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박스> 스틸컷

<버드 박스> 스틸컷 ⓒ 넷플릭스

 
2018년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버드 박스>는 '무언가를 보면 죽는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집 안에만 갇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이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형체도, 정체도 알 수 없는 이 현상은 내면의 가장 아픈 부분을 환상으로 보여주며 자살을 이끌어낸다. 기존의 공포영화들이 끔찍하고 무서운 형상을 통해 공포의 대상을 재현했다면 <버드 박스>는 대상을 알 수 없는 공포를 통해 마치 선동되듯 죽음으로 향해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주인공 맬러리는 두 아이를 평생 집 안에서만 기를 수 없기에 집 밖으로 나선다. 어딘가에는 있을 볼 수 있는 세상을 위해 그녀는 자신과 아이들의 눈을 가린 채 알 수 없는 공포로부터 도망친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공포에 빠진다는 작품의 설정은 '천붕지괴(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다)'처럼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현상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실현시키며 현대인들이 지닌 내면의 두려움과 실체가 없는 현상을 통해 발현을 표현한다.
 
<버드 박스>가 시각을 통한 공포를 보여주었다면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청각을 통한 공포를 자아낸다. 소리를 내면 죽는다는 독특한 아이디어와 극한의 스릴감으로 찬사를 받은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소리에 반응하는 괴생명체에 의해 멸망해버린 인류의 문명을 보여준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스틸컷

<콰이어트 플레이스>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말을 한다는 것, 그 말을 누군가가 듣는다는 것에 대한 공포는 영화 속 애보트 부부가 아이를 임신하게 되며 그 긴장감을 더한다. 역설적이게도 울음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아기는 울음을 내면 죽임을 당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출산을 앞둔 그들은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공포와 그럼에도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희망을 동시에 보여준다. 진정한 자유와 행복이 목소리에 있음을, 이를 낼 수 없게 막는 분위기가 두려움과 공포를 유발해 낼 수 있음을 영화는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개봉한 <사일런스> 역시 마찬가지이다. 인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고대의 괴생명체에 의해 공격을 받게 된다. 앞이 보이지 않는 이 괴생명체는 소리를 통해 공격을 하고 인류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작품은 앨리와 휴 부녀를 통해 이런 목소리가 지닌 의미를 강화시킨다. 앨리는 청각장애를 지니고 있어 학교에서 놀림을 당한다. 도입부에서 남학생들은 일부러 앨리의 뒤에 서서 그녀를 조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일런스> 스틸컷

<사일런스> 스틸컷 ⓒ (주)이수C&E

 
휴는 강인하지 못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는 괴생명체가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친구이자 가족에겐 삼촌 같은 존재인 글렌 대신 자신이 살아남아 가족을 지켜야 된다는 생각에 부담감에 사로잡힌다. 부녀는 자신들을 완벽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인물들이다. 그리고 변해버린 세상은 그들의 입을 더 강하게 틀어막는다. 이런 위기 속에서 생존을 위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부녀의 모습은 개인의 성장과 사회를 향한 저항을 동시에 보여준다.
 
공포라는 감정은 개인이 지닌 트라우마와 상처, 그 안을 파고 들어가 두려움을 선사하는 사적인 체험으로 여겨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외딴 장소 혹은 외부인의 방문이나 기묘한 체험으로 시작되는 공포가 영화에서 주로 다뤄져 왔다. 하지만 좀비영화가 현대인의 인간의 가치성 상실과 물질적인 욕구를 담아낸 것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현상을 통해 집단이 느끼는 공포를 담아낸 작품들은 현대의 정보화 사회가 만들어낸 두려움과 공포를 보여준다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 씨네 리와인드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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