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색소폰 연주자 임달균. 현재 하노이 국제 예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재즈 색소폰 연주자 임달균. 현재 하노이 국제 예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 이종성

 
색소폰과 트럼펫 연주자로 활동했던 재즈 뮤지션, 국내 모 대학 실용음악 관련학과에서 10년간 재직하며 제자들을 양성했던 교수. 그는 현재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뮤지션의 꿈을 품고 있는 학생들에게 재즈 관련 분야 이론과 실기 수업에 열정을 다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임달균이다.

그는 한국 사람이 설립한 예술학교에서 1년 6개월 동안 재직하면서 '한국의 재즈와 한국의 음악교수법'은 물론 베트남 학생들이 아직 경험하지 못한 여러 음악분야 관련 교육을 하고 있다.

임달균 교수는 비록 척박하지만 무궁한 잠재력을 지닌 베트남 음악 시장에서 학생들이 실력으로 인정받는 뮤지션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의 앞에 놓인 현실의 벽은 무척이나 높지만 긍정적 마인드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1시(현지 시각) 임달균교수가 재직하는 하노이 국제예술학교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외국인이 세운 예술학교, 아직은 시작단계
 
 재즈 색소폰 연주자 임달균. 현재 하노이 국제 예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재즈 색소폰 연주자 임달균. 현재 하노이 국제 예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 이종성

 
- 현재 재직 중인 학교 소개를 해달라.
"2007년 9월 하노이에 설립됐고 국제예술학교(International College of Arts)가 정식명칭이다. 음악, 댄스, 드라마, 패션디자인 등 4개 과로 구성됐고 한국과 서구식 교육방식을 베트남에 도입해보자는 취지로 설립돼 작년 3월 첫 학기가 시작됐다.
 
서울팝스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하성호 단장님이 학교 설립자 겸 학장으로 재임 중이고 설립된 지는 2년도 채 안 됐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여전히 걸음마 단계같은 상황이고 현재 약 40여 명 정도가 재학하고 있다. (현재는 베트남 정부로부터 학원인가를 받은 상태고 학교인  가를 위해 계속 준비 중이라고 한다."

- 무엇을 가르치고 있나?
"뮤지션으로 활동해 왔고 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한 경력이 있기에 재즈를 기본으로 음악 실기 및 이론 수업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학교 설립 단계부터 이 곳 하노이에 와서 지금껏 몸담고 있다."

- 어떤 계기로 오게 됐는지?
"2017년 봄 학기가 시작되기 전 10년간 재직했던 경희대 실용음악과 교수직을 그만두었다. 휴식과 충전을 위한 시간이 절실했었고 그런 기간을 보내던 중 지인의 추천으로 하성호학장님의 학교 설립취지를 듣고 함께 하게 됐다."

-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던 것 같다.
"그렇다. 막상 와 보니 꽤 오랜 역사의 재즈 클럽도 있고 대부분 뮤지션들이 독학을 통해 재즈를 알게 됐다는 것에 놀랍기까지 했다. 베트남국립음악대학교(Natioanl Academy of Music Vietnam)에 재즈학과가 있고 하노이 예술대학(Hanoi College of Arts)이란 학교도 있지만 조사를 해 본 결과 아쉽고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런 면에서 아 곳 하노이에 와서 음악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뭔가 도움이 될만한 것을 내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심도있게 생각하고 결정을 했다."

현실적 한계, 음악에 대한 열정 넘치는 베트남 학생들
   
 하노이 국제예술학교 입구.

하노이 국제예술학교 입구. ⓒ 이종성

 
- 1년 6개월 있으면서 느꼈던 차이점은?
"어느 누구나 이야기 하겠지만 문화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여러 오해나 해프닝이 아닐까 싶다. 갈등이 생길 요소들을 서로 이해하고 봉합해 나가는 과정을 좀 더 정교하게 접근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말이다."

