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 가로채널 >의 한 장면.  당초 스타들의 인터넷 크리에이터 도전기를 앞세워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최근 토크쇼 예능으로 개편되고 말았다.

SBS < 가로채널 >의 한 장면. 당초 스타들의 인터넷 크리에이터 도전기를 앞세워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최근 토크쇼 예능으로 개편되고 말았다. ⓒ SBS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나의 모든 것이 콘텐츠가 된다. 100만 구독자 달성을 향한 스타들의 크리에이터 도전기!"

SBS <가로채널>이 공식 홈페이지에 밝힌 프로그램 기획의도다.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목요일 밤 방영되는 <가로채널>은 이처럼 유명 스타들이 만드는 각양각색 인터넷 동영상 제작기를 다루는 취지의 예능이었다.

한동안 종편, 케이블 위주로 활동을 펼치던 강호동이 오랜만에 지상파 예능 MC로 등장해 관심을 모았지만 초반에는0 1%대 미미한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베트남 국민 영웅' 박항서 축구 감독 편을 통해 5.5%(1월 3일자,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반등에서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다시 하락세를 보이면서 결국 방송 초기 1~2%대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말았다.

결국 <가로채널> 제작진은 개편이라는 칼을 뽑아들었다. 그동안 방영되던 '강하대'(강호동의 하찮은 대결), '맞장'(맞집 장부) 등 강호동과 양세형이 외부 촬영 형태로 만들어왔던 코너를 모두 폐지했다. 대신 두 사람이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막강해짐', 배우 소유진과 가수 겸 예능인 김종민 등을 앞세운 '다다익설'을 신설했다.

이렇게 되면서 당초 '스타들의 크리에이터 도전기'라고 선전하던 프로그램의 취지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야심차게 마련했던 유튜브 채널은 9만 명 가량의 구독자만 기록한 채 지난 2월 8일 이후 더 이상의 신규 동영상 업로드는 없는 상황이다.

인터넷 동영상 제작 접고 평이한 토크 예능으로 개편
 
 지난 14일 방영된 SBS < 가로채널 >의 한 장면.  최근 '사딸라 아저씨'로 뒤늦게 화제를 모은 배우 김영철, 사업가 백종원의 부인이자 < 내사랑 치유기 >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배우 소유진 등이 출연했다.

지난 14일 방영된 SBS < 가로채널 >의 한 장면. 최근 '사딸라 아저씨'로 뒤늦게 화제를 모은 배우 김영철, 사업가 백종원의 부인이자 < 내사랑 치유기 >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배우 소유진 등이 출연했다. ⓒ SBS

 
지난 14일 방영된 <가로채널>의 '막강해짐' 코너에서는 과거 '궁예', '김두한'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중견 배우 김영철이 출연했다. 그의 당시 연기 모습은 십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영철은 당시 드라마 속 재미난 에피소드와 함께 KBS 1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햄버거 광고에 얽힌 뒷이야기도 소개하는 등 나름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배경은 체육관, 트레이닝 센터로 꾸몄지만 전개 방식은 과거 강호동의 간판 프로그램이던 MBC <무릎팍도사>를 제법 닮아 보였다. 당시 강호동, 유세윤 구성이 강호동, 양세형으로 달라진 것 말곤 <가로채널>만이 준비한 차별성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최근 MBC 드라마 <내 사랑 치유기>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배우 소유진을 앞세운 '다다익설'은 각종 사회 현상을 중심에 놓고 출연진들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방식을 택했다.  JTBC 드라마 <SKY 캐슬>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입시 코디네이터를 소재로 국내외 입시 현황, 자신들의 체험기 등이 소개되었지만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진 못했다. 오히려 주제와는 동떨어진, <골목식당>의 주역인 남편 백종원과 얽힌 소유진의 개인사가 더 눈길을 모았다. 다음 주 예고 역시 백종원을 전화 연결해 치킨 레시피를 소개하는 내용이 강조되면서 자칫 주객전도 상황도 연출되었다.

불과 두 달 전인 1월초만 해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100만 명 구독자를 모으겠다"라던 야심찬 의도와는 전혀 다른 형식으로 바뀌면서 결과적으로 <가로채널> 개편은 차별성 없는 실내 토크쇼 예능으로 뒷걸음질친 셈이 되고 말았다.

부실한 컨텐츠 기획... 게스트에만 의존 곤란해
 
 SBS < 가로채널 >이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은 지난 2월8일 이후 운영이 중단되었다.  한편 최근 각종 스캔들의 중심에 놓인 승리의 출연 영상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SBS < 가로채널 >이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은 지난 2월8일 이후 운영이 중단되었다. 한편 최근 각종 스캔들의 중심에 놓인 승리의 출연 영상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 SBS

 
제작 기획단계에서 당연하게도 제작진은 나름 야심친 의도로 프로그램을 만든다. 하지만 의도와는 달리 시청률, 화제성 등이 생각 만큼 나오지 않는 건 흔한 일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코너 개편 등 각종 수정 작업이 이뤄지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 과거 MBC <무한도전>, 최근 JTBC <아는 형님>처럼 살아남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사라지는 게 일반적인 예능의 흐름이다.

<가로채널> 역시 이러한 예능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가로채널>은 당초 지난해 추석 파일럿 방영 당시 화제를 모았고 그 여세를 모아 정규 편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볼 때 이는 <가로채널>만이 지닌 콘텐츠의 힘 덕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동안 방송에 개인 사생활을 거의 드러내지 않던 톱스타 이영애의 출연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규 편성 때의 깜짝 인기 역시 초대손님 박항서 감독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스타가 직접 '1인 방송 크리에이터'가 된다는 기본 취지는 거의 뒷전으로 밀렸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치밀한 보완 없이 정규 방송에 돌입했다. 결국 시청률 고전 속에 인터넷 크리에이터 도전기는 소리 소문없이 막을 내리고 말았다. 여기엔 단순히 "유튜브가 화제니까, 스타들이 개인 동영상 채널 만드는게 유행이니까"라는 식의 안이한 접근과 발상이 한 몫을 차지한 건 아니었을까.

<가로채널>이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토크쇼 예능 역시 향후 전망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이미 <무릎팍도사>에서 익히 봐왔던 스타 1인 중심 구성, 외국인 출연진이 섞인 집단 토크 등에서 자신들만의 차별화된 내용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결국 초대손님의 유명세, 화제성에만 의존하다 맥없이 마무리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음 주 <가로채널> 속 '막강해짐'의 초대손님은 공교롭게도 역시 14일 같은 시간대에 방영된 tvN의 토크 예능 <인생술집>에 출연했던 마마무 화사다. 이번에는 과연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가로채널 유튜브 인터넷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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