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선수

김연경 선수 ⓒ 박진철

 
김연경은 지난 5일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 러시아전에서 패한 뒤 자신의 SNS에 자책성 글을 올렸다.

글이 올라온 이후 세계적인 배구 선수, 대표팀 동료, 해외 및 국내 배구팬들이 몰려와 위로와 응원 글을 쏟아내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8일 오전 현재 김연경의 글에는 무려 1258명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좋아요'를 누른 네티즌도 4만7472명에 달한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5일 새벽(아래 한국시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공식명칭 대륙간 예선전)' E조 1위 결정전에서 러시아에 세트 스코어 2-3으로 쓰라린 역전패를 당했다.

이 패배로 한국은 도쿄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거의 손에 넣었다가 러시아에 넘겨주고 말았다. 그러나 한국 여자배구는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할 기회가 한 번 더 남아 있다.

내년 1월에 열리는 '도쿄 올림픽 아사이지역 최종 예전선(공식명칭 대륙별 예선전)'에서 마지막 올림픽 본선 티켓을 노린다. 이 대회도 오로지 우승 팀에만 본선 티켓이 주어진다. 객관적 전력상 태국과 끝장 승부가 예상된다.

해외 선수들 "넌 최고다, 절대 포기하지 마"
 
 김연경 선수가 지난 5일 SNS에 올린 글

김연경 선수가 지난 5일 SNS에 올린 글 ⓒ 김연경 인스타그램 캡처

 
김연경은 5일 오후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러시아전 패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잘 싸워준 대표팀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자책성 내용도 담겨 있었다.

그는 "내가 더 잘했으면 더 잘 이끌었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고 자책해 보지만 결과를 바꿀 수는 없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많이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죄송하다"며 "더 강한 팀으로 선수로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글이 올라오자 세계 각지의 많은 이들이 위로와 응원 글을 남겼다. 브라질 대표팀의 나탈리아(30세)는 "너는 최고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썼다. 미국 대표팀의 라슨(33세)도 사랑한다는 의미의 '하트 이미지'를 올렸다. 두 선수는 이번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브라질과 미국 대표팀으로 출전해 올림픽 본선 티켓을 획득했다.

태국 대표팀 주전 세터인 눗사라(34세)는 "김연경, 너는 러시아전에서 이미 최선을 다했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이밖에도 터키 대표팀 주전 레프트 멜리하, 미국 대표팀의 기브마이어 등 많은 선수들이 글을 남겼다.

대표팀·국내 선수 "우리에겐 최고 캡틴, 자책은 그만"

대표팀 동료와 국내 선수들도 김연경을 위로하며 힘을 실어줬다. 정대영은 "연경아 넌 최고야. 이제 자책은 그만. 다시 힘내자"라는 글을 남겼다. 김해란도 "넌 최고야. 아직 끝난 게 아니니 다시 힘내서 뛰어보자 캡틴"이라며 힘을 보탰다.

김희진도 "언니는 예전도 지금도 멋있는 저희의 캡틴"이라고 글을 남겼다. 이재영도 "언니는 최고"라며 위로했다. 이다영도 "힘힘"이라는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김수지도 "다시 또 힘내보자"고 썼다.

한송이(KGC인삼공사)는 "연경아 수고 많았어. 넌 최고야. 자책하지 말고 힘내!!! 모두가 널 응원해"라는 글을 올렸다. 임명옥(한국도로공사)도 "누가 뭐래도 최고의 리더고 최고의 선수야. 잘했어. 자책하지 말고 다음 또 준비하자"고 응원했다.

네멕 마틴(35세)도 동참했다. 마틴은 V리그 남자배구 외국인 선수로 활약했고, 현재 우리카드 팀의 코치를 맡고 있다. 그는 "마지막에 승리를 하지는 못했지만, 대단한 싸움이었다. 러시아 홈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그런 경기를 하는 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라며 "다른 기회가 곧 온다. 올림픽은 당신의 것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썼다. 여자축구 대표팀의 김혜리(29세) 선수도 "김연경 언니는 최고"라는 글을 남겼다.

