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저를 좀 더 잘 알게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자신감이 생기면서도 한편으로는 겸손해질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십대 초반부터 음악을 벗 삼아, 곡을 쓰며 음악가로서의 꿈을 키워나간 싱어송라이터 홍혜림은 2008년 제19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자작곡 '나는'으로 금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피아노를 치고 노래하는 그는 2012년 1집 < As A Flower >, 2017년 2집 <화가새>를 발표하며, 적적하고 고요한 가락에 평온하여 쓸쓸하기까지 한 노랫말을 띄워 보냈다.

"혼자 있을 때 문득 외로워 함께 하면 더 큰 벽이 느껴졌지 몸을 둘 곳도 맘을 전할 곳도 없을 때 마음의 집을 짓고 사네 어느 때나 쉬러 가네" - 곡 '마음의 집' 중에서

"빈 가지처럼 오늘 내 맘도 찬 바람 드는데 저 나무 한 그루에 두 집이 사는구나" - 곡 '화가새' 중에서


지혜 혜(慧), 깊을 림(碄). 텅 빈 마음에 내려앉은 새 한 마리로 인해 생각이 깊어지듯, 홍혜림의 음악은 듣는 이를 그의 이름처럼 사색에 젖게 한다. 여유롭지만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은 표정은 단정하고 아담한 그 자신의 음악과 닮아 보였다.

"군더더기 없는 것을 좋아해요. 멜로기, 가사도 필요 이상이 들어간 것 같다고 생각되면 빼는 편이죠. 장신구도 잘 안 해요. 옷도 화려하게 안 입는 편이에요. 제가 음악에 다 들어가는 것 같아요."

지난 3월 12일, 사랑을 노래한 곡 '나보다 내 마음이'를 발표한 홍혜림을 종로 인사동에서 만났다. 

"인연이 어디 그리 쉽게 찾아오나요. 이것을 기적 아니면 무어라 할까요. 서둘고 싶지 않아 놓치고 싶지 않아 참 조심스러워요. 그렇지 않나요" - 곡 '나보다 내 마음이' 중에서

"아우르는 하나의 주제보다, 고민이나 감정을 담은 음악"
 
 싱어송라이터 홍혜림

싱어송라이터 홍혜림 ⓒ 김광섭

  
- 신곡 '나보다 내 마음이'를 발표했는데, 사랑에 관한 노래라고요?
"사랑을 시작하려는 단계에서 드는 감정에 대한 노래예요. 설레기도 하지만 굉장히 조심스럽기도 한 첫 순간에 대한 곡이에요. 곡을 쓰고서 피아노와 현악기가 어우러지면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어요. 상상을 현실로 이루어낸 결과 같아요."

- 홍혜림씨의 사랑은 어떤가요?
"이십대 통틀어서 다른 분들처럼 몇 번의 연애를 했어요.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요. 확실히 시간이 흐를수록 만남에 대해 성숙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어렸을 때도 나름대로 신중하게 연애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나이가 들고 나니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도 생기고요. 제게 사랑은 신중한 것 같아요(웃음)."

- 지금은 혼자인가요?
"노코멘트하겠습니다(웃음)."

- 2012년 1집 < As A Flower >를 발표했어요. 돌아보면 어떤 시절이었다고 생각해요?
"음반 제작에 참여하는 일이 처음이었어요. 더욱이 제 음반이었기 때문에 어리숙하면서도 되게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많은 분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죠. 프로듀서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고요. 그런 가운데서 음반이 나온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제가 느꼈던 것보다 훨씬 큰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때 도와주신 분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이에요."

- 홍혜림씨에게는 어떤 음반이었어요?
"이십대 초중반에 걸쳐 썼던 노래들을 모아서 음반을 냈어요. 한 음반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쓴 곡이 아니라 가끔 썼던 노래 중에서 잘 어울리겠다 싶은 곡을 골라 만들었죠. 녹음 들어가기 얼마 전에 쓴 곡도 있고요. 아우르는 하나의 주제가 있다기보다는 제가 담을 수 있는 고민이나 감정을 담은 것 같아요. 제게 풋풋한 느낌이 있을 때요."

