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MHz> 영화 포스터

▲ <0.0MHz> 영화 포스터 ⓒ (주)스마일이엔티


대학교의 초자연 미스터리 동아리 '0.0MHz'의 멤버인 윤정(최윤영 분), 한석(신주환 분), 태수(정원창 분), 소희(정은지 분), 상엽(이성열 분)은 과거 한 여자가 자살한 뒤에 목만 남은 '머리카락 귀신'이 되어 돌아다닌다는 괴소문이 도는 경북 상주 우하리의 흉가로 향한다.

마을 사람의 경고를 무시하고 흉가로 간 부원들은 귀신을 부르는 주파수를 증명하고자 각종 장비를 설치하고 강령술을 행한다. 처음엔 헛소문이라 생각하고 장난스럽게 시작한 실험이지만, 기이한 현상이 멈추지 않으면서 이들은 공포에 떨게 된다.

한국은 세계적인 웹툰 강국이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시작한 웹툰은 2000년대 초반에 포털사이트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거대한 플랫폼을 형성하며 대중화에 성공했다. 웹툰은 소재와 장르도 다양하다. 당연히 소설과 만화가 그랬던 것처럼 웹툰도 일찌감치 드라마와 영화로 크로스 오버를 이루었다.

영화를 살펴본다면 2006년 강풀의 웹툰 <아파트>를 영화로 옮긴 고소영 주연의 <아파트>을 시작으로 <바보>(2008), <순정만화>(2008), <이끼>(2010),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 <이웃사람>(2012), <26년>(2012), <전설의 주먹>(2012), <더 파이브>(2013),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패션왕>(2014), <내부자들>(2015) 등 많은 웹툰 원작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최근엔 <신과함께> 시리즈가 2670만 관객을 동원하는 놀라운 흥행기록을 세웠다.

<곤지암>에 모티브 준 웹툰 < 0.0MHz >
 
<0.0MHz> 영화의 한 장면

▲ <0.0MHz> 영화의 한 장면 ⓒ (주)스마일이엔티

 
영화 < 0.0MHz >도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흥미로운 건 흉가, 귀신, 강령술을 소재로 한 공포 영화란 사실이다. 2010년대 들어 한국 공포 영화 중 100만 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건 120만 명이 본 <더 웹툰: 예고살인>(2013)과 260만 명이 감상한 <곤지암>(2018) 두 편에 불과하다. 작년에도 <속닥속닥>과 <여곡성>이 처참한 실패를 남겼다.

한국 공포 영화가 암흑기인 상태에서 < 0.0MHz >가 나온 배경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원작 웹툰의 팬층을 흡수하겠다는 목적이다. 아마도 <신과함께> 시리즈의 흥행이 영향을 주었지 싶다. 둘째는 <곤지암>의 성공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웹툰 < 0.0MHz >은 <곤지암>에 모티브를 주었다고 알려진다.

그동안 제작이 지지부진하던 < 0.0MHz >는 2018년 6월 유선동 감독이 연출하고 정은지 배우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알리며 7월부터 촬영에 들어갔다. <곤지암>의 흥행으로 제작에 탄력을 받았으리라 짐작된다.

그렇다면 < 0.0MHz >와 <곤지암>은 비슷할까? 그렇진 않다. '흉가를 찾아가 체험하는 젊은이들이 진짜 귀신을 만난다'는 설정만 비슷할 뿐 두 영화는 완전히 다른 색깔을 가진다. <곤지암>은 페이크 다큐란 새로운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공간을 강조한 체험적 성격도 짙다. 시대성을 살짝 가미하여 <블레어 윗치>(1999)로 대표되는 페이크 다큐 장르물과 차별도 얻었다.

< 0.0MHz >는 정통적인 호러 문법에 충실하다. 연출을 맡은 유선동 감독은 "<곤지암>은 페이크 다큐 형식이지만, < 0.0MHz >는 오히려 클래식한 공포물로 <엑소시스트>나 <에일리언> 같은 영화들을 모던하게 재해석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전체적인 형식은 < 13일의 금요일 > 같은 클래식 공포물이고 강령술 장면에선 <엑소시스트>, 머리카락 귀신 연출에선 <에일리언>의 영향을 받았다는 뜻이다.

