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3

보이스 3 ⓒ ocn

 
마진원 작가의 <보이스3>가 첫 방송을 탔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등 해외처럼 시즌제로 장르물을 이어가는 경우가 왕왕 있어 왔지만, 한 작가가 세 시즌을 함께 하는 건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보이스3>는 마진원 작가의 <보이스3>라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보이스1>은 이제는 <손 the guest> 연출로 익숙한 김홍선 PD가, <보이스2>는 <특수사건 전담반 ten 2>를 만들었던 이승영 PD가 맡았다. 이번에 그 바통을 이어 받아 마진원 작가와 호흡을 맞춘 이는 <뷰티인사이드>, <터널>의 남기훈 PD다.

화가의 작업장인 듯 여기 저기 그림과 작업 도구들이 있는 창고. 그 끝에 한 여성이 매달려 있다.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그녀를 붙잡고 있는 건 낚시줄? 혹은 얇은 철사들이다. 그녀의 마디마디에 줄이 연결돼 있었고, 줄은 그 마디마디를 조여가며 끊어내고 있는 중이었다. 바닥은 그녀의 피로 흥건하다. 그리고 "살려만 달라"고 절규하는 그녀의 앞에 서서 그 죽음을 한껏 즐기고 있는 검은 망토에 하얀 마스크를 쓴 빌런.

이후 장면이 바뀌고, 은퇴를 선언한 여성 화가의 작업장을 보러 온 부동산 업자와 손님은 질척이는 작업장을 둘러보던 중 이상한 설치 작품을 발견한다. 이내 그 작품이 여성의 얼굴과 절단된 사지로 구성된 것들이라는 걸 깨닫고 주저앉아 버린다.

그리고 깨닫는다. 그 흥건했던 것들이 바로 '피'였음을 말이다. 그들은 112에 신고를 해야 한다며 혼비백산한다. 그렇게 징그럽고 유혈이 낭자한 장면으로 <보이스3>가 시작된다. 

<보이스 1>이 다른 장르 드라마와 달리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건, 사고로 인해 남다른 청각를 가지게 된 강권주 팀장(이하나 분)을 중심으로 한 범죄 현장의 골든 타임을 사수하는 112 신고 센터팀과 쇠망치로 사람을 내리쳐서 잔혹하게 살해하는 모태구(김재욱 분)로 대변되는 '고어(gore)'한 범죄들이었다.

그리고 시즌 2에서는 강권주 팀장의 골든 타임 팀이 무진혁(장혁 분)에 이어 새로운 팀장 도강우(이진욱 분)을 맞이하여 체계를 갖추어 가는 모습을 그렸다. 그러면서 모태구의 '고어'한 범죄는 방제수(권율 분)의 시신 부분 훼손 및 절단, 유통인 '닥터 파르브'라는 다크 웹 사이트의 조직적 범죄로 대체됐다.

시즌3의 <보이스>는 이런 시즌 1과 시즌2의 특징을 강화했다. 1회 초반 보여준 빌런의 '하드 고어'한 범죄에 이어, 자신의 가족을 리셋하기 위해 온 가족을 살해하고 다른 가족을 납치하는 범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 리셋에 반항하는 이들에게 거침없이 망치를 휘두르는 '고어'한 설정의 에피소드를 통해 시즌의 특성을 강조한다.

드라마는 시즌2 사고 현장에서 사라졌던 도강우 팀장이 8개월 만에 일본에 밀항을 감행하면서까지 추적하는 빌런 방제수의 배후, 절단된 시신들을 거래하는 '블랙 마켓 시크릿넷'이라는 거악을 시즌3의 과제로 삼았다.

시즌3 문을 열어준 일본 료칸의 납치범 스즈키(정기섭 분)도 피해자들을 강간하며 죽이는 과정을 담은 '스너프' 필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나며, 도강우의 추적이 실제 사건으로 드러난다. 과연 극 초반 등장했던 '하드 고어'한 범죄를 저질렀던 빌런과 이 '시크릿 넷'의 관계는 무엇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보다 처절하게
 
