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스터 스마일>의 한 장면.

영화 <미스터 스마일>의 포스터. ⓒ 티캐스트

  
사실상 로버트 레드포드의 은퇴작인 영화 <미스터 스마일>은 행복한 늙은 도둑에 대한 이야기였다. 선댄스 영화제의 창립자, 제작자이면서 동시에 전세계 관객의 마음을 훔친 배우로서 손색없는 그의 뒷모습이었던 것.

제목처럼 포레스트 터커(로버트 레드포드)는 자신과 또래인 노인들과 함께 매우 신사적인 방식으로 은행을 턴다. 스스로 직업이라 생각하며 자랑스럽게까지 여기는 듯한 모습이 처음엔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영화는 이 인물을 통해 삶의 이면과 숨은 진실을 전하는 방식을 취했다. 

도둑과의 인간적 연대
 
 영화 <미스터 스마일>의 한 장면.

영화 <미스터 스마일>의 한 장면. ⓒ 티캐스트

 
이야기는 두 시점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터커가 은행을 털고, 우연히 한 여인과 감정적 교감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하루하루 충실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의 모습을 은근하게 설파한다. 다른 한쪽에선 터커 일당을 잡으려는 존 헌트(케이시 애플렉)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형사이기도 한 헌트는 자신의 일에 대해 일종의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 범인 한 사람을 잡으면 또 다른 범인을 잡아야 하고, 이렇게 반복되는 형사 일이 지겨워질 때즈음 터커의 존재를 인지하게 되는 것. 그런데 수사를 하면 할수록 헌트는 터커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어느 순간 영화에서 도둑과 형사의 관계가 암묵적인 인간적 연대로 바뀐다. 생활을 연명할 수 있게끔 소액만 훔치며, 총을 들고 있지만 절대 사용하지 않고, 언제나 여유와 웃음으로 은행원들을 대하는 터커의 방식은 묘하게 헌트를 사로잡는다. 영화는 뻔한 사건 사고 드라마 구조가 아닌, 인간 내면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관객의 마음을 건드리려 한다. 

이런 시도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돈을 훔치는 도둑에 대한 윤리적 판단이 중요한 게 아니라 등장인물이 삶을 대하는 태도 자체에 어떤 메시지가 담긴 셈이다. 그렇기에 범죄를 옹호하는 이야기로 이 영화를 읽는다면 크나큰 오독일 것이다.

적절한 유머와 긴장감, 그리고 살짝 비튼 이런 설정이 꽤 잘 어우러진다. 과연 레드포드다운 선택이 아닐까 싶다. <스팅> <체이스>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아웃 오브 아프리카> 등에서 열연한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미스터 스마일>에서 한껏 여유 있게 웃는 그의 미소에 한 번 더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할 가능성이 크다. 
 
 영화 <미스터 스마일>의 한 장면.

영화 <미스터 스마일>의 한 장면. ⓒ 티캐스트

 
기억해야 할 건 터커 인생의 가장 절정기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 일흔 중반으로 남들이 보기엔 퇴물이자 끝난 것 같은 삶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은행털이에 대한 의욕을 잃지 않으며 일종의 열정까지 품고 있다. 전적으로 로버트 레드포드의 연기 인생을 망라하는 작품으로 손색없다.

그걸 증명하는 또하나의 증거가 바로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오마주다. 영화 오프닝에 등장하는 자막은 레드포드의 출연작 <내일을 향해 쏴라> 속 글씨체를 따왔으며, 터커가 존 헌트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존 헌트가 자신의 콧등을 만지는 행위는 <스팅>의 그 유명한 장면을 본 딴 것이다. 이밖에도 터커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선 <체이스> 속 실제 레드포드의 모습이 등장한다. 영화팬들에겐 일종의 선물과 같은 요소일 것이다. 참고로 모든 촬영은 슈퍼 16mm로 했다고 한다. 1970년대 느낌이 물씬 나는 거친 화면이 특징이다.

한 줄 평 : 마지막까지 재기발랄했다
평점 : ★★★★(4/5)

 
영화 <미스터 스마일> 관련 정보
감독 : 데이빗 로워리
각본 : 데이빗 로워리, 데이븟 그란
출연 : 로버트 레드포드, 케이시 애플렉, 씨씨 스페이식, 대니 글로버, 톰 웨이츠, 티카 섬터, 엘리자베스 모스
수입 및 배급 : 티캐스트
러닝타임 : 93분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북미개봉 : 2018년 10월 19일
국내개봉 : 2018년 12월 27일
미스터 스마일 로버트 레드포드 케이시 애플렉 선댄스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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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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