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가 10년 만에 스즈키컵에서 우승을 차지할 기회를 잡았다. 그 중심에는 박항서 감독이 있다. 베트남 대표팀을 스즈키컵 최정상으로 이끌며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을까. '박항서 매직'은 계속된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A대표팀은 15일 오후 9시 30분(이하 한국 시각)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국립경기장에서 말레이시아와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을 치른다.
 
 베트남은 6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스즈키컵 준결승 2차전 홈 경기에서 필리핀을 2-1로 꺾었다. 사진은 경기 중인 선수들의 모습.

베트남은 6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스즈키컵 준결승 2차전 홈 경기에서 필리핀을 2-1로 꺾었다. 사진은 경기 중인 선수들의 모습. ⓒ EPA/연합뉴스

 
베트남은 지난 11일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결승 1차전 원정경기에서 2-2로 비겼다. 홈 앤 어웨이로 열리는 결승에서 두 차례 합산 점수가 같을 경우 원정 다득점 우선원칙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이에 베트남은 홈에서 0-0이나 1-1로 비기기만 해도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다.

베트남 최대 목표, 동남아시아의 월드컵 '스즈키컵' 우승

스즈키컵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는 축구 제전으로 2년에 한 번씩 열린다. 그래서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으로 불리고 있다. 월드컵이나 아시안컵 등 메이저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는 동남아시아 축구의 특성상 오히려 스즈키컵을 가장 중요한 대회로 여긴다. 

사실 베트남축구협회가 박항서 감독에게 손을 내민 이유는 라이벌 태국을 제치고 스즈키컵 우승을 이끌어주길 기대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현지에서도 박항서 감독의 선임을 두고 반신반의했다. 박항서 감독의 커리어는 내리막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지휘봉을 잡은 뒤 첫 시험무대였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깜짝 준우승을 차지하며 베트남 전역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더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4강으로 이끌었다. 두 대회 모두 베트남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성과였다.

기술과 스피드는 뛰어나지만 피지컬이 매우 약했다. 강한 체력과 피지컬을 끌어올리는 일이 급선무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력이었다. 특히 선수들은 패배 의식에 젖어있었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이 급선무였다. 

또,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스킨십과 아버지 같은 리더십으로 극복했다. 부상 선수에게 비즈니스석을 양보하고, 선수들의 발을 직접 마시지 해주는 인간미 있는 박항서 감독의 모습이 베트남 전역으로 퍼지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연령별 대회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박항서 감독의 다음 목표는 성인 대표팀에서 확실한 검증을 받는 일이었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은 스즈키컵에서도 순항했다.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과 A조에 속해 3승 1무를 기록, 무실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4강에서는 세계적인 명장 스벤 고란 에릭손이 이끄는 필리핀을 상대했다. 베트남은 1, 2차전에서 각각 2-1로 승리하며 결승에 도달했다.
 
결전 앞두고 기자회견 하는 박항서 감독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오른쪽)이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 결승 최종전을 하루 앞둔 14일 베트남 축구연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각오를 밝히고 있다. 왼쪽은 베트남의 스트라이커 응우옌 아인 득 선수.

▲ 결전 앞두고 기자회견 하는 박항서 감독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오른쪽)이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 결승 최종전을 하루 앞둔 14일 베트남 축구연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각오를 밝히고 있다. 왼쪽은 베트남의 스트라이커 응우옌 아인 득 선수. ⓒ 연합뉴스

 
무패 신화 노리는 박항서 매직

마지막 상대는 말레이시아다. 원정 경기로 열린 결승 1차전에서 아쉽게 2-2로 비겼지만 수확은 있었다. 박항서 감독은 이 경기서 주전들을 일부 제외했다. 파격적인 로테이션이었다.

주로 조커로 활약한 하득찐, 응우옌후이훙을 선발로 기용했다. 이번 대회 베트남에서 가장 많은 3골을 기록한 응우옌아인득을 벤치로 내리는 초강수였다. 하지만 박항서 매직은 통했다. 선발 출전한 응우옌후이훙은 전반 22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또, 응우옌반꾸옛, 르엉쑤언쯔엉, 응우옌반또안 등 주전 미드필더들이 체력을 아꼈다. 2차전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박항서 감독의 과감한 결단력이 통했다.

주전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한 베트남은 2차전에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베트남이 앞서는 데다 결승 2차전은 베트남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서 열린다. 박항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미딘국립경기장에서 열린 A매치 4경기에서 베트남은 3승 1무를 거뒀다.

또, 베트남은 스즈키컵에서 무패 우승에 도전한다. 지금과 같이 토너먼트가 홈 앤 어웨이로 바뀐 2005년 이후 무패 우승을 차지한 팀은 두 차례에 불과하다. 그리고 베트남은 2008년 대회에서 단 한 차례 정상에 올랐다. 이후 10년 동안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특히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을 맡은 이후 9경기 연속 무패(5승 4무)를 내달리고 있다. 앞서 6경기 동안 패하지 않았던 베트남은 총 15경기 연속 무패(7승 8무)를 기록 중이다. 결승전에서 패하지 않는다면 16경기 무패 신기록을 작성한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프랑스는 지난달 17일 2018-19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 리그에서 네덜란드에 패하며 15경기 연속 무패가 중단됐다.

과연 박항서 매직이 스즈키컵 우승으로 베트남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쓸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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