- 베트남 학생들은 어떤 방법으로 입학을 하고 있나?
"상시입학을 할 수 있도록 했고, 학교 홈페이지나 페이스북을 통해 학생선발 및 장학금 제도 등 세부사항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설립초기단계인 만큼 학교와 학부 커리큘럼 소개 등 홍보하고 알려할 부분이 여전히 많다."

- 한국과 베트남 학생들 각각의 특징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프로 뮤지션으로서 잠재력을 지닌 학생들을 발견할 때마다 보람을 많이 느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대학 입시에 우선 목적을 두고 음악을 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입시의 굴레에서 자유로운 편인 베트남 학생들이 열심히 하려고 하는 노력과 열정을 보여주면 무척 감동적이다. 그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을 가르쳤을 때 감사하다는 표현을 들을 때마다 뿌듯하다. 하지만 워낙 재즈음악시장 규모가 작아 바라는 만큼 꿈을 펼칠 수 없는 현실의 벽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재능 있는 베트남 학생들, 한국에서 활동 도움 싶어
 
 재즈 색소폰 연주자 임달균. 현재 하노이 국제 예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재즈 색소폰 연주자 임달균. 현재 하노이 국제 예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 이종성

 
- 학교 졸업 후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
"베트남 음악 산업 규모 자체를 거론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가능한 다양한 음악장르를 경험해 재즈에 국한되지 않고 관련 분야 일을 할 수 있도록 조언한다. 또 나름 실력을 지닌 학생들이라면 향후 한국에서 레코딩 아티스트로 활동할 수 있도록 나름의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한국 음악에 대해선 학생들은 얼마나 알고 있나?
"이 곳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은 덜한 편이다. 작년에  한국의 한 가요기획사 요청으로 K팝 가수가 되고 싶어 하는 베트남 젊은 층이 참여할 수 있는 오디션을 개최해 학교 공연장을 오디션장소로 제공한 적이 있는데 약 400명 정도가 참여해 그 관심과 열기를 직간접적으로 알게 됐다.

올 3월말에도 같은 국내 회사가 주최하는 오디션이 예정돼 있어 더 뜨거워진 '베트남의 케이팝 열풍'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한국과 베트남 1세대 재즈 뮤지션, 교류 무대 만들어졌으면
 
 하노이 국제예술학교 녹음 스튜디오.

하노이 국제예술학교 녹음 스튜디오. ⓒ 이종성

 
- 뮤지션이기도하다. 베트남에서 음악활동을 해 왔는지?
"뮤지션으로 무대에 설 기회는 거의 없는 편이다. 현재는 주로 이 곳에서 활동중인 해외 및 베트남 음악인들과 활발하게 교류를 해 오고 있다. 하노이에는 외국인이 운영하는 두 곳을 포함해 5개 정도의 재즈 클럽이 있는데 그 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라이브 공연 등을 보는 등 아티스트들과 친분을 쌓아가는 중이다." 

- 새 앨범 발매 계획도 있는지?
"몸이 고장 나서 새 노래나 앨범 준비에 오롯이 신경을 쓸 수 있을 만큼 체력적으로 준비가 안 됐다.(웃음) 한동안 트럼펫 위주로 여러 활동을 해왔는데 여러분들이 알고 계신 '색소폰 연주자 임달균'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한 1~2년 정도 내 자신을 다지다 보면 새 작품 작업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 1~2년 안에 이루어졌으면 하는 일들이 있다면?
"우선 학교가 잘 돼서 더 많은 학생들에게 배움의 장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베트남의 현재 경제 상황 속에서 외국인이 설립한 예술분야 학교에 대한 베트남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과 열의는 아직 적은 편이다. 이 곳에서도 선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갖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음악인으로서는 한국과 베트남의 1세대 재즈뮤지션들이 함께 '음악으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무대'가 언젠가 생기면 어떨까 행복한 상상을 해봤다. 양국이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어느 때보다 돈독한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으니 한 시대를 장식했던 선배 재즈 음악인들이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기억에 남는 공연을 펼칠 기회가 주어져 나 역시 보탬이 됐으면 하는 소망이다.(웃음)
임달균 베트남 하노이 재즈 국제예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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