 보이스 3

보이스 3 ⓒ ocn


시즌3가 시작할 때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 했던 건 바로 강권주의 생사였다. 강권주는 방제수가 덫으로 놓은 폭탄이 설치된 지하로 들어갔고 이후에 폭발이 발생한다. 과연 그 상황에서 강권주는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하지만 시즌3는 그 장면에 대한 설명 없이, 8개월을 건너뛰어 골든 타임 팀장으로 다시 복귀한 강권주로 시작한다. 폭발 현장에서 온 몸에 심한 상처를 입었지만, 그 현장에서 사라진 도강우 팀장을 찾기 위해 초인적인 힘으로 재활을 겪어낸 그녀는 다시 골든 타임 팀의 팀장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겉보기와 달리, 그녀는 사고로 인해 '이명' 후유증을 앓게 된다. 뜻하지 않는 순간에 그녀를 엄습하는 강렬한 기계음과 같은 이명은 남들과 다른 청각으로 사건을 인도하는 골든 타임 팀장으로 강권주에게는 그 무엇보다 안타까운 약점이다. 

앞서 시즌2의 부제를 단다면, '도강우 형사의 복권' 정도로 해도 될 듯하다. 도강우는 3년 전 자신의 눈 앞에서 벌어진 나형준 형사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몰렸었다. 그는 어린시절 아버지 살인 사건을 눈 앞에서 목격했다는 이유로 동조자, 혹은 아버지와 같은 사이코패스라 의심을 받기도 했다.

더불어 종종 정신을 잃는 '블랙 아웃 증세'를 앓고 있기도 하고, 극한의 상황에서 통제력을 잃으며 폭주하는 성향으로 인해 나형준 형사의 형인 나홍수 계장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의심을 받는다. 이로 인해 형사직을 유지하는 데 위기를 겪기도 한다. 시즌2는 도강우가 나형준 살해 사건의 범인이 아니며, 진짜 범인을 밝히고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는 과정으로 그려졌다.

아버지의 범죄와 그로 인해 온 가족이 불행을 겪은 뒤 속죄하듯 경찰이 되고, 거기에 더해 자신의 과거와 병력으로 인해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를 스스로 벗기 위해 발버둥쳤던 도강우 형사. 그러나 그는 그런 '범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무섭게 사라져 버린다. 그의 '실종' 사건을 수사하던 전담반조차 폐지되던 무렵, 일본으로 밀항하던 그가 골든 타임 수사망에 잡힌다. 그렇게 도강우는 밀항자로써 강권주와 다시 만난다. 하지만 그는 예의 안하무인 폭력적 성향을 드러내며 팀원들을 멀리한다. 

강권주의 폭발 현장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검은색 자동차를 주시하며 방제수의 배후를 직감한 그는 지난 8개월간 은밀하게 '블랙 웹'의 존재를 추적했다. 그러던 중 그 실마리를 찾아 일본까지 오게 된 것이다. 안하무인이었지만, 당장 피해자의 목숨이 경각에 달리고, 거기에 그 가해자가 자신이 찾는 블랙 웹과 연관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도강우는 '료칸 납치 사건'에 뛰어들어 예의 '팀장'으로서의 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스즈키 검거 과정에서 절제되지 않는 폭력적인 성향이 튀어나오고, 강권주와 대화하던 중 뛰쳐들어가 안정제 주사를 맞고 나와야 할 만큼 병이 악화된 상황. 더구나 감옥의 방제수는 도강우의 복귀를 듣고 '고우스케, 돌아왔구나'라면서 시즌2 내내 시청자들을 의혹에 빠뜨리게 했던 도강우의 정체에 대해 다시 한번 의심의 불을 지피게 한다.

더불어 시즌2 나형수 계장처럼, 도강수는 살인마의 아들이라며 그의 뒤를 쫓는 일본 형사 료지(박동하 분)가 등장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도강우의 정체에 대한 혼돈을 부추긴다. 그렇게 도강우는 더욱 심해진 병과 싸우며 다시 한번 자신의 결백을 입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핸디캡을 가지게 된 강권주와 병세가 더욱 악화된 도강우는 첫 번째 사건을 통해 다시 한 번 서로 호흡이 잘 맞는 팀이라는 걸 확인한다. 하지만 시간이 없는 도강우는 단 두 달로 그들의 파트너십을 한정하고, 함께 '하드 고어'한 거악의 범죄 단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나선다. 보다 처절한 조건에서, 보다 극악한 범죄자, 혹은 범죄 단체를 단죄하기 위해 나선 <보이스3>. 이 흥미진진한 서막에 시청자들은 2회 만에 5%를 넘보는 관심으로 호응했다(2회 4.979% 닐슨 코리아 케이블 기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보이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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