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알레나가 복귀한 인삼공사를 꺾고 1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 스파이더스는 1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6, 25-22, 25-16)으로 승리했다. 승점 41점으로 4라운드 일정을 마친 흥국생명은 6개 구단 중 전체 1위로 전반기를 끝내며 기분 좋게 올스타 휴식기를 보내게 됐다(13승7패).

흥국생명은 '쌍포' 베레니카 톰시아와 이재영이 39득점을 합작하며 공격을 주도했고 신인 센터 이주아도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10득점을 기록했다. 반면에 인삼공사는 돌아온 알레나가 공격성공률 29.73%로 11득점에 그치며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완패를 당했다. 흥국생명은 4라운드까지 세트당 22.66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전체 1위에 올랐는데 흥국생명의 수비 안정에 절대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 선수는 역시 '미친 디그' 김해란 리베로다.

V리그 출범 후 5연속 디그왕에 빛나는 여자배구 최고의 리베로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김해란도 고교 시절까지는 수비가 좋은 윙스파이커였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김해란도 고교 시절까지는 수비가 좋은 윙스파이커였다. ⓒ 한국배구연맹

 
호남정유(LG정유) 겨울리그 9연패의 주역이었던 장윤희는 1990년대 여자배구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다. 비록 신장은 170cm에 불과하지만 뛰어난 탄력과 넘치는 근성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자배구 최고의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선수들의 신체조건이 부쩍 향상됐고 이제 V리그에서 175cm 미만의 단신 공격수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학창시절에 공격수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선수도 성인배구 데뷔 후에는 신장의 한계를 느끼고 리베로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현역 최고의 리베로 김해란 역시 마찬가지. 김해란은 168cm의 단신이지만 마산제일여고 시절 고교 무대에서 제법 알아주던 왼쪽 공격수였다. 하지만 성인배구 진출을 앞둔 3학년 때 발목을 다쳐 수술을 받았고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한 후 수비전문선수인 리베로로 변신했다. 

결과적으로 김해란의 리베로 변신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김해란은 V리그 원년부터 도로공사의 주전 리베로로 활약하며 팀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끌었다. 김해란은 2007-2008 시즌과 2008-2009 시즌, 2011-2012 시즌까지 3번이나 수비상을 수상했고 프로 원년부터 2008-2009 시즌까지는 5시즌 연속 디그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워낙 디그 실력이 뛰어나 조금은 과격하게 느껴지는 '미친 디그'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대표팀에서도 김해란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김해란은 한국 여자배구가 36년 만에 4강 신화를 달성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대표팀 선수 중 유일하게 리베로로 선발되며 대회 기간 내내 한국의 수비를 책임졌다. 김해란은 한국이 20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건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에서도 주전리베로로 활약했다. 안정된 리시브와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 그리고 리더십까지 두루 겸비하며 동료들 사이에서 신망이 매우 높은 선수다.

김해란은 2014-2015 시즌 올스타전에서 후위공격을 시도하다가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하며 시즌 아웃됐다. 물론 김해란의 대체 선수로 들어온 오지영(인삼공사)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지만 FA 이효희와 정대영을 영입해 첫 우승을 노리던 시즌이었기에 김해란의 부상은 대단히 아쉬웠다. 그리고 김해란은 2015년 5월 임명옥과의 맞트레이드로 인삼공사로 이적했다.

모든 것을 갖춘 김해란, 이제 챔피언 반지만 있으면 된다
 
 김해란은 이적하자마자 주장으로 선임됐을 정도로 박미희 감독으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

김해란은 이적하자마자 주장으로 선임됐을 정도로 박미희 감독으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김해란은 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은 후에도 2015-2016 시즌 디그 1위(세트당 6.31개)를 기록했고 2016-2017 시즌엔 디그 3위(세트당 6.18개)를 기록하며 인삼공사를 봄배구로 이끌었다. 2016년 2월 1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전에서는 무려 54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한 경기 최다 디그 기록을 세웠다. 그렇게 독보적인 현역 최고의 리베로로 군림하던 김해란은 2016-2017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었다.

남자부에서는 여오현 리베로(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가 지난 2013년 2억9000만 원의 몸값을 받고 FA로 이적한 사례가 있었지만 여자부에서 리베로의 FA이적은 흔치 않았다. 하지만 2016-2017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 흥국생명에서는 2017년 5월 연봉 2억 원에 김해란 리베로를 영입했다. 김해란은 흥국생명과 계약한 후 "리베로도 열심히 하면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걸 후배들에게 보여줘서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해란은 이적 첫 시즌부터 디그 1위(세트당 6.70개), 수비(리시브+디그) 3위(세트당 8.72개)에 오르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에서 최하위로 추락했다. 센터 김수지(IBK기업은행 알토스)의 이탈에도 중앙 보강을 게을리하고 리베로 수집에 열을 올렸음에도 흥국생명은 차고 넘치는 리베로 자원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결국 2017-2018 시즌이 끝나고 한지현은 이적, 남지연은 은퇴를 선택했다).

하지만 김해란 리베로는 이번 시즌 더욱 안정된 수비를 통해 흥국생명의 선두 도약을 이끌고 있다. 김해란은 4라운드까지 세트당 6.81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이 부문 1위에 올랐고 53.80%의 서브 리시브로 완벽에 가까운 수비를 펼치고 있다. 김해란이 코트에 서 있는 것 만으로도 상대 공격수가 느끼는 부담은 결코 작지 않다. 김해란은 16일 인삼공사전에서도 수 차례 그림 같은 수비를 선보이며 3세트 동안 무려 24개의 디그(세트당 8개)를 잡아냈다. 

10년 넘게 V리그 최고의 리베로로 군림하고 있지만 그런 김해란에게도 한 가지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바로 V리그 챔피언 결정전 우승이다. 김해란은 V리그 원년부터 두 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지만 아직 한 번도 우승을 해보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수 많은 개인 타이틀을 받으며 화려한 선수 생활을 보낸 김해란이 아직 도달하지 못한 우승이라는 마지막 목표를 이번 시즌 흥국생명에서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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