배구팬 "그렇게 잘할 줄 몰랐다, 영원한 레전드"

해외 배구팬과 국내 배구팬의 위로·응원 글도 줄을 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너무 잘했고 고생했다, 자책하지 말라, 여전히 세계 최고 선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아이디 jesus****은 "세계 최강의 배구 강국들이 우리나라에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김연경 선수가 우리 대표팀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며 "자책하거나 머리 숙이지 말라"고 썼다. 이어 "김연경 선수 때문에 이긴 게임은 다 셀 수도 없다"며 "당신은 우리 여자배구 팀의 영원한 리더이자 전설이자 자존심"이라고 격려했다.

lee****은 "우리 선수들 주전 세터 없이 아주 힘들었을 텐데, 예상 외로 너무나 멋진 경기들 고맙다"며 "솔직히 러시아전을 이렇게 잘할지 몰랐다"고 감탄했다.

green****은 "김연경 선수와 같은 시대에 태어나서 김연경 선수의 경기를 두 눈으로 라이브로 볼 수 있어서 늘 행복하다"며 "대한민국 배구를 더욱 사랑하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썼다. god****도 "김연경 선수와 동시대에 경기하는 모습을 봐서 너무 영광"이라는 글을 남겼다.

김연경 몰빵 배구의 한계?... '부분적 평가'에 불과 

러시아전 패배 이후 일각에서는 '김연경 의존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몰빵 배구의 한계'라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관련 기사 : 여자배구, '너무 잘해서 슬픈' 역전패... '희망'만 살려가야).

그러나 이는 결과만 가지고 논한 '부분적인 평가'에 불과하다. 라바리니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은 '토털 배구를 바탕으로 하는 스피드 배구'에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가진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라바리니 감독의 지도력과 선수들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주전 세터였던 이다영과 안혜진이 스피드 배구에 어느 정도 적응을 완료했다. 공격수들도 스피드 배구 시스템에 녹아들어 갔다. 이는 지난 6월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 대회에서 일본·폴란드전 연승을 통해 충분히 검증된 사실이다.

그런데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 개막을 코앞에 두고 이다영·안혜진 세터가 부상과 건강 문제로 전원 교체되는 대형 악재가 발생했다. 이는 곧 '스피드 배구 불가'를 의미한다. 스피드 배구에서는 세터와 공격수들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세계예선전에서 한국 대표팀은 스피드 배구의 핵심 전술인 '파이프 공격'(중앙 후위 시간차 공격)을 거의 사용하지 못했다. 이는 세터와 호흡이 매우 중요한 전술이다. 대표팀이 평소 훈련했던 대로 파이프 공격을 활용하거나 더 다양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면, 러시아전 3세트 위기도 어렵지 않게 돌파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2일밖에 손발을 맞추지 못한 세터진을 가지고는 언감생심이다. 

라바리니 감독도 6일 밤 귀국 인터뷰에서 이 부분을 솔직하게 밝혔다. 그는 "3개월 동안 대표팀에서 함께 훈련했던 세터 두 명이 모두 빠져서 아쉬웠다"며 "새로운 세터들에게는 전술적인 부분을 전달하기보다 자신감 있고, 정확하게, 자기가 가진 부분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바뀐 세터들이 최선을 다해줘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새로 합류한 이효희, 이나연 세터에게 자신이 만들어 놓은 스피드 배구 시스템을 요구하지 않고, 기존에 가지고 있는 실력만 잘 발휘해달라고 주문했다는 뜻이다.

김연경-대표팀 선수들, 투혼으로 뭉친 '미친 활약'

결국 세계 최고 완성형 공격수인 김연경의 소위 '미친 활약'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김연경은 그 기대 이상으로 최상의 경기력을 펼치며 팀을 이끌었다. 첫 경기인 캐나다전도 김연경의 37득점이라는 대활약이 없었다면, 한국은 그 경기에서 이미 올림픽 티켓이 좌절될 수 있었다.

김연경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최전성기 시절 못지않았다. 2단 연결과 찬스 상황 등 중요한 순간(클러치 상황)에 러시아의 장신 블로커 3명을 앞에 두고도 위에서 내리 꽂거나 대각선으로 꽂히는 공격을 퍼부었다.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했고, 간절함으로 임했는지 그대로 드러났다.

마지막 러시아전에서는 김연경뿐만 아니라 선수 전원이 '미친 활약'을 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광경에 배구계와 팬들도 깜짝 놀랐다. 선수들은 한국 여자배구도 충분히 '세계적 강팀'이라는 걸 스스로 증명했다. 훈련을 체계적으로 잘 수행하고, 승리에 대한 투지로 똘똘 뭉쳤을 때 세계 강팀도 무너뜨릴 저력이 있다는 걸 팬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여자배구는 내년 1월 마지막 올림픽 본선 티켓에 도전한다. 러시아전에서 발휘한 놀라운 경기력과 투지를 어떻게 유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강할 것인가가 최대 관건이다. 선수들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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