- 1집에서 소개하고 싶은 곡이 있다면?
"'사람'이라는 곡이 있어요. 남동생 입소식에 따라갔다가 돌아와 쓴 곡이에요.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애착이 많이 느껴져 공연에서 자주 부르기도 해요. 들으시는 분들도 많이 좋아해 주시는 곡인 것 같아요. 그 곡을 썼던 때보다 지금이 제가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 애착이 가요."

- 2집 <화가새>는 2년 전에 발표했는데요?
"2번 트랙 '화가새' 곡을 쓰고 이 곡이 외롭지 않게 어우러지는 일련의 모음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어요. 그 곡이 첫 단추가 되어준 곡이에요. 그 무렵에 사람들 만나지 않고 조용히 지내는 편이었어요. 그런 제 상황이 자연스럽게 반영이 되면서, 관계에 대한 노래보다는 바라보는 자로서, 무언가를 바라보고 이미지를 포착해서 가사를 쓴 것 같아요. 무언가를 묘사하는 느낌으로 가사가 쓰였어요."

- 관조자인가요?
"'관조자' 단어가 어울리는 것 같아요(웃음)."

- <화가새> 앨범에서도 한 곡을 소개한다면?
"'화가새'요. 나무를 보면 새 둥지가 있잖아요? 새 둥지에 사는 새가 화가라는 설정의 노래예요. 높은 곳에 외롭게 혼자서 살죠. 나무 꼭대기 끝, 세상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어요. 새가 그 위에서 외롭게 그림을 그리며 산다는 느낌이에요. 앨범 소개와 맥락이 같은 것 같아요."

- 화가새가 홍혜림씨인가요?
"쓸 때는 그런 생각은 안 했는데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웃음)."

뮤지션 홍혜림, 그리고 인간 홍혜림
 
 홍혜림

홍혜림 ⓒ 김광섭

  
- 작곡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
"나름대로 긴 시간 동안 곡을 써와 여러 작법을 시도해왔던 것 같은데요. 학생 때에는 좋은 음악을 쓰겠다는 욕심이 앞선 나머지 일단을 쓰고 보려는 게 있었어요. 다작하려고 노력하고요.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쓰고자 하는 메시지가 없으면 쓰는 데 의미를 못 느끼겠더라고요. 가사를 먼저 쓰는 쪽으로 자리가 잡힌 것 같아요. 담고자 하는 주제나 소재가 생기면 탄력을 받아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써요. 그리고 가사에 어울리게 편곡을 하죠."

- 노랫말에서 고즈넉한 풍경들이 펼쳐지는데요?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지?
"다른 뮤지션도 그렇겠지만 은연중에 써지는 부분이 많아요. 누구에게나 다 보이고, 누구나 다 캐치할 법한 자극적인 것보다는요. 감정으로 치면 굉장히 슬프거나 행복한 순간보다는 잘 가려진 것 같은데 알고 보니 서사가 있다고 할 때 그것을 끄집어내서 쓸길 좋아한 것 같아요. 일상에서 영감을 얻어 쓰기도 하고요."

- 인간 홍혜림은 어떤 사람인가요?
"예민하고 민감한 편에 속하는 사람인 건 맞는 것 같아요. 따뜻한 정감이라든지, 다정함을 너무 좋아해요. 싸움을 되게 싫어하고요."

- 책 보는 것도 좋아하고요?
"네. 책 보는 것도 좋아해요."

- <화가새> 앨범은 에세이가 적힌 소책자와 함께 냈는데요?
"책을 읽다 보니 글을 남겨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해봐서 뿌듯하기는 한데 부족함도있어 돌아보게 되었어요. 당시에 관심 분야였던 것을 그 앨범 자체에 총망라한 것 같아요. 에세이, 가사, 멜로디, 악기 등 관심이 많았던 것을 담았죠. 지금은 당장 그런 것을 해보겠다는 생각이 없어요. 에세이는 가사와 결이 비슷하다고 보시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가사와 직접적으로는 관련은 없지만 분위기가 비슷하다? 일부러 그렇게 쓴 것은 아닌데, 자연스럽게 된 것 같아요."

