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쌍둥이 아빠가 되는 김호남이 드디어 활짝 웃었다. 지난 7월 4일 인천 유나이티드 FC로 갑작스럽게 트레이드돼 동료들, 팬들에게 작별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던 김호남이 7월 30일 이적 이후 세 경기 만에 인천에서의 데뷔 골을 터뜨렸다.

그와 유니폼을 바꿔 입고 제주 유나이티드로 간 남준재도 하루 뒤 열린 같은 23라운드 어웨이 게임에서 골을 넣었다. 두 선수가 넣은 골은 공교롭게도 강등권 탈출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는 팀에게 천금처럼 귀중한 승점 1점짜리 동점골이었다.

김호남과 남준재의 기구한 인연, 골로 이어지다
 
 골 세리머니를 펼치는 김호남

골 세리머니를 펼치는 김호남 ⓒ 한국프로축구연맹

 
인천 유나이티드 FC 유니폼을 입고 세 번째 게임에 나선 공격형 미드필더 김호남은 30일 오후 7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경남 FC와의 홈 게임에서 후반전 시작 후 66초 만에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려 1-1로 게임을 끝내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 게임은 강등권에 빠진 최하위 두 팀이 만난 것이었기에 승점 6점짜리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중요한 게임이었다. 30분에 어웨이 팀 경남 FC의 새 골잡이 제리치가 오른발 강슛으로 먼저 골을 넣었다. 그도 이번 이적 기간에 강원 FC를 떠나 경남 FC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화제의 주인공이었다. 

승점 1점 차이로 꼴찌에 매달려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었다. 승점 3점을 고스란히 내주고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나이지리아 출신 골잡이 케힌데와 호주에서 데려온 수비형 미드필더 마하지, 전북에서 6개월 빌려온 미드필더 장윤호를 모두 선발 멤버로 내세운 인천 유나이티드는 후반전 초반에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리며 역전승을 노렸다.
 
 인천 유나이티드 김호남의 데뷔골이 경남 FC 골문에 빨려들어간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김호남의 데뷔골이 경남 FC 골문에 빨려들어간 순간 ⓒ 심재철

 
후반전 시작 후 66초만에 이적생 김호남의 기막힌 힐킥이 점수판을 1-1로 만들었다. 장윤호의 반 박자 빠른 프리킥을 오른쪽 풀백 곽해성이 낮게 감아올렸고 이 타이밍을 따라 뛰어들어간 김호남이 오른발 뒤꿈치로 공 방향을 살짝 돌려놓아 골문 오른쪽 구석을 정확히 꿰뚫어버린 것이다. 

응어리진 마음 한구석을 풀어낼 수 있는 이 멋진 골에 김호남은 골문 바로 뒤 인천 서포터즈를 향해 달려가 기쁨을 나눈 다음 공을 유니폼 상의 안에 넣고 만삭의 아내를 위해 세리머니를 펼쳐주었다. 이번 시즌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17게임을 뛰면서 1도움에 그쳤던 부진을 털어버리는 귀중한 순간을 인천에 와서 만끽한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김호남이 만든 후반전 기세를 몰아 역전승을 노렸지만 새내기 골잡이 케힌데의 발끝에서 끝내 역전 골은 터지지 않았고 승점 1점이라도 귀하게 받아들어야 했다.

그리고 하루 뒤인 31일 오후 7시 전주성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게임에서도 이적생 남준재가 터뜨린 천금의 동점골 덕분에 2-2로 비겼다.

1-2로 끌려가던 어웨이 팀 제주 유나이티드가 72분에 한숨을 돌리는 동점골을 넣은 것이다. 전북 현대 왼쪽 풀백 김진수가 동료 골키퍼 송범근에게 헤더 패스를 시도할 때 이 틈을 파고든 주인공이 제주 유나이티드의 남준재였다.

남준재는 오른발 로빙 슛을 정확히 전북 골문 안에 떨어뜨렸다. 올해 인천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뛴 13게임에서 1득점에 그쳤던 남준재가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적 후 4게임을 뛰며 2득점 1도움을 기록하게 됐다. 이렇게 두 선수 사이에 만들어진 기구한 인연이 골로 맞닿은 라운드가 탄생한 것이다.

다른 게임도 이적생들 돋보였다

지난 6월 27일부터 열린 여름 이적 시장이 7월 26일에 마감되었는데 인천 유나이티드의 김호남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남준재 말고도 유독 이번 23라운드 득점자 명단에 이적생들이 눈에 띈다.

지난 해까지 울산에서 뛰다가 이번 시즌부터 경남 FC 유니폼을 입고 11게임을 뛴 미드필더 이영재가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강원 FC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이영재도 31일 오후 8시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홈 게임에서 데뷔 두 번째 게임만에 귀중한 왼발 첫 골을 터뜨렸다. 

59분, 왼쪽 측면으로 빠져나간 한국영의 낮은 크로스를 받은 이영재는 절묘한 턴 기술을 자랑하며 왼발 강슛을 포항 골문에 꽂아넣으며 강원 FC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이영재 이외에도 성남 FC의 검은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수비수 박원재가 30일(화) 오후 7시 30분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상주 상무와의 홈 게임에서 후반전 추가 시간 1분만에 최병찬의 패스를 받아 시원한 오른발 극장골을 터뜨려 1-0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해까지 두 시즌을 전북 현대에 속해 있으면서 통산 3게임(1도움) 기록만 남긴 박원재는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성남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두 게임만에 K리그 데뷔골을 터뜨린 것이다. 그동안 이용, 최철순 등 베테랑 선수들의 그늘에 가려 주전 멤버로 올라서지 못한 설움을 이번에 성남에 와서 단숨에 날려버리기 시작한 박원재는 이 극장 결승골을 터뜨린 직후 유니폼에 그려진 성남 FC 엠블럼을 입에 물고 뜻깊은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처럼 이번 K리그 원 23라운드에서 이번 여름 이적생들의 골이 무려 다섯 골이나 터져나왔다. 6게임을 통해 모두 16골이 나왔으니 31.25%에 해당한다.

2019 K리그 원 23라운드 게임 중 여름 이적생들의 득점 기록

인천 유나이티드 FC 1-1 경남 FC [득점 : 김호남(47분) / 제리치(30분)]
- 김호남 : 제주 유나이티드 → 인천 유나이티드
- 제리치 : 강원 FC → 경남 FC

성남 FC 1-0 상주 상무 [득점 : 박원재(90+1분)]
- 박원재 : 전북 현대 → 성남 FC

전북 현대 2-2 제주 유나이티드 [득점 : 남준재(72분)]
- 남준재 : 인천 유나이티드 → 제주 유나이티드

강원 FC 2-1 포항 스틸러스 [득점 : 이영재(59분)]
- 이영재 : 경남 FC → 강원 FC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김호남 남준재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FC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