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FC 헤비급 인기스타 '쿵푸팬더' 아오르꺼러(24·중국·XINDU MARTIAL ARTS CLUB)가 거물 사냥에 나선다. 다음달 18일 제주 한라체육관서 있을 굽네몰 로드FC 053 제주대회가 그 무대로 상대는 '하이퍼 배틀 사이보그' 제롬 르 밴너(47·프랑스)로, 한때 세계 최고 입식격투기 단체로 명성을 떨쳤던 K-1의 레전드 출신 파이터다.

아오르꺼러 입장에서 밴너와의 격돌은 기회다. 비록 입식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고 많은 나이로 인해 예전의 기량을 상당 부분 잃어버린 밴너지만 이름값 하나만큼은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어네스트 후스트, 피터 아츠, 레미 본야스키 등처럼 그랑프리 챔피언을 차지하지는 못했으나 팬들 사이에서의 인기 하나만큼은 어떤 선수 못지않았다.

특히 전진압박을 앞세운 화끈한 파이팅 스타일로 인해 남성 팬들 사이에서 유달리 높은 인기를 끌었다. 상남자, 마초의 향기를 물씬 풍겼던 것이 그 이유다. 링 안에서는 상대를 죽일 듯이 공격하다가도 경기가 끝나면 뜨겁게 안아주고 격려해주는 배려심까지 함께 가지고 있었다.

아오르꺼러는 최근 거침 없는 연승행진을 달리며 로드FC 헤비급에서 주가를 크게 올리고 있다. '배우' 금광산(43)과의 빅매치 여부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로드FC 헤비급 간판스타 '전직 야쿠자' 김재훈(30·팀 코리아MMA)과 2차례 붙어 모두 승리를 거둔 것을 비롯 '야수' 밥샙, DEEP 챔피언 출신 가와구치 유스케, 프라이드 전성기를 누렸던 후지타 카즈유키 등 이름값 높은 파이터들을 줄줄이 격파했다.

기술적인 부분이나 경기운영 등에서는 아직 미숙하다는 혹평도 많지만 아직 한창 젊은 나이임을 감안하면 어디까지 발전할지 알 수 없다. 기세등등한 아오르꺼러는 자신이 잡아낸 상대 명단에 밴너의 이름까지 포함시키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하이퍼 배틀 사이보그’ 제롬 르 밴너

‘하이퍼 배틀 사이보그’ 제롬 르 밴너 ⓒ 로드FC

 
한 시대를 풍미했던 K-1 공격대장 출신 밴너
 
밴너는 1995년 데뷔 이래 K-1 흥행 전선에서 꾸준하게 활약하며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경기력, 캐릭터 등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일단 밴너는 승패를 떠나 화끈하다. 물러설 줄 모르는 특유의 파이팅을 바탕으로 난타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후퇴를 모르는 이른바 '전진본능'은 격투 팬들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시켰다는 평가다.

밴너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무기는 단연 강력한 펀치다. 눈앞의 상대를 무자비하게 두들겨 부수는 펀치 세례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움찔거려질 정도로 가공할 파괴력이 묻어난다. 전성기에 필살기로 구사했던 레프트 스트레이트에 대해서는 "상대 가드를 부수고 안면까지 박살낸다"는 극찬이 쏟아졌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레전드 헤비급 복서 에반더 홀리필드의 스파링 파트너는 물론 프로모터 돈킹에게 프로복싱 입문 제의까지 받았을 정도다.

엄청난 펀치력에 가려져 있기는 했지만 로우킥, 미들킥 등 킥 파워 역시 상당한 수준이었다. 선수 생활 내내 공격 위주의 파이팅 패턴을 구사했지만 힘이 넘치던 젊은 시절에는 유독 그 정도가 심했다.

이 같은 스타일은 종종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지나칠 정도로 밀어붙이는 공격 스타일 탓에 유리한 흐름을 타면서도 뒤집히는가 하면 상대의 분석에 말려 헛힘을 쓰고 패퇴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분명 자신이 더 공격을 많이 퍼부었음에도 카운터에 능한 선수들에게 실신 넉아웃 패를 당하는 치욕을 겪는가 하면 운영의 달인 후스트에게는 페이스를 빼앗겨 농락당하기도 했다.

