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의 외국인 선수 계약은 구단 보도자료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돼야 공식 확정되지만 발 빠른(?) 야구팬들은 소위 '오피셜'이 뜨기 전부터 새 외국인 선수의 계약 과정을 전해 듣는다. 현지 기자들이 에이전트 등과 접촉해 SNS를 통해 KBO리그 구단과 협상하는 선수들의 정보를 한 발 먼저 알려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KBO리그와 협상 중인 선수들의 소식을 전문적으로 알려주는 SNS 페이지도 있다.

지난 20일 롯데 자이언츠와 51만 1000 달러에 계약한 내야수 카를로스 아수아헤 역시 야구팬들에겐 그리 낯선 이름이 아니었다. 현지 기자들의 SNS에는 이미 지난 15일부터 아스아헤가 KBO리그의 모 구단과 접촉한다는 소식이 올라왔기 때문. 롯데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부인했지만 외국인 야수와 계약하지 못한 팀 가운데 센터라인 내야수가 필요한 팀이 롯데 밖에 없다는 점을 이유로 야구팬들은 일찌감치 아수아헤의 롯데행을 예상했다.

베네수엘라에서 태어난 아수아헤는 2016년 빅리그에 데뷔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3년 동안 175경기에 출전했다. 1991년생으로 아직 나이가 젊고 통산 수비율이 .992에 달할 정도로 안정된 수비를 자랑한다. 앤디 번즈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만큼 2루수 영입은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롯데가 내년 시즌 아수아헤의 활약을 마냥 낙관할 수는 없다. 역대 KBO리그에서 센터라인 외국인 내야수가 성공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매우 적기 때문이다.

브리또-나바로 제외 성공사례가 거의 없었던 센터라인 외국인 내야수

1998년 KBO리그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후 덕 브래디(롯데), 에드가 캐세레스(두산 베어스), 조엘 치멜리스(한화 이글스) 등 많은 센터라인 외국인 내야수들이 KBO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이들은 강한 어깨와 유연한 풋워크, 그리고 포지션 대비 준수한 장타력을 선보였지만 구단이 기대했던 외국인 선수의 수준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KBO리그에서 가장 먼저 성공한 센터라인 외국인 내야수는 역시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 한화를 거치며 6년 동안 활약한 유격수 틸슨 브리또였다. SK의 첫 외국인 선수로 2000년 타율 .338 15홈런 70타점으로 맹활약한 브리또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 연속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에서 활약했던 2002년에는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와 함께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역할을 했다.

브리또가 외국인 유격수의 최고 성공사례라면 외국인 2루수의 대표적인 얼굴은 역시 삼성에서 활약했던 야마이코 나바로가 첫 손에 꼽힌다. 메이저리그에서 4년 동안 79경기 2홈런에 불과했던 나바로는 삼성 이적 후 2년 동안 무려 79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특히 2014년 한국시리즈에서는 4홈런 10타점 8득점을 쓸어 담으며 시리즈 MVP에 선정됐고 48홈런을 때린 2015년엔 브리또에 이어 13년 만에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외국인 내야수가 됐다.

하지만 브리또와 나바로를 제외하면 센터라인 외국인 내야수들의 활약은 언제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05년 LG 트윈스에서 활약했던 루 클리어는 2루수로서 타율 .301 15홈런 61타점 19도루의 괜찮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눈에 보이는 성적에 비해 영양가는 그리 높지 않았다. 클리어는 2006년 한화로 이적해 KBO리그 생활을 이어갔지만 타율 .271 7홈런25타점을 기록한 채 한국 무대를 떠났다.

2018년 한국시리즈 챔피언 SK도 2016년 유격수 헥터 고메즈를 영입했지만 불안한 수비와 최악의 선구안을 선보인 채 1년 만에 짐을 쌌다. 트레이 힐만 감독과의 인연으로 한국땅을 밟았다가 한국 관광만 하고 떠난 대니 워스는 SK팬들 앞에서 함부로 꺼내면 안되는 이름이다. 결국 SK는 센터라인 외국인 내야수를 포기하고 거포 제이미 로맥을 영입한 후에야 무시무시한 홈런군단을 완성할 수 있었다.
 
아수아헤는 센터라인 외국인 내야수의 징크스(?) 깰 수 있을까
 
 롯데는 2018 시즌 후 번즈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롯데는 2018 시즌 후 번즈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 롯데자이언츠

 
롯데 역시 조성환의 은퇴 이후 좀처럼 후계자가 나오지 않았던 2루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작년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2루수 번즈를 영입했다. 번즈는 빅리그 경험이 10경기에 불과하고 마이너리그 통산 타율도 .270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번즈는 작년 시즌 롯데에서 의외로 쏠쏠한 타격솜씨를 뽐내며 타율 .303 15홈런57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116경기에 출전하면서 실책은 단 8개에 불과할 만큼 최고의 수비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번즈는 KBO리그 2년 차를 맞으며 더욱 기량이 무르익을 거란 기대와 달리 올해 매우 실망스런 시즌을 보냈다. 번즈는 롯데 구단 역사상 최초로 시즌 20홈런을 넘긴 2루수가 됐지만 타율은 작년 대비 0.035나 추락했다(시즌 타율 .268). 특히 작년 8개였던 실책이 무려 22개로 급증하면서 '수비만큼은 빅리그급'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지는 실망스런 활약을 펼쳤다. 결국 롯데는 올 시즌이 끝난 후 번즈와의 이별을 선택했다.

2루수 번즈와 이별한 롯데의 선택은 이번에도 2루수였다. 롯데 역시 지난 2년 간 번즈에게 2루 자리를 맡겨 왔기 때문에 내년 시즌 주전 2루수로 나설 만한 마땅한 후보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2루수 보강이 불가피했다. 롯데와 계약한 아수아헤는 빅리그에서 157경기 중 151경기에 2루수로 출전했다. 경우에 따라 3루와 1루 수비도 가능하지만 전문적인 유틸리티 내야수 유형은 아니다.  

빅리그에서 2루수로 1143이닝을 소화하며 단 5개의 실책만 기록했던 아수아헤의 안정된 수비는 분명 롯데의 내야진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수아헤는 빅리그 통산 홈런 6개, 통산 장타율 .329라는 성적이 말해주듯 중장거리 타자는 결코 아니다. 싱글A에서 활약하던 2014년 15홈런을 때린 적도 있지만 아수아헤는 최근 4년 동안 모든 리그를 합쳐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한 적이 없다.

물론 롯데에는 이대호를 비롯해 전준우, 손아섭 등 홈런을 때릴 수 있는 강타자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롯데가 외국인 타자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리그 정상급 타격을 뽐낼 수 있을 정도로 타선의 짜임새가 뛰어난 팀은 아니다. 역대 센터라인 외국인 내야수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가운데 새 외국인 타자 아수아헤가 롯데 구단과 팬들의 기대에 얼마나 부응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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