- 일상은 어떤가요?
"대학에서 음악을 배우기도 해서 음악을 가르쳐요. 책도 많이 읽고 일기도 많이 써요. 취미인 발레도 해요."

- 발레도 리듬인데, 음악에 영향이 있을까요?
"발레는 클래식을 틀어놓고 하니까 관련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음악보다도 동작하기가 급급하거든요. 관련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친구는 제가 발레를 해 음악도 발레처럼 되어가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 발레를 하면서 변화된 점이 있다면?
"발레는 5년 정도 한 것 같아요. 되게 좋은 운동이에요. 선을 아름답게 쓰는 춤이다 보니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요. 무엇보다 자세가 바르게 되면서 몸이 좋아지는 것을 느껴요."

- 홍혜림을 기쁘게 하는 것이 있다면?
"일과가 다 끝나고 저녁 혹은 밤에 혼자 있는 시간이 정말 좋아요(웃음)."

- 혼자 있을 때 발레를 하나요?
"아뇨(웃음). 집안일도 하고 책도 읽고 예능도 보고 글도 쓰고 아무거나 다 해요. 그 시간이 딱 저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이라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 그럼, 홍혜림을 슬프게 하는 것은?
"미세먼지가 저를 슬프게 해요(웃음). 맛없는 음식도 저를 슬프게 해요."

- 본인의 음악 듣고 슬펐던 적이 있나요?
"유재하 음악경연을 2008년에 나갔어요. 당시 영상이 있는데, 본 적은 없었어요. 얼마 전에 친구가 그 영상을 보는 바람에 '보지 마' 하면서 할 수 없이 봤거든요. 10년 만에 본 건데, 되게 많이 울었어요.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이 있는 거예요. 저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묘한 기분을 많이 느꼈어요. 다 비슷할 거라 생각했는데, 표정, 목소리, 음악 등 다 다른 거예요. 저 같지 않은 느낌을 받아 너무 낯설었어요. 그러면서 어린 소녀가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는 기분에 뭉클했어요."

- 음악인으로서 살아오면서 느낀 감사의 마음이 있을 것 같은데요?
"감사하면서 음악을 하고 있어요. 부산에서 공연한 적이 있어요. 고등학생 팬이 저의 모든 앨범을 들고 와 사인을 받아 간 적이 있었어요. 그 학생은 떨고 있었어요. 그 마음이 느껴지는 거예요. 나는 한 명의 뮤지션일 뿐인데, 누군가를 떨게 하는 것을 보면서 감사함을 넘어 감동이 있었어요."

- 봄에 들으면 좋을 홍혜림의 곡을 소개한다면?
"이번에 발표한 '나보다 내 마음이'요. 봄이 오면 봄을 타게 되잖아요? 사랑에 대한 감정을 노래하기는 했지만, 설레고 무언가 시작될 것 같은 하는 느낌들을 그 노래에서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 해요."
 
 홍혜림

홍혜림 ⓒ 김광섭

 
- 홍혜림의 음악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오만할 수도 있는데, 홍혜림?(웃음)"

- 어떤 음악가로 성장하고 싶은지?
"이십대 때에는 남의 눈치 보면서 살아왔던 시절이 있었지만, 앞으로도 더 나답게 음악을 해야겠다, 곡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작은 프로젝트에서도 꾸준히 계속 음악을 하자가 제 작은 신조입니다."

- 3집은 언제 만날 수 있을까요?
"'나보다 내 마음이' 같은 노래들을 많이 만들고 싶은 바람은 있어요. 구체적인 것은 아니지만요. 늦지 않은 시일 내에 3집을 만들어서 돌아오고 싶기는 해요."

- 사랑 노래가 많이 들어갈 예정인가요?
"아마도요(웃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2019년 4월호에도 실립니다.
홍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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