특히 체력, 데미지 안배가 절실한 토너먼트 경기에서는 이런 부분이 큰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워낙 한 경기에 힘을 몽땅 쏟아버리니 이기든 지든 다음 경기에서는 힘이 부칠 수밖에 없었다. 조금 더 지능적으로 운영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저돌적인 스타일로 인해 뜨거운 인기를 얻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점 때문에 지지했던 팬들도 나중에는 노련한 밴너를 요구할 정도였다.
 
 로드FC 헤비급 인기스타 '쿵푸팬더' 아오르꺼러

로드FC 헤비급 인기스타 '쿵푸팬더' 아오르꺼러 ⓒ 로드FC

 
아오르꺼러의 힘과 젊음, 밴너에게 통할까?
 
물론 현재의 밴너는 과거의 그가 아니다. 1972년생으로 40대 후반에 들어선지라 지금 당장 격투계를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노쇠했다. 쟁쟁한 해외 단체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은 로드FC에 들어오게 된 배경 역시 이 같은 부분과 무관하지 않다. 아무리 예전의 밴너가 아니라 해도 헤비급 최고의 하드펀처로 불리던 밴너인지라 어지간한 동양 파이터들이 감당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그래플러 스타일이 아닌 타격을 주무기로 하는 선수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188cm, 150㎏의 큰 덩치를 자랑하고 나이도 20살 이상 어린 아오르꺼러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펀치 공격을 통해 밴너를 이긴 대표적 파이터로는 K-1 시절 사와야시키 준이치(35·일본)를 들 수 있다. ´K-1 월드그랑프리 2007요코하마'에서 밴너와 붙은 준이치는 아웃파이팅을 통해 밴너와의 정면승부를 철저히 피했다. 경고를 각오하고 필사적으로 도망 다니는 패턴으로 일관, 성질 급한 밴너의 페이스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참다 못한 밴너는 막무가내로 준이치를 쫓아다녔고, 그 틈을 탄 준이치의 카운터가 두 번이나 꽂혔다.

밴너의 주먹이 나오는 순간 준이치가 기습적으로 맞받아 쳤고, 그 결과 1라운드와 3라운드 두 번에 걸쳐 다운을 빼앗는 성과를 거뒀다. 밴너를 완전히 넉아웃 시킬 만큼의 위력은 아니었으나,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고 무너질 정도의 펀치는 제대로 적중시켰다.

밴너로서는 생각지도 않은 상황에서 거푸 허를 찔렸다. 준이치는 두 번의 경고를 받기는 했지만, 두 번의 다운을 빼앗으며 포인트를 착실히 챙기며 판정승을 거뒀다. 경기 후 밴너는 어이없다는 듯 씁쓸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링을 떠나야만 했다.

밴너전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준이치는 한동안 승승장구했다. 밴너에 이어 '붕붕마루' 후지모토 유스케(44·일본)까지 누르자 주최 측에서는 "무사시의 뒤를 이을 일본 에이스의 재목을 발견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준이치는 이후 단순한 공격옵션, 내구력 부족 등 약점을 드러내며 금세 한계에 부딪쳤다. 하지만 기량이 완전히 녹슬지 않았던 시절의 밴너를 이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준이치의 이름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아오르꺼러는 체격 하나만큼은 리얼 헤비급이지만 아직까지는 성장 중인 파이터다. 앞서 언급한대로 테크닉, 경기운영 등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그가 이긴 빅네임 파이터들은 하나 같이 전성기가 한참 지났다. 밴너 같은 경우 여전히 노련하고 한방은 살아있는지라 어지간한 헤비급 파이터들이 힘만 믿고 펀치로 들이대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아오르꺼러 역시 스탭형 파이터는 아닌 관계로 정면대결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아오르꺼러에게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부분은 그가 여전히 기량이 늘고 있으며 체구에 비해 유연하고 민첩하다는 것이다. 맞추는 재주도 좋다. 왕년의 밴너가 아닌지라 근거리에서 빠르게 치고받으며 먼저 묵직한 펀치를 꽂을 경우 넉 아웃 승리도 기대해볼 만하다. 거침 없는 아오르꺼러가 상승세의 길목에서 만난 밴너까지 잡아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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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FC 제주대회 하아퍼배틀 사이보그 제롬 르 밴너 쿵푸팬더 아오르꺼러 신구 헤비급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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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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