던 작은 예수님. 하지만 야속 하게도 작은 예수님은 유라가 예상치 못한 사고에 매우 고통스러워하고, 진정으로 예수의 기적을 원할 때는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 

사실 유라가 원했던 소원들은 어른들의 눈으로 봤을 때는 굳이 신에게 기도를 하지 않아도 자신의 노력, 그리고 가족 등 주변의 도움으로 충분히 이룰 수 있는 성취로 여겨지는 것들이기도 하다. "친구를 사귀게 해주세요", "친구랑 잘 지내게 해주세요", "(용)돈을 주세요", "카즈마가 없을 때 심심하지 않게 해주세요" 등. 그런데 종교를 가진 대다수 사람들이 신에게 귀의하고 그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것은 어린 유라가 바라는 그 이상, 즉 인간의 노력으로 이룰 수 없는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2018) 한 장면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2018) 한 장면 ⓒ 싸이더스

 
인간의 노력으로 도무지 해결될 수 없어보이는 것. 예수와 함께 세계 4대 성인으로 불리는 석가모니 부처의 출가 동기는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인도 샤캬족의 왕자로 태어나 남부러울 것이 없는 생활을 했던 싯다르타 태자에게도 늙고 병들고 죽는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고, 결국 싯다르타는 생사의 문제를 초월하기 위해 수행자의 길로 접어든다. 학교 예배당에서 작은 예수님을 만난 이후, 예수의 존재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유라가 예수를 싫어하고 부정하게 된 것 또한 죽음의 문제와 맞물려 있다. 

인간들은 대개 '영원'을 꿈꾼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바람, 많은 이들이 원하는 부 혹은 명예를 가진 이는 자신이 가진 재산과 명망이 평생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 내가 옳다고 믿는 것들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 내가 싫어하고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 영영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

물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아무 탈 없이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야속하게도 신은 인간들의 모든 부탁을 다 들어주지 않는다. 누구는 나쁜 일을 밥 먹듯이 하면서도 남들보다 떵떵거리면서 잘 사는 것 같은데,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선량한 사람들이 힘들게 사는 모습을 볼 때는, 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넘어 세상은 과연 공평한가에 대한 회의감까지 든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수의 종교가 인류의 행복과 평화, 절대자 앞에 평등을 말하고 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신이 있다는 가정 하에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신의 뜻이라면,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불화와 다툼, 전쟁과 질병, 죽음 또한 신의 뜻인가. 그렇다면 신은 왜 인간의 고통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걸까. 인류의 모든 고통을 구원해줄 절대자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인가, 아니면 인간들이 알게 모르게 저지른 일체 모든 업을 참회하고 스스로 해결하길 바라는 건가.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2018) 한 장면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2018) 한 장면 ⓒ 싸이더스


신, 절대자의 존재에 대한 별의별 물음 속에,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는 신을 긍정 하지도 그렇다고 부정하지도 않는다. 다만, 자신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절대자로 (작은) 예수님을 섬기다가, 견디기 힘든 고통 앞에서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 예수를 싫어하게된 12살 소년의 시선에서 종교와 신, 믿음을 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넌지시 말한다. 인간의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이별과 죽음, 상실의 고통도 결국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극복하는 것을 말이다. 신의 존재 유무에 대한 섣부른 대답에 앞서, 가장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털어버리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인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22세 신인감독의 의미있는 데뷔작이다. 
나는 예수님이 싫다 종교 기독교 영화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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