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아랍영화제 포스터

8회 아랍영화제 포스터 ⓒ 아랍영화제

 
요즘 국제뉴스의 중심지가 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레바논, 모로코, 튀니지, 카타르 등 아랍권 영화는 국내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영화들 중 하나다. 미주와 유럽영화들이 주로 국내 외화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무슬림들이 주로 거주하는 이들 지역의 영화들은 해외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하지 않는 한 국내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칸영화제 수상작으로 국내에서 14만 관객을 동원한 레바논 영화 <가버나움> 정도가 국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으로 다가온 작품에 속한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영화제를 통해서야 그나마 아랍영화를 만날 수 있다.
 
올해 8회째를 맞는 아랍영화제는 아랍권 영화만을 모아 상영한다는 점에서 국내에서 꽤 인기가 많은 전문영화제 중 하나다. 국내 관객들에게는 생소한 문화권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데가 새로운 영화를 칮는 관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는 덕분에 1회 때부터 인기가 좋았다. 
 
내전과 종교 분쟁 등 정세불안으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들 국가 중에 많은 나라가 여행 금지국가로 묶여 있는 상태다. 특히 지난 4월 외교부의 해외여행 경보지역을 보면 아랍영화제에 작품을 상영하는 국가 중 카타르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이 여행자제나 철수권고,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쉽게 가볼 수 있는 미지의 나라가 되고 있는 셈인데, 영화가 그 간극과 아쉬움을 영화를 통해 좁혀준다는 점이 아랍영화제가 갖는 매력이다.
 
올해 아랍영화제는 난민, 젠더, 청년, 노동문제 등 현대 사회를 밀착한 다양한 장르적 시도에 초점을 맞췄고 모두 10편이 상영된다. "다시 만난 아랍"이라는 슬로건 아래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아랍을 영화로 만나는 시간이다.
 
전쟁의 참상이 압도하는 일상
 
 시리아 영화 <그림자가 사라진 날>

시리아 영화 <그림자가 사라진 날> ⓒ 아랍영화제

 
올해 아랍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작인 시리아 영화 <그림자가 사라진 날>이다. 아들에게 줄 따뜻한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가스 한 통을 찾아 떠나는 한 어머니의 여정을 따라가는 일종의 로드무비로, 전쟁의 참상이 일상의 삶을 어떻게 압도하는가를 보여준다.
 
2018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에 해당하는 미래의 사자상을 수상한 수다드 카아단 감독이 무려 7년 동안 기획한 첫 장편 영화인만큼 동시대의 현실을 섬세한 시선으로 담아낸 수작이다. 감독이 직접 방문해 서울과 부산에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런 건강 악화로 부득이하게 방한이 취소됐다.

동시대 아랍영화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아라비안 웨이브' 섹션을 통해 총 6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아므라와 두 번째 결혼>은 사우디아라비아 영화다. 44세의 주부 아므라는 은퇴한 남편이 젊은 여성과 두 번째 결혼을 계획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새로운 현실을 이해해보려 노력하지만, 그녀의 삶은 용납할 수 없는 타협으로 내몰리기 과정을 담고 있다.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 받은 바 있는 마흐무드 샙백 감독의 신작이다. 일부다처제와 남아선호 사상을 비트는 블랙 코미디가 관객들에게 신선한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
 
 카타르 영화 <소피아>

카타르 영화 <소피아> ⓒ 아랍영화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인 카타르 영화 <소피아>도 관심을 끌만한 영화다. 혼전 관계를 죄악시하는 사회의 시선으로 인해 고뇌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관객들로 하여금 여성의 행동, 계급 및 인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레바논 영화 <계하는 여자들>은 저소득층의 상호부조 시스템을 통한 연대 및 여성 할례의 문제를 다루고 있고, <야라>는 첫사랑의 수줍은 감정을 아름다운 풍광 속에 서정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집트 영화인 <요메드딘>은 나병 환자와 고아라는 사회적 약자들이 함께 걷는 로드무비다.

<북풍>은 유럽 노동자와 아랍 사회 노동자 간의 연결 고리를 유머러스하게 드러내는 튀니지 영화인데, 대부분이 아랍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영화들이다.
 
일부 국가 대사관 작품 선정에 예민 반응
 
아랍영화계의 화제작들로 따로 3편이 준비됐다.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데뷔작품상을 수상하며 뛰어난 역량을 과시한 튀니지 모하메드 벤 아티아 감독의 <디어 썬>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이슬람 국가 Islamic State)에 가담하기 위해 몰래 떠나버린 아들로 인해 상실감에 젖은 부모를 다룬 이야기다. 사회적 윤리와 부모로서 겪는 괴리감을 담아냈기에 관객들을 매료 시킬만한 영화다.
 
또한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킨 레바돈 다큐멘터리 <지워진 자들의 흔적>은 레바논 내전 당시 일어났던 대학살의 실종자들을 공공의 망각에서 공적 기억을 복원시키려 노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15년 형기를 마친 후 출소한 한 팔레스타인이 겪는 트라우마와 새로운 팔레스타인의 현실에 적응하고자 하는 노력을 그린 극영화 <스크루드라이버>는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소개한다.
 
 팔레스타인 영화 <스크루드라이버>

팔레스타인 영화 <스크루드라이버> ⓒ 아랍영화제

 
아랍국가라고 하더라도 국가별 정치 사회적 환경이 다른 상태여서, 올해는 작품 선정에 있어 더 어려움이 있었건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국가 대사관에서 작품 선정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작품 선정이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필요한 영화를 골랐고 국제뉴스로 접하던 아랍의 현실을 직접 목도할 수 있는 작품들을 모아 놨다. 6월 5일~9일까지 서울 아트하우스 모모와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동시 개최되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5000원이었던 관람료는 올해 1000원으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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