그 자체로 오싹함을 자아낸 우하리의 흉가
 
<0.0MHz> 영화의 한 장면

▲ <0.0MHz> 영화의 한 장면 ⓒ (주)스마일이엔티


영화 < 0.0MHz >는 웹툰 < 0.0MHz >와 다른 작품이기도 하다. 웹툰 < 0.0MHz >는 동양과 서양의 오컬트 요소를 뒤섞으며 무서움을 주었다. 특히 몇몇 이미지는 오싹하고 강렬하다. 그러나 시즌1 15화, 시즌2 20화로 펼쳐진 전개를 뒤로 갈수록 수습하지 못하여 아쉬움을 남겼다. 연재된 다음 사이트에 달린 베스트 리플이 "공포는 사상 최대였는데 스토리가 너무 압축되고 생략돼서 아쉬웠던 만화"일 정도다.

영화는 웹툰의 초반 설정인 '카페 회원 5명이 흉가에 가서 강령술을 하다 진짜 귀신을 불러냈다'는 것과 인물 정도만 가져왔다. 중반 내용부터는 완전히 새롭게 썼다. 웹툰에선 심령 현상을 겪던 인물들이 과학으로 괴로움을 떨치고자 흉가로 향하지만, 영화에선 이것이 '증명할 수 없는 미스터리는 없다'로 표현된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인물의 과거 사연을 넣어 트라우마를 만들고 성격에 변화도 가했다. 캐릭터 간의 러브 라인도 있다. 웹툰과 영화가 다르다고 보아도 무방한 수준이다.

미술, 소품, 세트는 칭찬할 구석이 많다. 영화의 공간적인 배경이 되는 우하리의 흉가는 그 자체로 오싹함을 자아낸다. 을씨년스러운 집과 주위를 둘러싼 숲의 불길함, 긴 어둠으로 이어진 아궁이 등 공간이 주는 긴장감은 상당하다. 강령술에 사용하는 인형, 대바늘, 피가 흐르는 소의 간 등 소품 구성과 활용도 좋다.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자신까지 이어져 온 무당 집안에서 태어나 기이한 능력을 지닌 소희와 귀신에게 사로잡힌 윤정이 무당과 귀신으로 대립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제일 흥미로운 순간이다. 할머니가 빙의된 소희는 전라도 사투리를 내뱉으며 귀신과 대화를 나눈다. 두 사람은 때론 때리거나 목을 조르면서 맞선다. 그간 밝은 모습을 보여주던 정은지 배우는 웃음기를 지운 채로 에너지를 폭발시킨다. 그녀는 배우의 어두운 얼굴을 얻었다.
 
<0.0MHz> 영화의 한 장면

▲ <0.0MHz> 영화의 한 장면 ⓒ (주)스마일이엔티


떨어지는 개연성은 < 0.0MHz >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원작에서도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아 전개의 구멍으로 작용한 '머리카락 귀신은 왜 한을 품게 되었는가?'란 의문을 여전히 풀지 않는다. 귀신에게 어떤 사연조차 주어지지 않아 감정을 이입하기 어렵다. 그저 남자들에게 원한이 많다고 추측할 따름이다.

영화는 원작에서 공포 포인트로 작용한 머리카락 귀신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 실패한다. 일본 공포 영화에서 흔히 보여주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싸구려 CG의 느낌이 강하다. 또 한국 공포 영화의 고질병인 반전 강박증은 어김없이 반복된다.

극 중에선 강령술을 했을 때 주파수가 0.0MHz가 되면 귀신이 나타났다는 증거란 설명이 나온다. 제목 < 0.0MHz >은 귀신과 만난 순간이다. 그런데 < 0.0MHz >은 관객과 주파수를 맞추질 못한다. 웹툰이 인기를 끌었다고 해서 영화의 성공까지 보장하진 않는다. 어떤 맥락에서 인기를 끌었는지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재미있는 건 강조를 해야 한다. < 0.0MHz >는 그것에 실패했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0.0MHZ 유선동 정은지 이성열 최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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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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