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전북 현대(아래 전북)에서 김신욱의 존재감은 상당히 컸다. 지난 동계훈련을 통해 체중 조절에 성공하면서 신체 밸런스가 잘 잡힌 김신욱은 큰 키를 바탕으로 한 피지컬을 이용해 상대 수비를 흔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기존의 강점이었던 제공권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한 데다 발밑 기술도 전보다 더 좋아진 김신욱은 적극성까지 더해지면서 그 어느때보다 좋은 폼을 보여줬다.

올 시즌 전북은 비록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 FA컵 역시 조기 탈락하며 리그 우승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 하지만 전북에 지난 성남FC전까지 9골을 기록하며 득점랭킹 선두를 기록하고 있는 김신욱의 존재는 전북과 모라이스 감독에겐 큰 호재였다.

아쉽게도 최근 김신욱은 결국 전북을 떠났다. 지난 시즌까지 전북 현대를 이끌었던 최강희 감독이 중국 슈퍼리그(CSL) 상하이 선화의 감독을 맡으면서 김신욱에게 러브콜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해외진출의 기회라 여긴 김신욱은 70억 원이라는 이적료를 전북에 남기고 이적했다.

대체자를 구할 여유도 없이 팀의 주전 공격수를 떠나보낸 전북에 김신욱의 이적은 큰 타격이었다. 용병인 아드리아노는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시즌아웃 되면서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동국은 40세라는 나이 탓에 매 경기 풀타임으로 출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상황이 이런 만큼, 김신욱의 공백은 모라이스 감독에게 큰 고민을 안겨다 줬다.

김신욱 이적 후 첫 경기 대구전, 문선민이 해결했다

김신욱이 떠난 후 첫 번째로 치른 경기는 대구 FC(아래 대구)와의 원정경기였다. 앞서 전북은 대구와의 개막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던 바 있다. 전북은 대구와의 경기를 통해서 김신욱이 떠난 공백 속에서 얼마나 버텨낼 수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게 됐다.

대구에서는 츠바사와 에드가, 홍정운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 이적설이 나돌던 조현우가 컨디션 난조로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데다 김대원이 퇴장으로 인한 징계로 출전할 수 없었다. 대구의 주축선수들이 대거 빠지면서 전북으로서는 큰 호재였다. 그리고 호재는 경기 시작 1분 만에 나타났다.

그 주인공은 문선민이었다. 이동국, 로페즈와 함께 전북의 3톱으로 출전한 문선민은 전반 1분 만에 골을 터뜨렸다. 김진수가 왼쪽에서 길게 크로스 올린 볼을 이동국이 헤딩으로 떨어뜨려주자 달려들던 문선민이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전북은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2019년 7월 10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K리그1 대구 FC와 전북 현대의 경기. 전북 문선민 선수의 모습.

2019년 7월 10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K리그1 대구 FC와 전북 현대의 경기. 전북 문선민 선수의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전반 3분 정혁의 득점 상황에서도 문선민은 득점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다시 한번 김진수의 롱 패스를 받은 문선민은 페널티 박스 오른쪽을 돌파한 이후 크로스를 시도해 로페즈에게 연결했고 로페즈는 뒤에 있던 정혁에게 힐 패스를 내줬다. 패스를 받은 정혁은 지체 없이 슈팅을 시도해 득점으로 연결시키면서 경기 시작 5분 만에 스코어를 2-0으로 만들었다.

전반전 전북이 기록한 2골에 관여한 문선민의 활약은 후반전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후반 7분 김진수가 파울로 내준 페널티킥을 세징야가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대구가 1골차로 따라붙었다. 만회골을 터뜨린 데다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분위기 속에 분위기가 대구 쪽으로 기울어질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1분 만에 우려는 기우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7월 10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K리그1 대구 FC와 전북 현대의 경기. 대구 세징야가 득점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2019년 7월 10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K리그1 대구 FC와 전북 현대의 경기. 대구 세징야가 득점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후반 8분 바로 이어진 전북의 공격에서 문선민의 패스를 받은 로페즈가 돌파를 시도한 이후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이동국이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달려들던 문선민이 헤더로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부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하면서 잠시 긴장되는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VAR 심판과의 교신 이후 다시 득점으로 인정됐다. 그러면서 전북은 스코어를 3-1로 벌려 대구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그러나 문선민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영은 골키퍼가 퇴장을 당하며 수적 우위를 가져간 전북의 공세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후반 30분 또다시 문선민에게서 득점이 나왔다. 송범근 골키퍼의 골킥에서부터 시작된 공격 과정에서 대구 수비와 손준호를 거쳐 정혁에게 향했다. 볼을 받은 정혁은 크로스를 올렸고 또다시 이동국이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이동국의 슛은 골대를 맞고 나왔고 골대 맞고 나온 볼을 문선민이 마무리하면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전북 이적 후 핵심선수로 자리매김한 문선민

문선민은 대구와의 경기에서 후반 42분 한승규와 교체될 때까지 87분간 활약하면서 3골을 기록했다. 여기에 정혁의 두 번째 골에도 관여하는 등 전북이 기록한 4골이 문선민의 발에서 시작됐다. 전북이 기록한 4골 모두 그에 의해 나온 득점이었다.

올시즌을 앞두고 인천에서 전북으로 이적한 문선민이 인천에서 만큼의 활약이 나올지 여부에 있어서는 다소 의문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적 후 문선민은 이내 주전으로 도약하면서 이제는 전북의 핵심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득점 면에서도 대구전 3골을 비롯해 15경기에서 8골을 기록하며 지난 시즌 기록한 14골에 절반을 넘는 득점을 기록했다. 문선민은 팀을 옮긴 이후 올시즌에도 지난 시즌 만큼의 골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2019년 7월 10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K리그1 대구 FC와 전북 현대의 경기. 대구 최영은(가운데)과 전북 로페즈(오른쪽)의 모습.

2019년 7월 10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K리그1 대구 FC와 전북 현대의 경기. 대구 최영은(가운데)과 전북 로페즈(오른쪽)의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특히 최근에는 물이 오른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전북 공격진에서 상대 수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 전북에서 문선민의 존재는 나날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전북에서 김신욱이 떠난 가운데 첫 번째로 치러진 대구와의 경기에서 문선민이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문선민은 김신욱의 이적으로 인한 공격력 약화에 대한 우려를 지울 만한 활약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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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전북 현대 대구FC 문선민 이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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